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해서 만든 신기술을 해외기업에 납품하는 것 보다는 국내산업에 발전이 될 것 같아 대기업과 계약을 추진했지만, 돌아온 건 기술탈취였다” 3일 국회에서 열린 기술탈취 근절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한 한 중소기업 대표의 말이다. 

중소기업의 기술유출을 막고 이를 제재하기 위한 법이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구제받기 어렵다. 하도급법에 따르면 중소기업은 ‘상당한’ 노력에 의해 자료를 비밀로 유지해야만 기술자료로 인정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계약을 체결하려면 스스로 기술을 공개해야 하는데, 이럴 경우 ‘비밀’이라는 요건이 깨진다. 대기업 실무담당자가 제품을 분해하겠다고 통보하거나 카카오톡으로 세부 자료를 요청해도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거절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싫은 소리를 했다간 언제 계약이 끊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대기업과 계약을 진행하려면 자료를 제공해야 하고, 제공했다간 비밀유지를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으므로 기술자료로 보호받을 수 없는 아이러니다.

사정이 이런데 담당기관의 반응은 냉담하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특허청 한 담당자는 “비밀유지약정을 체결하면 구제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있는데 왜 활용하지 않았느냐”고 했다. 소매치기를 당했는데 훔쳐간 사람을 탓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에게 왜 조금 더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냐고 질책하는 모양새다. 중소기업 스스로가 조심해야 할 부분도 물론 있겠지만, 제대로 보장하기 위한 제도 개선도 필요해 보인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박정만 변호사는 “대기업 요청에 따라 중소기업이 기술을 제공한 경우, 특별한 예외가 없는 한 비밀유지 협약이 체결된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런 방안도 대안이 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