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인터넷쇼핑몰에서 괜찮은 물건을 찾았는데 회원가입 단계에서 주춤한 경험이 누구나 한번쯤 있을 것이다. 이메일·휴대전화번호·주소를 일일이 입력하는 것이 번거롭기도 하거니와, 잘 모르는 회사에 개인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게 영 마뜩잖다. 인터파크, 아시아나 등 대기업에서도 개인정보가 유출되는데 이렇게 작은 쇼핑몰에서 내 정보를 잘 지켜줄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드는 게 사실이다.

이런 소비자들을 위해 나온 것이 소셜로그인이다. 신규 사이트에 가입하지 않아도 네이버, 페이스북 등 기존 아이디로 로그인하면 회원가입을 한 것과 동일한 효과를 낸다. 회원정보를 일일이 입력하지 않아도 되고, 로그인할 때 새로운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기억해낼 필요도 없어 편리하다. 네이버나 페이스북에서 신규 사이트로 내 개인정보를 넘겨준다는데 동의하기만 하면 된다. 

국내에서 가장 활발하게 이용되는 소셜로그인은 네이버다. 19일 네이버에 따르면 전체 회원 4200만명 중 800만명이 ‘네이버 아이디로 로그인’하는 소셜로그인을 이용했다. 네이버에서는 ‘네아로’라고 부른다. SSG(신세계), 갤러리아몰, 잡코리아, 교보문고, 롯데시네마 등 대기업과 배달통, 쏘카, 미미박스 등 스타트업도 네아로를 적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세브란스병원도 네아로를 도입했다. 종합병원으론 처음이다. 

네아로는 신규 가입자 유치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네이버의 설명이다. 의류브랜드 ‘라코스테’는 지난 9월 네아로를 도입한 후 월간 신규 가입자 수가 5배나 늘었다. 신규 가입자 중 76%가 네아로 회원이었다. 레포트전문회사 ‘해피캠퍼스’는 네아로를 적용하면서 아이디·비밀번호 찾기 관련 문의가 절반가량 감소했다.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네아로를 활용하는 스타트업은 네이버에서 넘겨준 개인정보를 기반으로 회원정보를 구성할 수 있다. 네이버의 개인정보 취급 정책이 바뀌면 여기에 따라야 한다. 자체 회원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진행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가입자들의 브랜드 충성도가 낮은 것도 문제다. 소셜로그인을 통한 가입자들은 해당 사이트에 가입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그저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 버튼을 눌렀을 따름이다.

네이버 입장에서는 더 많은 회원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기회다. 만약 A씨가 교보문고, 롯데시네마, 쏘카, 세브란스병원의 네아로를 이용했다면, 네이버는 A씨가 가입한 사이트 목록을 모두 보유하게 된다. 이를 기반으로 A씨의 관심사도 파악할 수 있다. 4200만 회원을 가진 ‘빅브라더’ 네이버가 가진 개인정보는 이렇게 점점 더 늘어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