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자동차판매업은 다수의 수요자와 다수의 공급자가 완전경쟁방식으로 거래하는 시장이다. 최근 수요자가 인터넷을 통해 시세를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돼 공급자가 독점했던 정보의 비대칭성이 완화되면서 자유경쟁시장의 특성을 일부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최근 SK㈜, 현대글로비스, AJ렌터카, 롯데렌탈 등 일부 대기업이 자금력과 인프라를 동원해 중고차 공급망을 확대·잠식하고 있어 공급독과점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영세·중소 중고자동차판매업체들이 시장에 중고차를 공급하려고 해도 매물을 구하지 못해 판매 자체가 어렵다는 얘기다. 이에따라 중소기업 적합업종인 중고자동차판매업을 보호·육성하기 위해서는 중고차 매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중고자동차판매업은 각종 중고자동차를 도·소매하는 산업활동을 말한다. 중고차 매매거래는 사업자판매(중고상사 매입거래)와 당사자간 직거래 방식이 있다. 사업자판매는 다시 매매상이 개인 등으로부터 차량을 직접 매입하고 재판매하는 형태와 중고차 소유자로부터 수수료를 받고 판매를 대행해주는 판매위탁서비스 형태로 구분한다.

50인 이상 사업체는 2011년도 매출, SK㈜는 2014년 매출 제외<자료=통계청, SK㈜>   ©중기이코노미

중고자동차판매업은 2013년에서 2016년까지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된데 이어 2016년 3월부터 2019년 2월28일까지 적합업종 지정기간이 연장됐다. 이 기간 동안 대기업은 중고자동차판매시장에서 점포 수를 늘릴 수 없으며, 신규로 시장에 진입하지 말라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권고를 받았다. 익명을 원한 전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한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1차 지정에 이어 2차 지정을 위한 대기업과의 협의과정에서도 커다란 쟁점없이 비교적 무난하게 합의했다”며 “대기업 지점이 현재 위치한 시·군·구를 벗어나 이전할 경우 해당 지역조합과 협의를 거치는 사항을 건의했고, 이 또한 받아들여졌다”고 설명했다.

매출증가율 10.8%→2.9%로 급락…영업이익률 하락세

28일 기준 통계청 도·소매업조사 자료를 보면, 2014년 중고자동차판매업 사업체 수는 5288개다. 2006년 3497개에서 매년 적게는 100여개, 많게는 500개 이상의 사업체가 꾸준히 늘어났다. 시장규모도 2006년 2조796억원에서 2014년 5조2062억원으로 두배 가까이 늘었다.

중고자동차판매업의 2010년 총 매출은 4조3906억원으로 2009년에 비해 55.8% 급증했다. 그러나 이후 2011년 10.8%, 2012년 1.8%, 2013년 2.1%, 2014년 2.9%로 확연히 낮아져, 시장규모는 커졌지만 중고차시장 자체가 성숙기에 접어 들었음을 알 수 있다. 영업이익률 또한 2010년 4.7%에서 2014년 2.6%로 하향세다. 이는 전체 사업체의 64.6%를 차지하는 1~4명 사업체의 매출액이 정체에 빠져든 것에서도 알 수 있다. 1~4명 사업체 수는 2014년 기준 3419개로 2011년 2927개에서 3년사이 492개, 16.8%가 늘었다. 하지만 매출액은 2011년 1조8677억원에서 2014년 1조8822억원으로 871억원, 0.7% 증가하는데 그쳤다. 영업이익률도 2010년 8.5%, 2011년 5.1%에서 2014년 3.7%로 하향추세다.

SK㈜의 경우 미국 IT붐의 성공모델 중 하나인 중고차판매 모델을 바탕으로 해 온라인으로 시작했지만, 결국 오프라인까지 확장하게 된다.<자료=SK엔카 홈페이지>

온라인 중고차 판매는 적합업종 아니다

2016년 중고자동차판매업 적합업종 지정 당시 권고사항을 적용받는 대기업은 SK㈜ 뿐이며, GS카넷과 CJ대한통운은 2013년에 사업을 철수했다. SK㈜ 역시 점포 숫자로만 보자면 26개에 불과해 많다고 볼 수 없다. 하지만 매출액이 2011년 4143억원에서 2013년 6023억원으로, 전체 중고자동차판매업에서 차지하는 매출액 비중은 8.5%에서 11.9%로 늘었다. 통계청 도·소매업조사 자료에서도 50인 이상 대규모 사업체 수는 2013년 10곳에서 2014년 9곳으로 줄었지만, 매출액은 같은 기간 1400억원에서 2518억원으로 1118억원, 79.8% 급증했다.

