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으로 기업의 문화예술 소비가 위축될 것이란 우려도 있지만, 이 참에 문화예술업계 스스로가 협찬이나 후원에만 기대지 말고 ‘매력있는’ 콘텐츠를 만들어 적극적으로 기업의 소비를 끌어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한국메세나협회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한 ‘새로운 법제도 환경에서의 기업 예술협력 활성화 방안’ 세미나.   ©중기이코노미

메세나(Mecenat)는 기업이 문화예술을 지원하는 사회공헌활동이다. 문화예술업계는 기업의 도움을 받아 예술성 높은 작품을 만들 수 있고, 기업은 이윤의 사회적 환원이라는 기업윤리를 실천하는 동시에 회사 이미지까지 높일 수 있다. 협찬, 투자, 직원복리후생 등이 대표적인 메세나 활동이다. 그런데 이 메세나 활동이 김영란법으로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통상 협찬을 하면, 해당 예술단체가 기업에 티켓을 제공하는데 이 티켓이 문제가 된다. 기업은 이 티켓을 거래처 접대, 직원 복리후생, 홍보 등에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63.9% “김영란법으로 기업 문화예술 지출 줄어든다”

김영란법에 따르면 국가·지방공무원, 공직유관단체 및 공공기관의 장과 임직원, 학교 교직원, 언론사 대표자와 임직원 등의 공직자와 공직자의 배우자가 직무 관련성과 상관없이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으면 형사처벌을 받는다. 100만원 이하 금품수수는 직무 관련성이 있는 경우에만 과태료를 부과한다. 음식의 경우 3만원, 선물은 5만원, 경조사비는10만원을 한도로 정했다. 더 적은 금액이라도 원활한 직무수행, 사교·의례 또는 부조의 목적을 벗어나 대가성이 있다면, 뇌물죄로 형사처벌 대상이 되며 과태료도 부과한다.

따라서 기업이 협찬 후 단체로부터 받은 5만원 이상의 티켓을 거래처나 회원에게 줄 경우 티켓을 받은 사람이 공직자 등 김영란법 적용대상자라면 법에 저촉된다. 특히 상대적으로 고가인 뮤지컬이나 오페라 공연의 경우 문제는 더 커진다. 이 때문에 기업의 메세나 활동이 줄 것이고 문화예술계가 타격을 입을 것이란 얘기다. 김성규 대표가 제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메세나 활동을 하고 있는 대기업 및 중소기업 80곳 가운데 63.9%는 김영란법 시행으로 기업의 문화예술 지출이 전반적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김 대표는 이에따라 “기존에는 협찬이나 후원에 대한 대가로 티켓을 받은 후 이를 문화접대로 활용한 경우가 많았는데, 접대 외에도 교육훈련·복리후생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면 기업의 문화소비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했다.

기업 요구 반영해 기획하고 매력있는 콘텐츠 만들자

또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업담당자들은 티켓이 아닌 다른 혜택이 있어도 협찬이나 후원을 할 의사가 있느냐는 물음에 45.6%가 그렇다고 답했다. 기업 내 교육훈련과 관련된 문화예술 행사 등을 기획해 제공할 경우 활용하겠다는 응답도 67.7%였다. 이를 놓고 보면, 후원에 대한 대가로 공연티켓 대신 홍보마케팅으로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 등을 개발하고 문화예술행사를 기획해 후원기업에 제공할 수 있다면, 메세나 활동이 우려했던대로 크게 위축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이와함께 김 대표는 협찬과 관련해, 정부당국이 문화예술 전용 상품권을 개발할 것을 주문했다. 김영란법에 금액이 명확하게 정해져 있는만큼, 가격이 정해진 티켓을 선물로 제공하는 경우 그 금액을 초과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문화상품권처럼 1·3·5만원 등 정액으로 구성된 공연상품권을 개발·발행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수 있다. 악용을 방지하기 위해 상품권의 현금화를 막고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없도록 한 법적장치도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이날 월간 ‘더 뮤지컬’ 박병성 편집장은 기업이 협찬티켓을 홍보용으로 사용할 경우, 김영란법 적용대상자가 있을 수도 있는데, 이 경우 청탁이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예외경우로 인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 박 편집장은 “문화계에서 청탁과 무관하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면, 김영란법 취지를 살리면서 업계 위축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며 “자체 가이드라인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문화예술계 스스로도 기업의 수동적인 기부에만 의존하지 말고 매력있는 콘텐츠를 만들어 적극적인 투자를 이끌어 내자는 의견도 있다. 공연기획 및 대행사 ㈜스테이지원 박진학 대표는 “기업과 개인이 기부 또는 협찬을 할 마음이 생기도록 예술계 스스로 매력적인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며 “예술을 한다고 해서 당연히 지원받아야 한다는 태도로는 장기적인 후원으로 이어지기 어렵기 때문에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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