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성양말 유통업체 ㈜렉시 김진조 부장   ©중기이코노미

“이 양말을 개발하는 데만 5년이 걸렸습니다. 직접 신어본 사람들은 전화까지 해 ‘좋다’고 말하세요. 마니아층도 있습니다. 기능과 기술력을 따져봤을 때 비싼 가격은 아닙니다. 그런데 기존 양말들과 비교해 비싸다고 생각하는거죠. 많이 팔아 이윤을 남겨야 하는 유통업체 입장에서도 달갑지 않을 수 있죠. 지금은 손해를 보면서 제품을 팔고 있는 상황입니다”

기능성 양말 유통업체 ㈜렉시의 김진조 부장(브랜드 비즈니스 팀)은 ‘양말은 싸야만 한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판로를 개척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양말도 과학…기업부설연구소 설립해 R&D 투자

㈜렉시는 국내 양말기업으로 30년 이상 미국, 유럽 등 유명브랜드에 납품해 온 글로벌 양말 제조기업인 ㈜성화물산의 자회사다.

㈜렉시가 특허받은 아치패드를 부착한 기능성 골프양말 렉시.   ©중기이코노미

“양말에 아치패드를 부착하는데 매우 애를 먹었습니다. 세탁해도 떨어지거나 변형이 없도록 해야 해 500번의 테스트를 거쳤습니다. 연구소가 없었다면 어려운 일이죠. 중국산 저가 양말이 판치는 상황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시장을 선도하려면 기술에 대한 투자가 필수라고 생각했습니다”

중소기업 입장에서 기업부설연구소를 운영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지만, 가격 편차가 크고 경쟁도 심한 양말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R&D투자가 필수라 여긴 ㈜성화물산 김철영 대표의 결단에 따라 연구소가 설립됐다. 렉시에는 총 7명의 연구원이 디자인과 소재 등을 연구·분석하고 신제품을 개발한다. 적어도 한달에 한번은 연구원들과 임원진이 모여 신기술에 대해 발표하고 의견을 나누는 시간도 갖는다. 또 개발한 기능에 대해서는 의학적 자문도 구해 보완하고 개발방향 등을 정한다.

렉시는 골프용에 그치지 않고 등산, 메디컬 등 각 분야에 맞는 제품도 개발하고 있다. 김 부장은 기능과 디자인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로 속옷, 의류 등으로 브랜드를 확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최근에는 베트남에 생산공장도 설립했다.

㈜렉시의 기업부설연구소   ©중기이코노미

“렉시(REXY)는 ‘당신에게 혁신적인 경험을’ 선사한다는 의미 ‘Revolutionary EXperience for You’의 줄임말입니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 소비자에게 ‘양말 그 이상의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렉시는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SBS골프채널과 공식 파트너십을 체결해 판로를 넓혀가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이나 골프프로숍, 온라인숍에서도 만날 수 있다. 중국의 유명 온라인 쇼핑몰인 VIP닷컴에도 입점했다.

개성공단 전면중단 8개월째…협력업체 보상 전무한 정부

김진조 부장과 성화물산의 인연은 개성공단상회에서 시작됐다. 개성공단상회는 개성공단제품을 국내 소비자에게 소개하고, 입주기업에 안정적인 판로를 제공하고자 개성공단입주기업 대표들이 힘을 모아 출연한 협동조합이다. 성화물산의 김철영 대표가 개성공단상회에 자금을 출자하고, 렉시의 제품을 납품하면서 개성공단상회를 운영하던 김진조 부장과 안면을 텄다.

㈜렉시의 김진조 부장이 꾸려왔던 ‘개성공단상회’는 개성공단 입주기업 제품을 유통했다.   ©중기이코노미

“개성공단 전면중단으로 어려워 할 때 ‘함께 하자’는 제안은 생명의 은인과 마찬가지였습니다. 이제는 함께 상회를 꾸려나갔던 점주와 직원들의 소식을 말하는 것도 조심스럽습니다. 대다수가 개성공단 비상대책위원회와 함께 1인시위 등을 하면서 실질적인 피해보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피해보상을 제대로 안 해주니, 보상을 받아 협력업체에 원부자재 대금을 지급하려 했던 입주업체와 대금결제를 청구하는 협력업체간 분쟁도 잇따르고 있는 상황입니다”

개성공단에 입주한 기업들은 하루아침에 손실을 봤다. 입주기업이 아니라는 이유로 누락된 2·3차 협력업체 역시 어떤 보상도 받지 못하고 있다. 김 부장이 꾸려갔던 개성공단상회도 마찬가지였다. 개성공단상회는 개성공단에서 만들어진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주목적이었던 만큼 개성공단없이 상회의 자생은 어렵다.

“상회뿐만 아니라 모든 2차, 3차 피해업체에도 실질적인 영업손실 금액에 대한 보상이 있어야 합니다. 당장 먹고 살수가 없는 상황에 이르렀잖아요. 직접 입주하지 않았기 때문에 보상을 해주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영업손실에 대한 보상이 어렵다면, 당장 직원고용에 필요한 고정비라도 지원해야 맞는 것이 아닌가요”

김 부장은 남아있는 재고를 중소기업유통센터가 운영하는 행복한백화점 등을 통해 판매할 계획이나, 유통비용 또한 녹록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절대로 폐쇄하는 일 없게 하겠다고 한 사람이 지금의 대통령입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3개월 가량 개성공단 운영을 중지시켰다 재개할 때, 리스크 때문에 아무도 개성공단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그때 지금의 대통령이 나섰죠. 정세와 관계없이 개성공단은 절대 폐쇄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하루아침에 말을 바꿀 수가 있습니까. 다시 개성공단이 가동된다고 해도 누가 들어가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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