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육연구소 안호덕 객원연구원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에서도 끊임없이 부동산정책을 쏟아냈다. 평균 3, 4개월에 한번 꼴이었고 때로는 한 달도 되지 않아 부동산대책·전월세대책을 연거푸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국민들의 주거환경은 날로 열악해져갔고, 집없는 서민들은 도심에서 밀려나는 부평초처럼 떠도는 생활이 반복됐다. 밀려나지 않기 위해서 빚내서 오른 전셋값을 메우거나, 정부의 권유대로 은행 돈 빌려 집사는 방법을 택했다.

주택구입이나 전월세 상승에 따른 대출은 고스란히 가계의 빚으로 쌓였다. 수입은 늘어나지 않는데, 물가는 오르고, 집값과 전세가격마저 치솟는 형국이니 가계부채의 폭증은 당연한 결과였다. 한국의 가계부채 위험성에 대해 국내외 은행과 신용평가사들은 계속해서 경고를 보내고 있다. 내수침체, 수출부진… 최악의 경기에서도 홀로 고공행진을 하는 집값. 되돌아보면 국민들의 빚으로 집값을 떠받쳐온 셈이다.

부동산 경기를 성장의 동력으로 삼고자 하는 그릇된 정책. 이 나쁜 정책이 효과를 내고 있기에 가계부채는 폭증하고 집값은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집값이 내릴 기미가 보이면 정부는 공급물량을 줄이고 대출을 완화해 내집 마련하라고 부채질했다. 전세난이 가중될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사 다니느니 차라리 대출받아 집 사는 것이 낫다고 강변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매번 국민의 주거안정을 우선한다고 했지만 언제나 집값 띄우기로 귀결됐다.

부동산 정책은 국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한 것이지, 경기부양의 수단 또는 투기자본의 대상이 아니다. 부동산경기를 성장의 동력으로 저울질하는 정부의 발상부터 틀린 것이다. 사진은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기사의 특정내용과 무관.   ©중기이코노미

정부가 대출 규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대출을 깐깐히 해서 폭등하는 집값을 안정시키고 폭발 직전인 가계대출의 위험을 줄이겠다는 발상이다. 그러나 늦었다. 실컷 불을 지피다가 끓어 넘칠 지경이 되니 찬물 한바가지 부어보자는 처방 밖에 되지 않는다. 피해는 고스란히 집없는 서민이나 저소득층의 몫이다. 대출이 깐깐해지면 가계부채의 규모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대출의 질이 악화되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당장이라도 제2금융권이나 사채시장에서라도 대출을 알아봐야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또 이렇게 해서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것도 빈말이다. 일시적으로 거래가 줄고 아파트청약 과열현상이 잦아들 수도 있겠다. 그러나 부동산경기를 성장동력으로 삼으려는 정부정책이 계속되는 한, 집값이 국민들 눈높이로 내려오기는 사실 불가능하다. 조금이라도 집값 하락의 기미가 보이면 온갖 대출을 풀어 집사라고 했던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인가. 집값 안정은 대출규제보다 공공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은 왜 매번 못들은 척 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정책, 철학이 없다. 국수 삶듯, 끓어 넘칠 정도가 되면 찬물 한바가지 부어 위험을 관리해 온 것이 전부다. 그러다보니 국민들의 빚으로 집값을 떠받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부동산정책은 국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한 것이지 경기부양의 수단 또는 투기자본의 대상이 아니다. 부동산경기를 성장의 동력으로 저울질하는 정부의 발상부터 틀렸다.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대출을 풀든 죄든, 국민들이 투기자본의 봉이 되기는 매 한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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