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개인가맹점의 평균 생존기간은 3년4개월이라는 조사가 있다. 금융감독원과 KB국민카드가 지난 2013년 조사한 자료인데, 2002년부터 2011년까지 204만개 가맹점을 대상으로 했다. 특히 새롭게 창업한 개인사업자의 생존기간은 2년4개월로 이 보다 짧았다.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회 행정개혁을 위한 입법 토론회’에서 가맹점주협의회의 서홍진 가맹거래사가 제시한 자료를 보면, 최근 분쟁중인 가맹점사업자단체의 신고사건 중 ‘더풋샵’의 경우 2014년 9월 신고가 됐지만 25개월이 지난 후 시정조치 명령이 내려졌다. 또 ‘미스터피자’는 2015년 1월 신고 이후 현재 담당자가 변경됐다는 이유로 사건조사 진행이 멈춘 상태이고, ‘피자헛’ 역시 2015년 5월 신고 이후 17개월째 사건검토 중이다. 만약 신규창업자들이 이들 가맹본부와 분쟁에 휘말렸다면, 금감원 등의 조사를 감안했을 때 폐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스터피자 가맹점주협의회가 미스터피자 본사의 불공정행위를 규탄하며 농성중이다.   ©중기이코노미

이에대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김남근 변호사는 토론회에서 “공정위에서 접수사건 처리를 늦게 하면, 그 사이 가맹점주는 거래거절을 당하고 바로 생존위기에 몰린다”며 “공정위의 행정절차상 문제 중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공정위에 접수된 사건은 ‘원칙적’으로는 신고사건 처리 최종시한을 2개월로 정하고 있다. 그러나 2개월의 처리시한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또 2개월을 넘겨 조사해야 할 때 그 사유에 따라 잠정처분하는 명확한 기준이 없다”고 했다.

“사건 대비 조사관 부족해 처리시한내 역부족”

검찰이나 경찰의 고소·고발 사건이 원칙적으로 3개월내 기소 또는 무혐의 등의 처분을 원칙으로 하고 있고, 3개월을 초과한 경우 피의자 소재불명으로 기소중지 또는 참고인 소재불명으로 참고인 중지 등 사건조사를 잠정적으로 중단해야 하는 사유를 기재해 잠정처분 하도록 하고 있지만, 공정위는 사유를 밝힐 의무도 없다.

이날 토론회에서 토론자로 참석한 국회입법조사처 금융공정거래팀 강지원 조사관 역시 “공정위의 조사·심의 등 사건처리 과정에서 절차적 투명성과 내부통제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공정위 심판총괄담당관 윤수현 과장은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처리기한 2개월은 공정위 서비스헌장에 포함된 것으로 사건을 의욕적으로 처리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며 “사건 대비 부족한 조사관 숫자 등 내부역량이 부족해 이를 충족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윤 과장은 이어 “사건처리 지연 민원을 해소하기 위해 공정위는 지난 2월 ‘사건처리 3.0’ 개혁방안을 발표하고 ‘공정거래위원회 회의운영 및 사건절차 등에 관한 규칙’을 고시해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회 행정개혁을 위한 입법’ 토론회에서는 공정위의 ‘늑장 사건처리’가 도마위에 올랐다.   ©중기이코노미

공정위 고시안을 보면 ‘자진신고자가 제출한 감면신청서를 접수한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조사를 개시’해야 한다. 사건 심사관은 ▲최초 자료제출요청일 ▲당사자 또는 이해관계인에 대한 최초 출석요청일 ▲최초 현장조사일 중 가장 빠른 날 그리고 ▲위반 혐의사실을 신고 받은 경우에는 신고접수일부터 10일이내 사건으로 등록해야 한다. 심사관은 사건 등록 후 조사개시일부터 6개월(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 및 부당한 지원행위 사건의 경우 9개월, 부당한 공동행위 사건의 경우 13개월) 이내 당해 사건에 대해 심사보고서를 작성해 각 회의에 제출하거나 전결처리를 해야 한다. 또 임시중지명령사건의 경우 ▲사건의 개요 ▲사실의 인정 ▲임시중지명령 사유 ▲심사관의 의견을 간이하게 기재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공정위 고시안에 대해 토론회 참석자들 다수는 고시 자체의 법적성격이 강행규정이 아니라는 점에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놨다. 따라서 공정위가 사건을 처리할 기간을 법률에 명시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의원은 공정위가 ‘신고서 접수일로부터 3개월 내에 조사를 완료하고, 조사를 완료하지 못하는 경우 신고인에게 그 사유와 조사 진척상황, 향후 조사계획 등에 관한 내용을 통지’하는 내용을 담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50조의4항을 신설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가맹점·대리점과 가까운 지자체에 권한 위임 필요

