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돈 들어올 때 투자금 or 대여금 명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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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돈 들어올 때 투자금 or 대여금 명확해야 성격 규정하지 않으면 분쟁 소지…①주식회사를 설립하려 한다면

기사입력2016-11-21 11:48

고윤기 객원 기자 (kohyg75@hanmail.net) ㅣ다른기사보기

로펌 고우 고윤기 변호사, 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

법인에서 변호사 업무를 20년 넘게 한 선배가 이번에 법인을 차려 대표변호사로 독립을 했다. 변호사야 선배이지만, 개업은 필자가 먼저 했기 때문에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고 변호사, 이거 개업하니 왜 이렇게 신경쓸게 많아? 심지어 형광등, 복사지 같은 비품까지 모두 신경써야 하더군” 선배의 고민에 필자는 “그동안은 누군가가 이런 부분을 하나하나 다 챙기고 있었던 것입니다. 저도 개업하면서 느낀 건데, 변호사 업무만 잘한다고 회사가 잘 돌아가는 것은 아니더군요”라는 말을 전했다.

중소기업 대표는 만능 일꾼이 될 수밖에 없다

큰 조직에 있거나 시스템이 잘 갖춰진 조직에 있다 보면, 사소하지만 중요한 것들을 놓치게 된다. 필자 역시 혼자 개업했을 시기부터, 회사를 만들고 사무실을 확장하고, 변호사 수가 늘어나면서 점점 신경 쓸 것들이 많아졌다. 많은 부분을 시스템이나 매뉴얼화 하려고 노력했지만, 직접 신경 쓴 부분과 아닌 부분은 확연히 차이가 나는 것을 느꼈다. 변호사 사무실 뿐만 아니라, 작은 사업체 또는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CEO 역시 같은 고민을 한번쯤 했을 것이다. 혼자 모든 것을 책임질 수 있는 시기를 지나면, 같이 가야 한다. 그래야 회사가 커지고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다.

사업을 시작할 때는 여러 가지 중요한 사항을 결정해야 한다. 사업의 핵심인 아이템은 당연히 확정돼 있어야 하고, 사업장의 위치·인력구성·자금조달 등 생각해야 할 것이 너무 많다. 사실 사업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돈’이다. 자선사업이나 사회사업이 아닌 이상, 돈을 벌기 위해서 사업은 진행이 되고, 사업이 진행되려면 돈이 또 필요하다. 사업을 하려는 사람이 충분한 자금을 가지고 모든 것을 진행할 수 있으면 좋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회사의 소유와 경영이 완전히 분리되는 것이 주식회사의 이상적인 형태이나, 실제로는 대주주·출자자 등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는 경영진은 없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에 있는 기업들. 기사의 특정내용과 무관. ©중기이코노미

어떤 회사를 만들 것인가?…법인의 형태

사업을 시작하면서 처음 ‘돈’과 관련된 부분은 ‘어떤 회사를 만들 것인가’이다. ‘회사를 만든다’는 것은 법적으로 독립된 사람으로 인정받는 존재, 즉 법인(法人)을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일단 법인을 만들게 되면 사업상 모든 계약의 주체가 법인이 되고, 이에 따른 책임도 원칙적으로 법인이 지게 된다. 우리 상법은 법인의 형태를 여러 가지 규정하고 있는데, 주식회사(株式會社), 합명회사(合名會社), 합자회사(合資會社), 유한책임회사(有限責任會社), 유한회사(有限會社)라는 형태다. 그중 우리에게 익숙한 것은 주식회사다.

주식회사를 설립하면 출자자는 주식을 소유하는 ‘주주’가 되며, 소유와 경영은 분리돼 대표이사를 비롯한 ‘이사’라는 지위를 갖는 자들이 경영을 맡게 된다. 주주들은 원칙적으로 자신의 주식을 회사나 다른 주주의 동의 없이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으며, 주식의 가격은 그 회사의 가치에 따라 등락한다. 코스피나 코스닥에 상장한 회사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주식도 가격이 변동한다. 출자자 입장에서도 주식회사가 성장해 주식시장에 상장될 경우 주가상승에 따른 큰 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는 매력이 있다. 이러한 장점들 때문에 현재 압도적으로 가장 많은 회사의 형태가 주식회사다. 그러다 보니 상법이나 법인과 관련된 법률들은 주식회사를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회사에 돈이 들어올 때는 의무도 뒤따른다. ‘좋은 것이 좋은 것’이라는 식의 마음가짐은 차후에 투자금 반환이나 경영권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이미지 출처=이미지투데이>

주식회사는 원칙적으로 ‘돈을 낸 사람’과 ‘경영을 하는 사람’이 분리된 구조다. 회사의 소유와 경영이 완전히 분리되는 것이 주식회사의 이상적인 형태다. 아니 교과서에 나오는 이상적인 형태일 뿐이다. 실제로는 대주주, 출자자 등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는 경영진은 없다. 회사가 크든 작든, ‘돈’의 크기는 힘의 범위와 비슷하다. 어떤 자본가이든 ‘돈’을 회사에 넣었으면 그에 상응하는 지배를 원하기 때문이다.

주식회사 설립할 때 ‘자금유입’ 방법 가장 먼저 고려

주식회사를 처음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점은 ‘돈’을 어떻게 받을 것인가의 문제이고, 다음으로 고려해야할 점은 주식의 분배이다. 모든 자금을 사업자가 부담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1인 주주인 회사를 만들어도 되고, 가족을 주주로 넣어서 운영해도 된다. 그러나 외부에서 자금을 끌어와야 할 경우가 문제다.

보통 갖고 있는 사업 아이템이 큰 돈을 벌어 줄 것이고, 밝은 전망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돈을 빌린다. 사업이 잘 돼 빌린 돈을 갚고, 온전히 사업의 모든 이익을 내가 가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그러나 돈을 빌리는 것은 쉽지 않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반면에 사업의 전망이 불투명하거나 성공에 자신이 없다면 투자를 받는다. 투자를 받아 지분을 나누고, 손실에 대한 위험도 나누는 것이다. 자금의 유입 문제는 사업 초반 뿐만 아니라 사업 도중에 추가 자금이 투입되는 경우에도 주의해야 한다. 사업이 잘되는 시기라면 문제가 없지만, 사업이 순탄하지 않아 분쟁이 생긴 경우에는 결국 돈이 문제가 된다는 얘기다. 돈이 회사로 들어온 경우 투자금의 성격으로 볼 것인지 대여금의 성격으로 볼 것인지가 늘 분쟁의 중심에 놓이곤 한다. 돈이 들어올 당시 이런 부분을 잘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회사에 돈이 들어올 때는 돈만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의무도 같이 들어온다는 것을 잊으면 안된다. ‘좋은 것이 좋은 것’이라는 식의 마음가짐은 차후에 투자금 반환이나 경영권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