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로 폐쇄하는 일 없게 하겠다고 서명을 한 사람이 지금의 대통령입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3개월 가량 개성공단 운영을 중지시켰다 재개할때, 리스크 때문에 아무도 개성공단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그때 지금의 대통령이 나섰죠. 다시는 우리기업에 이런 일이 없게 하겠다. 정세와 관계없이 개성공단은 절대 폐쇄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하루아침에 말을 바꿀 수가 있습니까” 

최근 서초구에서 만난 과거 개성공단상회 관계자는 분노와 울먹임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개성공단상회는 개성공단 입주기업 12곳이 판로확보를 위해 협동조합 형태로 설립한 매장으로 개성공단에서 생산한 의류와 잡화를 취급했다. 올 연말 전국 30곳에 매장개점을 계획할 정도로 소비자 반응도 좋았다. 그러나 올초 개성공단이 폐쇄돼고 공급이 끊겨 직격탄을 맞으면서 문을 닫았다. 개성공단상회가 설립된지 약 1년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당시 함께 일하던 사람들은 모두 뿔뿔이 흩어졌다.

개성공단이 문을 닫은지 8개월이 지났다. 사람들의 머릿속에 개성공단은 희미해진지 오래다. 정부도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입주기업들에 대한 보상이 80~90% 정도 진행되어 끝나가고 있다며 서둘러 마무리지으려 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개성공단 가동 전면중단으로 피해를 입은 기업인, 근로자들은 고독한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개성공단 내 입주했던 주재기업에는 적게나마 지원금이라도 돌아갔으나 원·부자재를 납품했던 영세기업들, 입주기업이 아니라는 이유로 누락된 협력업체는 그 어떤 보상도 받지 못한 탓이다. 개성공단상회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은 모두 5000여개사, 10만명 이상에 달한다. 대부분 근로자수 4~5명 수준의 영세·중소기업들이다. 업체들은 갑작스러운 공단 폐쇄로 매출 급감에 더해 상호 간의 법률분쟁, 임금체불 등 이중삼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

정부는 개성공단 가동 전면중단을 두고 ‘안보를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입주기업들을, 협력사들을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전면중단에 앞서 조심스럽게라도 언질을 줬어야 했다. 언질이 불가능했다면 북에 남겨두고 온 자재와 생산시설 등이라도 회수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벌었어야 했다. 이도 어려웠다면 최소한 자신의 말 한마디에 개성공단에 입주한 기업들에 대해 제대로 된 책임을 져야 했다. 대출금 형식이 아닌 실질적인 보상안과 보상액, 주재기업이 아닌 협력업체에도 보상안을 마련했어야 했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국민과 국가를 보호하는 일 만큼은 결코 양보하지 않겠다”고 했던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들의 재산과 생존권을 보호하지 않았다. 개성공단 가동 전면중단으로 기업인들과 근로자들은 사지로 내몰렸고 하루하루를 버텨내듯 살아내고 있다. 글을 쓰는 내내 말을 울먹이던 개성공단상회 관계자의 목소리가 떠올라 마음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