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이 ○○의 전부는 아니다” 지난 17일 대학수학능력평가시험이 끝나고 한 포털 사이트에 만들어진 댓글응원 릴레이 제목이다. 빈칸에는 ‘인생’, ‘재테크’, ‘성공’, ‘대학진학’, ‘삶’ 등을 채워넣은 응원이 이어졌다. 1년에 하루 수능일만큼은 기업체와 관공서의 출근시간도 1시간 늦춰질만큼 우리사회에서 ‘수능’이 가지는 의미는 크다. 금수저도 흙수저도 대학입학은 성공으로 한발 다가가기 위한 가장 중요한 관문이며, 부모들은 ‘교육은 재테크’라는 웃지못할 말을 하기도 한다. 적어도 학력만큼은 세속이 아닌 실력이라 믿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선실세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이대 부정입학에 이어, 최순실의 조카 장시호는 고교3년 내내 꼴찌 성적을 받고도 성적장학금까지 받으며 연대에 입학했다는 사실은 이 나라 학생들과 부모들의 꿈을 짓밟는 현실이었다. 

결국 학력과 학벌은 상속이었다. 권력과 부를 장악한 이들이 공교육을 유명무실하게 만들고 흙수저는 넘볼수 없는 사교육으로 대학입학 공식을 만들어간다. 상위권 대학 입학 가능성을 높여주는 특목고, 자사고, 사립학교 등은 부모의 경제력이 뒷받침돼야 들어갈 수 있는 곳이 됐다. 이 또한 특권층의 작품이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통계청 지난 18일 발표한 ‘3분기 가계동향’을 보면, 지난 3분기 소득 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41만7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9% 감소했다. 같은 기간 상위 20%의 소득은 854만5000원으로 2.4% 늘었다. 국회재정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이현재 의원이 지난 10월5일 발표한 자료에도 최근 5년간 최상위 계층과 중간 및 하위계층 간 소득격차는 더욱 확대됐다. 우리사회의 양극화는 점점 심화되고 고착화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은 재테크’라는 말이 우스갯소리로 들리지 않는 대목이다.

19일 제4차 촛불집회에는 수능을 마친 고3 학생들이 거리로 나왔다. “공부 핑계로 이제야 나와 미안하다”며 촛불을 들었다. 미안해야 할 사람은 학생들을 거리로 나오게 만든 어른들인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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