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서울재도전종합지원센터.   ©중기이코노미

따라서 이미 한번 실패한 사업가에게 또 한 번의 기회를 준다는 것은 처음 창업을 할 때와는 다른 의미가 있다. 이전의 경험을 통해 쌓인 사업역량과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창업과는 시작점이 다르다. 좋은 기회, 좋은 시기를 만나지 못해 안타깝게 실패를 경험한 중소기업에 다시 한 번 도전할 기회를 주는 곳이 바로 ‘중소기업재도전종합지원센터’다.

사업을 정리할지, 회생절차를 밟을지 진단부터

가장 먼저 제공하는 것은 재도전을 신청한 기업이 사업정리를 해야 할지, 회생절차를 밟아야 할지, 자금지원만 있으면 될지 등 그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다. 재도전센터의 업무는 진로컨설팅, 회생컨설팅, 정책자금지원의 세부분으로 나눌 수 있으며, 그 첫걸음은 바로 이런 진로를 결정하는 진로컨설팅이다.

중소기업이 진로컨설팅을 신청하면, 전문가가 기업을 방문해 사업정리(청산·파산) 또는 기업회생에 대한 진단을 내리고 컨설팅을 진행한다. 컨설팅 내용은 기업 기술경쟁력, 사업계획 실현가능성, 재무제표 실사 및 추정, 차입금 상환능력 분석 등이다. 진로컨설팅 지원대상은 ▲3년 연속 영업이익이 낮거나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인 기업 ▲최근 1년간 매출이 직전년도 대비 20%이상 감소한 기업 ▲정부정책자금 연체기업 및 기한의 이익을 상실한 기업 ▲자본잠식 중인 기업 ▲신용보증기관 등에 보증료, 연체, 부실 및 구상권 청구 대상으로 등록된 기업 등이다. 진로컨설팅 신청이 받아들여진 기업에는 최대 240만원까지의 컨설팅비용을 지원한다.

서울재도전종합지원센터 김중교 센터장은 “실패의 경험을 나눠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재도전센터의 존재 이유”라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진로컨설팅을 통해 회생지원가능으로 판정된 기업은 회생컨설팅 과정을 밟는다. 회생컨설팅은 중소기업의 회생절차를 지원해 신속한 경영정상화를 돕는다. 회생컨설팅은 법정관리에 따른 회생신청부터 인가까지의 과정을 컨설팅하고 상담, 자문 등 회생과정에 따른 비용을 최대 3000만원까지 지원한다. 진로컨설팅을 통해 회생지원가능 판정을 통보 받은 날로부터 20일 이내 신청해야 한다. 진로컨설팅을 거치지 않아도 재도전센터와 업무제휴를 맺은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한 기업 중 사전평가를 통해 회생지원가능하다고 판정된 기업도 회생컨설팅을 신청할 수 있다.

회생이 아닌 사업체 정리를 원하는 기업에는 사업정리컨설팅을 제공한다. 진로제시컨설팅 결과 사업정리컨설팅 지원가능으로 판정된 기업에 한하며, 사업정리 전반에 대한 컨설팅 및 플랜, 노무·법률·신용회복 등의 전문컨설팅도 제공한다. 컨설팅비용을 최대 180만원까지 지원한다.

재창업·사업전환·구조개선…재도전센터 정책자금 3종세트

재도전을 위한 정책자금은 재창업지원자금, 사업전환자금, 구조개선전용자금으로 나눠진다.

◇재창업지원자금=예비재창업자 또는 재창업 7년 이내 중소기업으로, 사업실패로 은행연합회의 ‘신용정보관리규약’에 따라 연체 정보가 등재돼 있거나 신용등급 5등급 이하 저신용자로 분류된 실패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재창업을 준비 중인 예비재창업자는 재창업자금 지원결정 후 3개월 이내 법인대표 등록이 가능해야 한다. 또 실패사업체는 폐업을 완료했거나 재창업자금 지원결정 후 3개월 이내 폐업을 완료해야 한다.

