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기준 1조3990억달러였던 전세계 할랄시장 규모가 2020년에는 2조40억달러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코트라는 전망했다. 이처럼 시장규모도 커지고 ‘할랄’에 대한 전세계적인 관심이 높아지면서 우리 정부 역시 할랄을 신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각종 지원책을 내놨지만, 풀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우선 기업들이 가장 어려워 하는 것은 ‘할랄인증’이다. 인증제품만 수출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무슬림소비자가 물건을 구매할 때 ‘할랄인증’은 중요한 고려대상인 것은 틀림없다. 심지어 인증이 없으면 제품을 팔 수 없는 국가도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는 할랄이 아닌 상품의 국내유통을 제한하고 있으며, 원칙적으로 수입·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국가, 종파, 지역관습에 따른 이슬람 율법 해석차이로 국가별 할랄인증의 기준과 절차도 다르다. 국가마다 인정하는 인증도 제한적이다. 예컨대 국내 인증기관인 한국이슬람교중앙회(KMF) 인증을 말레이시아에서는 인정하지만, 인도네시아는 인정하지 않는다. 진출하고자 하는 할랄시장이 어디냐에 따라 추가비용을 지불하고 인증을 획득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공신력 있는 국제기관의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기관별 차이는 있으나, 국가별로 대략 2000여만원이 든다. 중소기업 입장에서 적잖은 부담이다.

정부는 인증비용을 기업에 지원하고, 국내 공식 할랄인증기관과 해외 할랄인증기관과의 교차인증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KMF와 말레이시아 쟈킴(JAKIM)은 교차인증이 된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정부는 인도네시아 무이(MUI), UAE의 에즈마(ESMA)와의 교차인증을 추진하고 있지만, “해당국가의 반응이 미적지근해 교차인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또 계약기간이 만료될 말레이시아 쟈킴과도 갱신을 앞두고 있다.

정부 육성 밝혔지만…교차인증 난항, 사회 일각 거부감도

교차인정이 어려운 이유중 하나는 한국이 비이슬람국가이기도 하지만, 국내 할랄인증기관의 신뢰도와 인지도가 높지 않기 때문이다. 할랄연구소나 물류감시센터를 설립해 전문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할랄인증을 받기 위한 중소기업은 재료가 할랄임을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는 점과 대체원료 수급이 걱정이다. 주재료를 제외하고 대부분 외부에서 공급받는 중소기업은 원료 전부를 입증하기 어렵다. 또 비용과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 입장에선 대체원료를 직접 개발하는 것은 고사하고 공급처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다. 중기이코노미 취재과정에서 만난 식품제조업체 한 관계자는 “정부는 막연하게 수출시장 확대를 외치고 있는데, 할랄 원부재료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대체원료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공급처 리스트를 공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슬람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을 없애는 것도 정부가 풀어야 할 과제다.   ©중기이코노미

실제 중소기업중앙회 조사를 보면, 할랄시장에 진출시 가장 큰 애로사항은 공급처 등 ‘할랄시장에 대한 정보부족’이 절반(46.7%)이었다. 그래서 시장동향부터 할랄 원부재료 생산업체에 관한 리스트를 공유하는 정보사이트를 구축해 달라는 게 업계의 요구다. 예를들어 독일의 경우 ‘할랄추적시스템’을 통해 할랄식품 원재료 뿐 아니라 제조단계부터 배송단계까지 모든 과정을 기록해 국제적인 신뢰도를 얻었다.

할랄지원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것도 문제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식품, 문화체육관광부는 관광과 콘텐츠, 의료관광은 보건복지부가 맡고 있다. 주관부처가 많아 정책에 일관성이 없을 뿐더러 기업이 제대로 활용하기도 어렵다.

이밖에 기업들이 곤란해 하는 것은 이슬람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이다. 사회 일각에서 갖고 있는 이슬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없애는 것도 정부가 풀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할랄식품만 고집할 필요 없다…화장품, 게임 등 부상

할랄시장에 진출하려면 꼭 식품산업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 최근 화장품, 의약품, 관광, 물류로까지 범위가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기이코노미가 만난 할랄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식품보다는 화장품, 관광, 문화콘텐츠 등을 유망한 분야로 꼽았다. 식품시장은 맥도날드, 네슬레 등 다국적기업이 선점한 상태라 경쟁이 치열하다. 또 터키나 이란처럼 농산물이 풍부한 국가도 많아 굳이 한국식품을 사먹을 이유가 없다. 그런데도 정부의 할랄지원사업은 대부분 식품분야에 치우쳐 있다.

서울 이태원 우사단로에 위치한 할랄화장품 매장.   ©중기이코노미

세계 굴지의 화장품회사 가운데 현재 할랄제품을 개발한 사례는 아직 없다. 그러나 무슬림권은 화장품 시장규모가 크고 소비액도 커 잠재력이 있다. 코트라에 따르면 2014년 기준 무슬림의 화장품 소비액은 540억달러로 세계 화장품 소비액의 7%를 차지한다. 미국(800억달러)과 일본(790억달러), 중국(600억달러)에 이어 네 번째로 큰 시장이다. 할랄인증이 반드시 필요하지도 않다. 천연·유기농 제품이 무슬림소비자에게 더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화장품은 한류영향으로 인기도 높은데다 가격대비 성분도 좋아 가격경쟁력도 갖췄다. 식품의 경우 홍삼이나 꿀 등 틈새시장을 노려야 하지만, 화장품은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 특히 피부관리, 헤어클리닉 등 관련 뷰티산업가지 동반 진출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게임 역시 유망산업으로 보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5 대한민국 게임백서’를 보면, 지난해 국내 게임수출은 32억1463만달러로 2014년 대비 8.1% 증가하는 등 세계시장에서도 통한다. 이슬람문화의 특성상 여성들이 집안에 있는 시간이 많고, 동남아나 중동의 경우 날씨가 더워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게임수요가 크다. 다만 게임 캐릭터나 내용 등을 이슬람식으로 수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여성캐릭터가 과도한 노출을 해서는 안된다.

같은 이유에서 드라마와 같은 문화콘텐츠도 유망하다. 드라마의 경우 남녀분리문화로 인해 노골적인 애정을 표현하는 멜로물보다는 겨울연가류의 로맨스 장르가 호응도가 높다. 이란 국영방송사 IRIB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05년 방송된 ‘대장금’은 평균시청률 90%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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