국회입법조사처 금융행정팀 강지원 조사관(사진 맨 왼쪽)은 공정위 사건처리 속도가 늦은 이유 중 하나로 “절차적 투명성과 내부통제 미흡”을 꼽았다.   ©중기이코노미

김 변호사는 “전국에 산재해 있는 가맹점주, 대리점주, 수급업체 등을 보호하는 공정경쟁 행정분야에 대해서는 지자체도 불공정행위 조사와 시정조치, 시정명령, 검찰고발 등 행정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재 서울시와 경기도는 2013년부터 불공정피해상담센터를 설치해 가맹점·대리점 등의 불공정 피해 상담을 하고 업종별 실태조사를 해오고 있다. 하지만 강제권이 없어 가맹본부가 사건 관련 정보를 제출하거나 조사에 응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한다.

서울시 소상공인지원과 곽종빈 과장은 “미스터피자 분쟁의 경우에도 몇 차례 의견을 나누고자 했지만 쉽게 응하지 않는다”며 “현장에 가까운 지자체가 나서 가맹점주나 대리점들의 피해구제와 생계문제를 빨리 해결할 수 있도록 지자체에 권한을 위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경기도 공정경제과 상생협력팀 조장석 팀장도 “감시자가 많을수록 불공정도 빨리 해소되지 않을까 싶다”며 “인력이 부족한 공정위가 지자체와 협업해 처리하면, 행정적 공백을 상당부분 메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거들었다.

공정거래위원회 심판총괄담당관 윤수현 과장은 “사건처리가 늦다는 지적에 대해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이밖에도 각 사건별 처분·공소시효 만료 관리 시스템을 통해 기간에 따라 우선적으로 관리·감독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국회입법조사처 금융공정거래팀 강지원 조사관은 “지난해 10월 사건절차 규칙개정 예고 당시 이런 내용이 포함됐지만 개정시에는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예고 당시 공소시효 만료일 1년이내 사건의 별도관리와 고발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사건에 대해 공소시효 만료 최소 6개월전 위원회에 상정하도록 하는 방안이 제시됐지만 개정된 고시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공정위 심판총괄담당관 윤수현 과장은 이와관련 “공소시효 만료일 1년 이내 사건의 경우 별도관리하고 공소시효 만료 최종 6개월전 위원회에 상정하도록 내부 전산시스템을 구축했다”며 “이미 전산망을 구축했기 때문에 공소시효 만료로 인해 관련 사건을 조사하지 못하는 경우가 없어 별도로 고시에 담을 필요가 없었다”고 중기이코노미에 밝혔다.

윤 과장은 “사건처리가 늦다는 지적에 대해 변명하기가 쉽지 않다”며 “내부적으로 나름 노력을 해왔다. 신고일로부터 6개월내 처리한다는 기준이 고시이전 외부에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원칙적으로 정해놓고 모니터링 해왔다. 공정위 관련 사건이 늘어나면서 복잡해지고, 인력은 정체돼 힘든 면이 있다”고 토로했다. 또 “법률로 다루는 것에 대해 공정위가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고시에 조사완료 시점을 신고일로부터 6개월로 한 것은 공정위가 기존에 처리해왔던 역량에 따라 결정한 것이다. 3개월이면 시스템 변경이 없는 한 과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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