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점법 위반금액을 측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도 본사의 행위가 악질적인 경우 최대 5억원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했다. 공정위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대리점법 위반사업자에 대한 과징금 부과기준에 관한 고시’ 제정안을 지난 28일부터 20일간 행정예고했다고 31일 밝혔다. 

제정안에 따르면 대리점법 위반 과징금은 법 위반금액과 중대성에 따른 부과기준율을 곱해 산출한다. 위법 행위의 중대성 정도는 위반행위의 부당성, 대리점이 입은 피해정도, 전체 대리점 수 대비 피해 대리점 수의 비율 등으로 판단한다. 이 기준에 따라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는 법 위반금액의 60~80%, ‘중대한 위반행위’는 40~60%, ‘중대성이 약한 위반행위’는 20~40% 범위에서 정한다.

가령 본사가 대리점에 밀어내기를 한 물품가액이 10억원이고, 위법행위의 중대성이 ‘중대한 위반행위’로 판단돼 60%로 부과율을 정했다면 10억원에 60%를 곱한 6억원이 과징금 기본금액이다. 사안에 따라 과징금을 더하거나 뺄 수도 있다. 상습적인 법 위반 사업자나 장기간 법 위반 사업자에 대해서는 최대 50%까지, 대리점에 보복조치를 한 경우 최대 20%까지 과징금을 가중할 수 있다. 반면 사업자가 위반행위를 자진시정하거나 조사에 협력한 경우에는 각각 20%까지 과징금을 깎아준다.

현실적으로 법 위반금액을 산출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밀어내기의 경우 밀어내기 물량을 위반금액으로 산정하지만, 판매목표 강제 등의 갑질은 금전적 손해액을 측정하기 어렵다. 이런 경우엔 위반행위의 중대성에 따라 정액으로 과징금을 부과한다.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는 4~5억원, ‘중대한 위반행위’는 2~4억원, ‘중대성이 약한 위반행위’는 500만~2억원이다.

지금까지는 공정거래법의 거래상 지위남용으로 처리해왔던 본사의 대리점법 위반을 대리점법에서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바꾼 것이 핵심이다. 

공정위 제조업감시과 안석우 사무관은 31일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남양유업 사건으로 본사와 대리점의 갑을 관계에 대해 별도의 규율이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국회에서 법이 의결돼, 대리점법에서 과징금 기준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