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와 대기업·대형로펌의 만남이 잦아 수상한 거래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17일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지상욱 의원에 따르면 2014년 1월1일부터 2016년 7월31일 사이 대기업 및 계열사 직원들은 총 4254회, 대형로펌은 4262회 공정위를 드나들었다. 이 기간 근무일이 613일임을 감안하면, 대기업과 대형로펌 각각 하루 평균 약 7번씩 공정위를 찾은 것이다.

삼성이 727회, 하루 평균 1.2회로 가장 많았다. 이어 SK 404회, 롯데가 364회였으며 현대자동차 275회, 대림 265회였다. 대형로펌에서는 ‘김앤장’이 1869회, 일일 평균 3회 방문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뒤를 이은 ‘광장’ 454회의 4배를 넘어선다. 광장에 이어 ‘세종’ 448회, 율촌 364회, 태평양 334회였다.

17일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지상욱 의원(오른쪽)은 대기업과 대형로펌의 잦은 공정위 출입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왼쪽은 정채찬 공정위원장.   ©중기이코노미

이처럼 방문기록은 많지만, 무슨 이야기가 오고 갔는지는 알 수 없다. 지 의원은 “공정위에 사건이 접수되면 조사부서에서 사건착수에 들어가고, 피조사인은 법 위반혐의에 대해 반박자료를 제시할 수 있다. 또 조사 이후 위원회 심결과정에 들어가면 피심인(피조사인) 의견제출 기회를 준다”며 “대기업에 충분한 소명 기회를 줌에도 불구하고, 위원장 등 고위임원이 기록을 남기지 않으며 만나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의혹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지 의원은 조사 초기 부과금액과 3차 조정을 거친 부과금액의 차이가 큰 것에 대해서도 공정위의 해명을 요구했다. 지 의원이 제시한 ‘공정위 과징금 단계별 조정 현황’을 보면, 2012년에서 2016년 8월 사이 공정위가 부과한 기본과징금은 7조5247억원에서 1차 조정 후 7조8940억원으로 늘었지만 2차 조정에서 6조2786억원, 3차 조정에서는 3조2735억원으로 기본과징금보다 3조51억원(47.9%)가 감소했다. 지 의원은 “대기업과 대형로펌이 이처럼 공정위에 드나들면서 과징금이 낮아진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갖게 한다”며 “이러니 국민들이 공정위에 ‘공정’은 없고 ‘거래’만 있다고 말하는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새누리당 지상욱 의원이 사례로 든 한국가스공사 LNG 저장탱크 담합 사건.   ©중기이코노미

지 의원에 따르면, 일례로 공정위는 지난 4월 한국가스공사 LNG저장탱크 건설공사 입찰 담합행위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했다. 담합행위 관련 기업에 1차 조정에서 1조3204억원을 부과했고 2차 조정에서 9494억원, 3차 조정에서 3505억원을 최종 부과했다. 기본과징금의 1/4 수준이다. 이때 과징금을 부과받은 한양건설은 32회, 현대건설 28회, 대림산업 24회, GS건설은 22회 공정위를 방문했고, 사건을 담당했던 김앤장은 123회, 세종은 36회, 화우는 30회 공정위를 출입했다. 또 지난 6월 골판지·신문폐지 구매가격 담합사건에 대한 과징금 또한 323억7400만원에서 무려 228억5900만원(71%)을 대폭 삭감한 95억1500만원만 부과했다. 이 기간 담합 제지사업자를 대리한 로펌들은 여지없이 공정위를 드나들었다.

이에 대해 정재찬 공정위원장은 “불법적인 로비는 전혀 아니다”라며 “대부분 조사와 관련된 것으로, 피의자 소명기회를 보장하는 차원이다. 공정위가 피의자들의 설명도 적극적으로 들어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에 따라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답했다.

정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새누리당 이진복 정무위원장은 “면담을 하러 오는 사람들이 정당한 주장을 하는 것이라면 녹화·녹음이 가능한 조사실에서 만나면 되는 것 아니냐”며 “매년 국정감사에서 같은 얘기가 나오는데 문제가 없다고만 얘기하고 있다. 이런 의혹이 나오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공정위가 오히려 개선의 노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 위원장은 “충분히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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