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이 대한민국을 통째로 집어삼켰다. 지난 국정감사에서부터 이어진 최순실 관련 의혹이 연일 매스컴을 장악하고 있다. 여기에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서도 사안마다 최순실이 주요 키워드로 거론되며 예산안 심의와 처리에 차질을 빚고 있다. 지난달 26일부터 사흘간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는 최순실 의혹 공방으로 이어졌고, 31일 정세균 국회의장과 새누리당·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 원내대표의 예산안 관련 회동은 거국내각에 대한 입장차이로 결렬됐다. 

야당에서는 최순실 예산을 전액 삭감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예산안 처리가 법정시한을 넘길 가능성도 있다. 또 법정시한 안에 처리한다 해도 국회가 최순실 이슈에 집중해 여타 예산안에 대한 심사를 졸속으로 진행할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 많다. 예산안은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인 12월2일까지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국회 예산안 의결이 늦어지면 12월15일까지 예산안을 의결해야 하는 지방의회도 지방재정 편성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법정시한을 지키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내년에 나라를 위해 쓰여질 나랏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일 것인지 정확히 따져 허투루 쓰이는 일이 없게 하는 것이다. 2017년 예산안 규모는 400조7000억원으로 역대 처음 400조원을 넘겼다. 국민의당은 1일 2017년 예산안에서 최순실 등 관련자들이 연루된 문제예산의 규모가 4200억원이며 아직 밝혀지지 않은 예산도 있다고 발표했다. 특히 현 정부의 대표적인 간판사업인 ‘문화융성’, ‘창조경제’ 관련 사업은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국민의당은 이들 사업이 최순실 및 관련자들의 사익추구를 위한 것이라는 정황이 있고, 내년도 예산안과 중기재정계획 12개 분야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이는 분야라고 주장했다.

국가사업이 개인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천문학적 단위의 나랏돈이 개인의 주머니로 흘러들어가는 일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대통령의 국정수행기능은 마비됐고 온 나라가 혼란스럽다. 국민적 분노와 혼란이 그것으로 그치지 않기 위해서 문제가 되는 사업들은 철저한 검증을 거쳐 문제점을 바로잡아야 한다. 국민이 땀흘려 번 돈이 국민의 행복을 위해 쓰여질 수 있도록 정신 똑바로 차리고 꼼꼼히 챙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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