병원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스마트기기 앱 ‘메디라떼’는 지난 2012년 10월 서비스를 개시했다. 병원의 영업시간, 주소, 번호, 시술사진, 의료진 약력 등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으며 전문적인 의료정보도 제공하고 있다. 이 앱은 지난해 8월 구글 플레이스토어 누적 100만 다운로드를 돌파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개발사인 에이디벤처스는 지난해 13억원에 달하는 매출액을 올리며 앱 시장의 신성으로 떠올랐다. 

메디라떼가 제공하는 병원정보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보유한 공공데이터다. 정부나 공공기관이 만들어 민간에 공개한 공공데이터를 대중에 제공해 수익을 올리는 회사인 것이다. 민간기업이 공공데이터를 이용해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된 것은 2012년 국회에 제출된 ‘공공데이터 제공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이 지난해 국회 의결을 거쳐 공포되면서 가능해졌다. 이 법은 “공공데이터의 영리적 이용인 경우에도 이를 금지 또는 제한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공공데이터의 개방과 영리적 이용의 허용은 한 고등학생의 노력에 의해 촉발됐다고 볼 수 있다. 2009년 서울과 경기도 시민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은 ‘서울버스 앱’이 논쟁의 시작이다.

서울버스앱은 개발자 유주완씨가 고등학생이던 2009년 직접 개발해 서비스를 시작했다.<서울버스 앱 화면 캡처>

고등학생의 창의적 활동, 공공데이터 개방 이끌어 내

2009년 11월 아이튠스를 통해 출시된 ‘서울버스 앱’ 개발자인 유주완씨는 고등학생이던 당시 자신의 편의를 위해 스스로 앱을 개발했다. 서울시와 경기도 홈페이지에 공개되는 버스노선과 운행정보 등을 스마트폰 등을 통해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이 앱은 순식간에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국내 아이튠스 무료앱 순위 1위에 등극했다. 

당시에는 버스노선과 운행정보에 대한 데이터 자체가 민간에 개방되는 시절이 아니었다. 서울버스 앱은 서울과 경기도 홈페이지에 접속해 공개된 정보를 긁어가는 방식을 사용했는데, 그해 12월 경기도가 서울버스 앱의 홈페이지 접근을 제한하고 개발자에게 서비스 중단 요청을 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앱 사용자들의 격렬한 반대로 경기도의 정보차단 조치는 중단됐고, 이때부터 공공데이터 개방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게 됐다. 서울시는 올해부터 버스운행 정보에 대한 데이터를 개방해 제공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버스 앱은 공공데이터 개방을 촉발시켰을 뿐만 아니라, 이를 영리적으로 이용해도 되는지에 대해서도 논쟁을 촉발시켰다. 서울버스 앱은 서버유지비 등 비용으로 인한 적자를 해소하고자 2011년 한차례 광고를 개재했다가 이용자들의 반발로 이를 중단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공공데이터를 영리목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타당한지를 두고 격렬한 논쟁이 발생했다. 

지난해 재정된 ‘공공데이터 제공법’이 공공데이터의 영리적 이용을 허용하면서 이 논쟁은 사실상 종료됐다. 현행법이 공공데이터의 영리적 이용을 허용하면서 이를 이용한 다양한 서비스들이 시작된 것이다.  

단순히 웹을 앱으로 옮기는 것으론 성공 힘들어

공공데이터를 이용한 서비스들은 스마트기기에서 사용하는 앱이 주류를 이룬다. 사용자들이 실생활에서 이용할 수 있는 소소한 서비스들이 눈길을 끈다. 

‘모두의 주차장’은 서울시가 제공하는 주차장 정보를 이용한 앱이다. 주차장의 위치와 요금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주차공간을 찾지 못해 길 위에서 시간을 허비해온 이용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향후 주차공간 공유와 관리, 주차비 결제 등의 기능을 추가할 예정이다. 

‘스마트택배’는 우정사업본부의 국내우편물 종적 조회서비스를 활용해 택배 이용자들에게 큰 인기다. 택배 소장번호 자동추적을 통해 택배 위치를 알려준다. 택배의 현재 위치를 알려주며 푸시알림 등도 서비스하고 있다. 

‘여기날씨’는 기상청의 동네예보데이터를 활용해 위치별 현재 날씨를 알려주는 앱이다. GPS를 이용해 날씨정보를 제공하며 날씨위젯, 날씨 알림기능, 위상사진 애니메이션 등을 제공하고 있다. 

이같은 공공데이터 이용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은 대개 창업 1~2년 미만인 신생업체들이다. 하지만 이미 연간 매출액이 2억원대를 기록해 성장세가 뚜렷하다. 공공데이터를 이용한 금맥에 한발 앞서 뛰어든 선구자들이다. 

경기도는 3일 판교 우림W시티에서 ‘경기도 공공데이터 개방 설명회’를 개최했다.   ©중기이코노미

하지만 공공데이터 이용 서비스가 반드시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3일 판교 우림W시티에서 열린 ‘경기도 공공데이터 개방 설명회’에서 장주병 한국정보화진흥원 부장은 “공공기간이 웹으로 서비스하는 데이터를 앱으로 옮기기만 하는 앱들도 많다”며 “이런 서비스는 쉽게 성공하기 힘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공공데이터를 이용함과 동시에 자신만의 특색있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의미다. 

공공데이터 이용의 선구자인 메디라떼의 경우 병원검색과 함께 앱을 통해 병원을 이용하면 진료비 일부를 포인트로 적립하는 리워드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공공데이터를 단지 앱으로 보여주기만 하는 서비스와 분명한 차별점이 있기 때문에 큰 성공을 거뒀다고 볼 수 있다.  

또 기존에 잘 알려진 공공데이터에 시야를 넓힐 필요도 있다. 서울과 경기도 등은 이미 버스정보 등을 개방한 상태다. 지적도, 부동산실거래가 등도 지자체와 국토부에서 인터넷을 통해 공개하고 있다. 그러나 ‘모두의 주차장’처럼 특색있는 공공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으려면 스스로 공공데이터에 대한 수요를 찾아 정보공개를 요구해야 한다.  

장 부장은 “정부나 공공기관에서는 자신이 보유한 데이터가 어떤 분야이고 얼마나 있는지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면서 현재 약 2만1000여종의 데이터가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이중 지난해까지 3395종의 데이터가 개방됐다. 정부는 2016년까지 개방률을 60%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 하에 공공데이터를 발굴하는 중이다. 장 부장은 “기업들이 먼저 공공데이터 개방을 요구하면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정부나 공공기관을 통해 양질의 데이터를 끌어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공공데이터포털(data.go.kr)을 통해 필요한 공공데이터를 신청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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