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변경될 미국의 통상정책에 대한 전문가들의 예측이 앞다퉈 쏟아지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으나, 보호무역주의가 심해짐에 따라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가 피해를 입게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가 주요 대선공약으로 내놓은 ▲중국산 제품 45% 관세부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등은 당장 정책으로 시행되기는 어렵겠지만, 어떤 형태로든 보호무역조치를 통해 정책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외부환경 변화에 따른 대응능력이 취약한 수출 중소기업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자동차 부품제조와 철강관련 기업의 피해가 우려된다. 한·미 FTA 이후 한국의 자동차 무역흑자 규모는 2011년 83억달러에서 지난해 163억달러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하지만 트럼프가 자동차, 철강 등 미국 제조업을 주도하다 지금은 쇠퇴한 ‘러스트벨트’ 지역에서 높은 지지를 얻은 만큼 제조업 부활을 위한 공약은 대부분 이행될 가능성이 높다. 또 트럼프가 대중국 무역제재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미국과 중국간 무역분쟁이 격화되면 한국수출에도 적신호가 켜질 수 있다. 불확실성 증가로 인한 금리인상과 시장변동성 확대 등도 악재다.

그러나 정부의 대책은 미흡한 상황이다. 지난 14일 부랴부랴 대미통상협의회를 구성해 “한·미 FTA 재협상에 대비한 대응전략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게 전부다. 한미 FTA로 인한 무역증가 등 긍정적인 면을 미국측에 알리고 구체적인 상황을 모니터링 하겠다는 것이다. 미국 대선 과정에서 한·미 FTA, 관세인상 등이 수차례 거론됐던 점을 감안할 때 늑장대응으로 볼 수밖에 없다. 또 직접적인 교역 외에 중국, 멕시코 등을 통한 수출 등에도 타격이 불가피한데 이에 대한 대응책은 전무하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미 FTA 재협상으로 양허정지가 이뤄질 경우 2017∼2021년 5년간 총 수출손실은 269억달러, 일자리 손실은 24만개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특히 국내 경기침체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중소기업의 해외진출을 적극 장려해 온 정부로서는 지금처럼 손놓고 있어선 안된다. 환경변화에 취약한 중소기업에 관련 정보를 신속하게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FTA 재협상 등 모든 상황에 대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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