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도시 뉴욕시엔 월마트가 없다. 지역 소상공인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이유로 뉴욕시가 월마트 입점을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상공인연합회 최승재 회장은 이 대목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벤치마크를 좋아하는 한국이 왜 이런 건 선진국을 따라가지 않느냐는 말이다. 미국, 유럽, 일본에선 자본이 한 곳에 집중됐을 때의 부작용을 알기에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고 최 회장은 말했다.

“대형마트가 도심 한가운데서 블랙홀처럼 자본을 빨아들여, 소상공인들은 폐업하고 있습니다. 대형마트가 들어서기 전을 생각해봅시다. 빵집 주인이 돈을 벌어서 동네 슈퍼마켓에 가서 물건을 사고, 동네 이발소 가서 머리도 자르고, 노래방에도 갑니다. 동네에 돈이 도는 거죠. 반면 대형마트에서 번 돈은 그 지역이 아니라 대형마트 본사로 흘러갑니다. 지역엔 돈의 씨가 마르죠. 지자체장들은 대형마트 입점을 업적인양 생각하는데 두고 보세요. 나중엔 지역경제가 폐허가 될 겁니다”

대형마트에서는 지역에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며 지자체에 유혹의 손길을 건넨다. 대형마트가 생기면 지역 주민을 몇 명이상 고용하겠다는 약속도 한다. 스웨덴 가구회사 이케아도 경기도 광명에 입점할 당시 지역주민들을 500명 이상 채용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아르바이트로만 채웠다는 지적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형마트 입점으로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진다면 좋겠죠. 그러나 마트 일자리라는 게 결국 비정규직, 아르바이트 아닙니까. 대기업들이 인턴이나 쓰지 제대로 사람을 뽑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10명이서 하던 일을 지금은 똑똑한 3명을 뽑아서 5명치 월급을 줘서 시키고 있습니다. 나머지 일들은 전부 다 비정규직들이 합니다”

◇“카카오, 투자 않고 오프라인 소상공인 수수료만 챙겨”=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일고 있는 카카오와 키워드광고로 소상공인들의 광고비 부담을 늘리고 있는 네이버에도 쓴 소리를 했다.

“카카오가 공격적으로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죠. O2O의 본질은 온라인의 장점을 오프라인과 융합해 보완하는 건데, 카카오는 오프라인 업자들에게 온라인 수수료 부담만 가중시키고 있어요. 투자는 하지도 않고요. 기존의 시장 지배력으로 오프라인에 있는 소상공인들을 경쟁시키죠”

최근 카카오는 콜택시, 대리운전, 가사도우미, 주차장 등 O2O 사업으로 플랫폼기업으로의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최근에는 주문중개 플랫폼 회사에 지분 투자를 해, 배달음식 플랫폼을 만들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카카오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는 입장이나, 배달음식 앱에서는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배달음식은 소상공인 전용 업종이다. 카카오가 업계에 진출할 경우 영향력도 상당하다.

“O2O 업자들이 처음에는 공짜로 하는 것처럼 시작합니다. 그런 다음 이용자가 늘어나면 꼼짝 못하게 만들죠. 소상공인들에게 수수료 비용을 전가시키는 거예요. 같이 크면서 숲을 만들어 가야 할 카카오가 다른 나무들은 다 말라 죽여 가며 혼자 크려 하고 있어요”

◇“네이버 성공은 독점적 지위에 의한 그늘”=네이버에 대해서는 무한경쟁 키워드광고로 소상공인들의 광고비 부담을 늘리고 있다고도 했다. 

올해 3분기 네이버는 처음으로 분기 매출 1조원을 넘겼다. 3분기 매출 중 74%는 광고 수입, 22%는 콘텐츠 수입이었다. 네이버가 광고로 수백억원을 벌었다는 것은 기업과 소상공인이 수백억원을 광고비로 지불했다는 뜻이다.

최 회장이 특히 문제 삼은 것은 소상공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키워드광고다. 가령 네이버에서 ‘여자쇼핑몰’을 검색하면 ‘파워링크’ 업체 10곳과 ‘비즈사이트’ 5곳이 뜬다. 모두 네이버에 광고비를 낸 광고주다. 업체 순서는 입찰가 순서대로다. 입찰가를 많이 적어낼수록 상단에 뜬다. 비용 부담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여자쇼핑몰’을 검색한 사람이 광고로 뜬 업체 중 한 곳을 클릭하면 광고주는 건당 수수료를 내야 한다. 이 때문에 일부러 경쟁사 키워드를 검색한 뒤 광고를 클릭해 수수료가 더 나가게 만드는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했다.

“네이버는 소상공인들이 모인 플랫폼을 만들어, 여기서 파생되는 이득을 몇 조원씩 벌어들이고 있습니다. 이건 네이버의 성공사례가 아니라 독점적 지위에 의한 그늘이에요. 자본이 선순환돼야 하는데 한쪽에만 몰려있죠. 정부에선 전혀 제어하지 않고 있고요”

참다 못한 소상공인연합회는 직접 발을 걷어붙였다. 최근 ‘인터넷 포털의 불공정 거래에 대한 실태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활동에 나섰다. 포털 불공정거래 신고센터를 운영 중이다. 2013년에도 ‘포털대책위원회’를 만들어 네이버로부터 불공정거래를 개선하고 상생하겠다는 약속을 받았으나, 면피용 시간 끌기에 불과했다는 게 연합회의 입장이다.

“네이버가 사업을 확장하는 걸 문제 삼을 순 없죠. 문제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거래예요. 지금 사례들이 속속 접수되고 있습니다. 네이버라는 기업 자체를 공격한다기보단 독점적인 포털을 지적하는 겁니다. 사례를 접수해 네이버에도 심각성을 알리고, 문제점을 고치게끔 할 겁니다. 고치지 않는다면 네이버가 나쁜 포털이라는 걸 알리는 수밖에요”

◇“매출 같아도 창업기업과 장수기업은 다르다”=최승재 회장은 PC방 사업자 출신이다. 1998년에 서울에 PC방을 차려 잘 나갈 땐 6개까지 점포를 늘렸다. 그러나 모바일에 밀리고, PC방이 게임에만 목매다 보니 쇠퇴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지금은 모두 폐업하고 연합회 일에만 집중하고 있다. 소상공인 출신이니 현장 애로사항을 누구보다 잘 안다.

18년간 사업을 해온 그는 장수 소상공인을 우대하는 문화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교토의 한 떡집에 갔더니 프랑스 명문대학인 소르본 대학을 졸업한 자녀가 가업을 잇고 있더라는 얘기다. 물론 단편적인 사례지만 일본엔 장수 소상공인들이 대접을 받는데, 한국은 그렇지 않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갓 창업한 사람이나, 10년 장사한 사람이나 대출받을 때 기준은 똑같아요. 세금 낸 걸로 매출액을 보거나, 담보를 요구하니까요. 하지만 엄연히 다르죠. 창업해서 지금 당장은 매출이 많이 나올 수 있지만 꾸준히 한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10년 이상 오래 버틴 기업들은 그 분야에서 상당히 경쟁력이 있다는 거예요. 웬만하면 망하지 않는단 얘기죠. 오래된 소상공인이나 기업을 육성하는 문화가 없어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