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비전문 외국인근로자에 대한 고용보험 전면적용 방침에서 한발 물러나 업종별·규모별 단계적으로 적용할 방침을 시사했다. ‘고용안정·직업능력개발계정’만 적용하고 ‘실업급여 계정’은 당초 방침대로 제외한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9월 고용보험법 일부개정안 작업을 진행하면서 비전문 외국인근로자에 대해 업종 또는 사업장 규모와 관계없이 고용보험 전면적용(고용안정·직업능력개발계정) 방침을 정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 방침이 최근 수정돼 업종별·사업장 규모별 단계적 적용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보인다.

발단은 지난 20일 중소기업중앙회가 주최한 고용노동부 장관 초청간담회였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했던 한국도금공업협동조합 신정기 이사장은 “비전문 외국인력(E-9)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사업장의 60~70%가 10인 미만 영세사업장”이라며 “최근 최저임금 인상과 숙식비 제공으로 인건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추가적인 부담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비전문 외국인근로자에 대한 고용보험 전면적용 방침에 대해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헤아려 ‘신중한 접근’을 요청한 것이다.

정부가 비전문 외국인근로자에 대한 고용보험 전면적용 방침에서 한발 물러나 업종별·규모별로 단계적으로 적용할 방침을 시사했다.<자료=비자트>

이에따라 빠르면 다음주 중으로 중소기업인들의 요구를 수용, 업종별·사업장 규모별 단계적 추진인지 아니면 당초 계획했던 전면적 일괄도입인지 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고용보험료 계정은 ‘고용안정·직업능력개발계정’과 ‘실업급여 계정’로 나눌 수 있는데, 실업급여 계정은 지금과 동일하게 비전문 외국인근로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즉 비전문 외국인근로자가 고용보험 당연적용 대상으로 포함되면, 현행 이들을 사용하고 있는 사업주는 사업장 규모에 따라 근로자 1인당 보수총액의 0.25~0.85%의 고용보험료를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다만 고용보험료 중 근로자와 사용자가 각각 절반씩 부담하는 실업급여 계정(보수총액의 0.65%)은 비전문 외국인근로자에게 적용하지 않는다. 실업급여는 외국인근로자의 사업장 이동이 제한된다는 점을 고려해 적용하지 않는다는 것이 고용노동부의 설명이다.

고용노동부가 비전문 외국인근로자에 대한 고용보험 사업 중 하나인 ‘고용안정 및 직업능력개발사업’ 비용을 사업주에게 부담하도록 변경하는 이유는 수익자 부담원칙에 따른 것이다. 외국인고용법에 따라 비전문 외국인력은 입국한지 15일 이내에 외국인 취업교육기관에서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여기에 사용되는 교육비용은 고용보험 기금 중 ‘고용안정·직업능력개발사업’ 계정에서 나온 돈이다. 비전문 외국인근로자의 숫자는 2012년 2월 현재 26만9700명이다. 이중 임의가입을 통해 고용보험에 가입한 비율은 0.8%에 불과하고, 고용보험기금에서 나온 외국인력 관련 예산은 2015년 79억원에서 올해 112억원까지 늘었다.

한편 비전문 외국인력 취업비자(E-9)를 가진 외국인근로자는 업무 숙련도가 낮은 단순 노무인력을 말한다. 중소기업 제조업 사업장이나 어업, 농축산업, 일부 서비스업, 건설업종 등에서 주로 근무한다. 한 사업장에서 비전문 외국인력 한 명당 최대 4년10개월까지 고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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