SK㈜의 경우 2000년 초반 미국 IT붐의 성공모델 중 하나인 중고차판매 모델을 사내벤처 형태로 국내에 들여온 케이스다. 시작은 온라인이었지만 매물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오프라인과 연계를 하지 않을 수 없었고, 결국 오프라인까지 확장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기존에 존재하던 중고차매매단지를 이용하던 것에서 벗어나 독립부지를 확보해 독립적인 매매에 나섰고, 이를 통해 기존 오프라인 중고차판매업자들과의 갈등이 발생했다. SK㈜가 기존 중고차매매단지를 이용하면 기존 상권과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독립부지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온라인을 통해 소비자들이 정보를 얻고 매매에 나서는 것도 간과할 수 없다. 중고자동차판매업의 온라인 플랫폼은 중고자동차판매업과는 별도로 중고차를 매물로 등록하려는 중고차 매매상 및 개인들로부터 등록수수료를 받는 구조의 사업모델이다. 현재 중고차 판매등록을 하는 온라인 등록업체는 30~40여개 정도다.

현재 온라인을 통한 중고차 판매는 적합업종에 해당하지 않는다. 소비자들이 온라인을 통해 가격비교를 하지만, 어차피 오프라인 검증을 거쳐야 하기에 온라인을 통한 중고차 판매는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온라인을 통해 가격비교가 쉬워져 신뢰도를 높이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지만, 최근 ‘보배드림’과 같은 중고차 판매중개 사이트를 이용하는 경우도 많아 오프라인 중소 중고자동차판매업의 매출액이 늘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대기업이 자본력을 앞세워 중고차를 대량매입하면서, 적합업종 일몰에 앞서 중소 판매업자들을 위한 공급망 확보가 시급하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내용과 무관.<사진=뉴시스>

중고차판매업은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제품을 매입해 재판매하는 만큼 공급량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적합업종을 통해 중소사업체를 보호하려면, 중소사업체가 중고차를 공급받을 수 있는 안정적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현재 중고차매매상들이 중고차를 공급받는 경로는 경매가 가장 많다. 차량이 경매에 나오면 차량을 낙찰받는데, 거래 건당 30~40만원의 수수료 상한선을 두고 중고차 경매 플랫폼업체에 낙찰금액의 2.2%에 해당하는 수수료를 지불한다. 경매시스템 자체가 자금력을 바탕으로 해 현재 자동차 경매장(오프라인)을 운영하는 업체도 SK㈜, 현대글로비스, AJ렌터카, 롯데렌탈 등 대기업이다. 이들 대기업들이 경매장을 통해 중고차 판매시장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렌터카 업체도 주요 공급처다. 롯데렌탈과 AJ렌터카 같은 렌터카 대기업들이 경매사업에도 뛰어들었다. 기존 중고차 매매상들의 주요한 공급원인 국내 렌터카 업체가 중고차 경매시장에 직접 진입함에 따라 중고차 매매상들에게 공급하던 양이 줄었다.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줄면서 중고차 매매상이 경매장을 통해 조달하는 가격은 이전보다 높아졌다.

매입전문 브랜드도 중고차 공급원 중의 하나로 일종의 중간 딜러역할을 한다. 일반적으로 중고차 경매업체가 경매장을 운영하기 위한 중고차 확보 차원에서 개인차량 등을 대상으로 매입사업도 하고 있다. 이를 운영중인 기업들은 모두 SK㈜, AJ렌터카, 롯데렌탈 등 업계 대기업이다. 매입전문 브랜드를 통한 중고차 공급은 도매업에 포함돼 적합업종에 해당되지 않는다.

결국 경매나 렌터카 업체를 통한 중고차 공급은 대량으로 이뤄져 단가가 낮아지고, 많은 양을 구입할 수 있는 대기업에 유리하고, 중소 중고차판매업자들은 개인매물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지금과 같은 중고차 매물 공급구조에서는 중소 중고차판매업자들이 버틸 수 없다는 얘기다. 경매의 경우 자본력을 앞세운 대기업을 중소 중고차판매업자들이 당해 낼 재간이 없고, 렌터카 업체를 통한 공급 역시 대기업 내부거래에 불과해 중소 중고차판매업자들이 들어갈 틈이 없다. 결국 몇몇 대기업이 중고자동차 매물을 과점하는 현 상황이 바뀌지 않으면, 적합업종 지정을 통한 중고차판매업자 보호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2019년 적합업종 일몰이 오기 전 공동구매 등의 방법으로 중소 중고차판매업자들이 중고차 공급망을 확보할 수 있는 자구책을 마련하고 이와함께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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