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거래위원회 경쟁정책과와 감사담당관실에 근무했던 3급 공무원 A씨는 2014년 6월 퇴직하고 곧 바로 7월 T대형로펌에 취업했다. A씨는 퇴직전 2013년 청와대 행정관으로 파견됐지만 민정수석실 공직기강팀의 내부감찰 결과, 대기업으로부터 식사·골프접대를 받은 사실이 확인돼 같은 해 11월 공정위로 복귀했다. A씨는 T대형로펌 취업후 탁월한 능력을 발휘, 이의제기 등을 통해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 중 76억6000만원을 경감시켰다. A씨가 T대형로펌에 스카우트되기 이전, T대형로펌은 2013년과 2014년 2년에 걸쳐 과징금에 대한 이의제기를 통해 일부인용 및 인용을 받아낸 건수가 0건이었다. 그러나 A씨가 T대형로펌에 입사한 2014년 7월 이후 5건의 이의제기 일부인용 및 인용을 받아냈다. T대형로펌은 공정거래 담당분야에 6명의 변호사, 공인회계사, 고문 등이 있으며 이 중 절반인 3명이 공정위 출신이다. 

공정위 패소율 급증에 대해 17일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지상욱 의원은 “공정위 직원들을 국민의 세금으로 전문성을 길러줬더니 퇴직 후 대기업 편을 들고 있으면 국민들 입장에서는 피눈물 날 일이 아니냐”며 “경인운하담합 사건의 경우 공정위 출신 로펌직원이 공정위의 허점을 파고들어 치명타를 입혔음이 당시 언론을 통해 크게 보도됐다”고 꼬집었다.

‘공정위의 허점을 파고들고 치명타’를 날릴 수 있는 공정위 퇴직간부는 A씨만이 아니다. 이날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이 공정위로부터 제출받은 ‘퇴직공무원 재취업 현황’과 ‘심판관리관 명단’을 보면, 2013년~2015년 동안 A씨 외에도 3명의 공정위 간부가 대형로펌에 재취업했다. 이들 모두 퇴직을 한 그 해에 대형로펌으로 들어갔다.

4급 2명은 각각 소비자정책과와 규제개혁법무담당관 그리고 서울경쟁과와 카르텔총괄과를 거쳤다. 나머지 한명은 심판관리관 출신이었다. 심판관리관은 과징금 부과제도의 수립·운용, 이의신청사건과 집행정지신청에 대한 검토 및 심사보고서의 작성 등 공정위의 핵심적인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날 국감에서는 공정위 간부 퇴직후 대형로펌 취업에 따른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하는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에 대한 질타도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은 “공정위원장은 공정위 공무원의 로펌 재취업에 대해 전문지식 활용이라고 직접 말한 적이 있다”며 “누가 봐도 문제의 소지가 있는데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말하고 있다. 공정위원장이 이러한데 공정위가 어떻게 제 역할을 하겠나”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재찬 공정위원장은 “그런 사실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그러나 공직자윤리규정에 위반되는지 검토해서 문제가 없다면 개개인들이 재취업하는 걸 공정위에서 막을 수는 없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제윤경 의원은 “상식적으로 문제가 없을 리가 없다”며 “변호사로 가는 것도 아니고 고문·자문역으로 가는데, 공정위 출신 공무원들이 대형로펌가서 어떤 자문을 하겠나. 일반 사람들이 봐도 충분히 문제가 있다. 반드시 제도개선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