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적합업종 변칙’ 심한데 동반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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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적합업종 변칙’ 심한데 동반위 “모른다” 화훼 특화매장, 오프라인 중고서점, SSM…동반위 “실태조사 없어”

기사입력2016-11-09 11:21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대기업들이 적합업종 제도를 피해 변칙형태로 골목상권에 진출함으로써 기존 ‘중소’상권이 위협을 받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사회적 이슈가 된 기업형슈퍼마켓(SSM)에 이어 서점업계의 경우 YES24가 서울 강남역에 오프라인 중고서점을 열었는데, 중고서점은 적합업종에 해당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2019년 적합업종 일몰 이후 이러한 중고서점 형태를 계속해서 유지할 것으로 믿기 어렵다는 점이다.

오프라인 중고서점인 YES24강남. ©중기이코노미

동반성장위원회에 따르면 2011년 적합업종 지정 이후 대·중소기업간 합의사항 미이행 건수는 2012년 6건, 2013년 6건, 2014년 2건 그리고 2015년과 2016년에는 단 한건도 없다. 지금까지 적합업종으로 지정되거나 시장감시, 상생협약을 통해 합의·권고된 품목이 111개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우려한 만큼 많다고 볼 수 없다. 하지만 그 이면에 이처럼 대기업이 변칙적인 방법으로 시장에 진출한 사례가 적지 않다.

국회 의원회관에서 8일 열린 ‘소상공인 및 생계형 적합업종 보호에 관한 토론회’에서는 이같은 지적이 쏟아져 나왔다.

서점업계를 예로 들면, 교보문고의 ‘바로드림센터’는 온라인으로 책을 주문하고 오프라인으로 받을 수 있는 O2O(Online to Offline) 매장이다. 직접 책을 판매하지 않기 때문에 적합업종에 해당하지 않는다. 또 YES24의 경우 지난 4월 ‘YES24강남’이라는 오프라인 중고서점을 강남역에 오픈했는데, 중고서점 또한 적합업종에 해당하지 않는다.

‘소상공인 및 생계형 적합업종 보호에 관한 토론회’에서 한국서점조합연합회 정성훈 사무총장(왼쪽)은 “대기업이 변칙적으로 진출하고 나서 적합업종 일몰 후 그 모습을 바꾸게 되면 시장진출 교두보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기이코노미

특히 이렇게 진출한 매장들이 지금의 형태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 장담할 수 없다. 서울서점조합 정성훈 대외협력위원장은 “이런 변칙적인 진출로 인해 전체 서점업계의 85%를 차지하는 동네서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적합업종에서 해제되고 나면 일반적인 서점의 모습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대기업 진출의 교두보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표적인 변칙 진출은 슈퍼마켓이다.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정연희 정책기획실장은 “슈퍼마켓이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이후 상황이 조금 나아졌다. 하지만 대형마트가 기존 방식으로 시장진입이 어려우니 규모를 작게 한 ‘홈플러스익스프레스’, ‘이마트 에브리데이’, ‘롯데수퍼999’ 등 기업형슈퍼마켓(SSM)으로 골목상권에 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편의점 수가 급격히 늘어나 동네슈퍼가 어려운 상황에서 대기업들이 변종형태로 진입해 기존 상권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한 대기업의 점포 한개가 들어선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정 실장은 “대기업 점포 하나가 들어오면 경쟁 브랜드의 점포도 곧바로 진출한다. 그렇게 골목상권을 나눠 먹으니 동네슈퍼는 찾아볼 수 없다”고 했다.

화훼업계에서는 카페와 화훼판매를 겸한 특화매장의 형태로 진출하는 대기업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롯데마트의 ‘페이지그린’은 카페와 서적판매 그리고 원예가 결합한 형태인데, ‘화초 및 산식물 소매업’이 아닌 특화매장으로 분류돼 적합업종 대상이 아니다.

(사)한국화원협회 문상섭 회장은 “페이지그린 매장을 직접 방문하니 화훼는 물론 장갑부터 장화까지 화훼관련 소모품을 다 취급하고 있다”며 “현재 창원 양덕점, 김해 장유점, 부평점, 구로점 등 11개가 개설됐으며 올해까지 약 30개 점포를 더 개설할 예정이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문 회장은 “롯데마트는 마트에 입점해 있는 화훼매장 임대계약자들과 계약이 끝나는대로 내보내고 페이지그린을 늘려가고 있는 추세”라며 “지난 5월 창원 양덕점 주변 회원들을 방문하니 페이지그린 입점 이후 매출이 30~40%가량 줄었다고 한다. 현재 롯데마트에 남아있는 화훼 소상공인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불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롯데마트 뿐만 아니라 다른 대형마트들도 이런 형태로 진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덧붙였다.

더 큰 문제는 동반위가 이러한 실태를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동반위 강재영 운영국장은 “아직까지 이에 대한 실태조사 사례가 없어 명확한 답을 내놓기는 힘들다”며 “합의사항 위반이라면 조치가 뒤따라야 마땅하다.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을 반영해 실태조사 후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적합업종을 법제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더 커진다. 사단법인 ‘선’의 김성진 상임변호사는 “적합업종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성장과 보호라는 두가지 취지가 있지만, 어디까지나 생존이 먼저다. 법제화해 대기업의 무분별한 확장을 막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