지영준 상근컨설턴트는 “재도전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기업경영상 애로사항이 있다면 무엇이든 상담하고, 정부지원책도 안내하고 있으니 재도전센터를 찾아 달라”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사업전환자금=사업전환계획 승인신청일 기준 3년 이상 현재 사업을 영위했어야 하고, 사업전환 이후 상시근로자 수 5인 이상 중소기업으로 제조업 또는 서비스 업종이어야 한다. 또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따른 무역조정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른 무역조정지원기업으로 지정받은 중소기업도 지원한다. 업체당 연간 45억원, 운전자금은 10억원 이내에서 지원하며, 시설자금은 거치기간 3년 포함 8년, 운전자금은 거치기간 2년 포함 5년까지 대출해준다. 자금지원범위는 재창업지원자금과 같다.

◇구조개선전용자금=부실징후가 보이는 중소기업을 선제적으로 지원해 조기 정상화 및 재도약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자금이다. 지원대상은 ▲은행권이 구조개선진단 대상으로 추천한 기업 중 신용위험 평가결과 B·C등급 중소기업 또는 워크아웃 추진기업 ▲정책금융기관이 부실징후기업으로 지정한 중소기업 ▲채권은행협의회운영협약 또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의해 워크아웃을 추진중인 중소기업 ▲재도전센터의 진로제시컨설팅 결과 구조개선 대상으로 판정된 기업 ▲신용불량자로 등록된 기업이나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따라 회생계획 인가기업이다. 자금지원한도는 업체당 연간 또는 3년간 10억원 이내이며, 거치기간 2년 포함 5년 이내 기간 동안 대출을 해준다. 사업에 소요되는 운전자금에 한해서 지원하며 시설자금은 지원하지 않는다.

재도전센터가 지원하는 모든 사업은 사업실패로 인한 폐업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재도전센터는 사업실패 여부를 채무기록, 세금체납 여부, 사업실적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판단한다. 재도전센터의 지원을 원한다면 사업계획서를 필히 작성해 제출해야 한다. 사업전환자금 이외 재창업지원자금, 구조개선전용자금은 주로 제조업과 소프트웨어 개발업종을 대상으로 한다. 김중교 센터장은 “서비스업의 경우 영세 소상공인 수가 많아 지원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며 “건설업의 경우 정부 정책자금 지원대상에는 빠져있지만, 재도전센터 정책자금은 받을 수 있다”고 소개했다.

실패경험을 성공으로 이어가는 선순환 구조가 목표

중소기업재도전종합지원센터는 인터넷을 통해서도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자료=중소기업재도전종합지원센터>

지난해 재도전센터 상담의뢰 건수는 대략 1240건이다. 하루 평균 4건 정도다. 김 센터장은 “재도전센터를 찾아오는 사업자는 창업자와 다를 수밖에 없다. 막다른 골목까지 갔다 왔던 분들이니 상담할 때도 조심스럽다”며 “사업계획을 거절하면 많은 분들이 화부터 내기도 하고…, 그런 어려움이 많다”고 고백한다.

김 센터장은 “우수한 기술과 사업 노하우들이 한 번 실패했다고 사라지고 사장되는 경우가 있다”며 “다시 한 번 일어서게 해서 기술과 노하우를 제대로 구현하고 실패의 경험을 나눠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재도전센터의 존재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김 센터장은 “지원할 수 있는 자금은 한계가 있다.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명확한 사업계획을 세운 상태에서 센터를 찾아야 한다. 물론 시기를 잘못 만난 아이템도 있지만 무작정 ‘돈만 있으면 할 수 있는데’ 라든지, 구체적이지 않은 계획을 들고 와 ‘자금만 지원해주면 당장 실현할 수 있다’고 요구하면 도와드리고 싶어도 도울 수가 없다”고 조언했다.

지영준 상근컨설턴트는 “사업실패 이후 바닥까지 떨어질 때까지 방치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재도전센터에서 지원하는 제도를 빨리 접하고 빠른 시간 안에 신용회복을 하면 피해도 적고 재기도 쉬워진다”며 어려움이 있다면 재도전센터를 빨리 찾을 것을 당부했다. 그는 “사업이 잘 안된다고 판단할 때 제일 먼저 과감하고 신속하게 주변정리를 하는 게 앞으로 재기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재도전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기업경영상 애로사항이 있다면 무엇이든 상담하고, 정부지원책도 안내하고 있으니 재도전센터를 찾아 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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