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실시간검색어에 불만을 제기한다면 원점에서 고민해보는 방안을 생각하겠다” 네이버 한성숙 대표이사 내정자는 22일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네이버 커넥트 2017’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한성숙 내정자는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에 대한 여러 얘기가 나오고 있다.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와 ‘실시간 최다 검색어’ 간의 인식 차이도 있는 것 같다”면서 “지금까지 실시간 급상승 겁색어를 어떻게 정해왔는지 설명해 왔는데, 그럼에도 불만을 제기한다면 우리가 바꿔야 할 부분은 바꾸겠다”고 했다.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란 해당 시간대에 검색량이 급증하고 있는 키워드를 1위부터 10위까지 보여주는 네이버 서비스다. 실시간 최다 검색량이 아니라 검색어 증가량을 기반으로 한다. 그러나 네이버의 검색어 조작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기업이나 정부에 불리한 내용은 의도적으로 검색어에서 뺀다는 의혹이다.

이같은 논란을 잠식시키기 위해 네이버는 서비스 운영원칙과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선정 기준을 공개하지 않아 각종 논란을 빚어왔다는 것이다. 

네이버의 파워블로거 제도 폐지도 그 일환이다. 네이버는 매년 영향력있는 블로거를 ‘파워블로거’로 정해 발표해왔으나 선정 기준에 대한 의문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네이버는 지난 4월 파워블로거 제도를 폐지하고 블로그 이웃 수가 많은 블로거를 보여주는 등 정량적인 평가가 분명한 방식으로 바꿨다.

한성숙 내정자는 “파워블로거나 네이버의 대표카페는 서비스 활성화 차원에서 만든 제도다. 담당자들이 애써 선정하기는 했으나 선정 기준이 보다 공개적이고 투명해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이웃 수가 많은 블로거를 ‘이달의 블로거’로 선정하는 등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앞으로는 기준을 보다 분명하게 제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네이버 검색 결과에 대해서는 “사용자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게 어떻게 하면 네이버 검색 결과에 뜨느냐다. 그래서 최근 ‘네이버 검색 공식 블로그’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댓글을 보며 진작 이런 자리를 가질걸 그랬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지금까지 잘못해온 부분들이 있을 것이다. 검색기준이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겠지만 하나씩 설명하고, 우리 기준이 미흡하다면 분명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포털’ 아닌 ‘기술플랫폼’ 회사 자처=“안녕하세요, 사회를 맡은 N보이스입니다” 이날 ‘네이버 커넥트 2017’의 포문을 연 주인공은 네이버 자체 음성합성기술인 N보이스였다. 기존 음성합성 서비스가 어색하고 딱딱한 말씨를 썼다면 N보이스는 사람이 이야기하듯 자연스러운 언어를 구사하는 게 특징이다. 

N보이스를 전면에 앞세운 것은 기술플랫폼 회사로 자리잡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한성숙 내정자에 따르면 네이버 전체 인력의 60% 이상이 기술인력이다. 이 회사는 최근 인공지능 대화시스템 ‘아미카’, 자동차 자율주행 기술, 통역앱 ‘파파고’, 웹브라우저 ‘웨일’ 등 각종 신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네이버는 기술력을 활용해 사용자의 일상에 파고들겠다는 계획이다. 한 내정자는 “로봇기술을 일상에 선보인 건 로봇 ‘휴머노이드’가 아닌 로봇청소기다. 인공신경망 기술을 친숙하게 만든 것은 간단한 쓰임새를 자랑하는 통역앱 파파고”라며 “첨단기술을 일상으로 끌어들여 모두가 손쉽게 사용할 수 있게 대중화시키겠다”고 했다.

◇“카카오톡 등장에 ‘이제 우린 끝났나’ 했다”=이날 간담회는 한성숙 대표 내정자의 첫 공식석상인 동시에 지난 8년간 네이버를 지휘해온 김상헌 대표의 마지막 자리기도 했다. 김 대표는 변호사 출신으로 LG법무팀 부사장을 거쳐 2009년 네이버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김 대표가 재직하는 동안 네이버는 분기 매출 1조원을 돌파하는 등 국내 1위 인터넷기업으로의 위치를 공고히 했다.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서 독과점 우려가 불거지기도 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김 대표는 네이버에 대해 ‘한국 최고의 기업’,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은 인터넷의 전부’라고 했고 한성숙 내정자는 ‘네이버가 가진 독특하고 특이한 위치’라는 표현을 썼다.

네이버가 국내 1위 포털로 성장할 수 있었던 건 PC에서 모바일로 옮겨가는 2010년을 전후해 모바일에 빠르게 대응했다는 점이 꼽힌다. 김상헌 대표는 “회고해보면 모바일의 방향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에 대해 위기감을 느꼈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는 우월한 지위에서 전략을 짤 수 있는 반면, 우리는 네이버 앱 달랑 하나로 시작했다”며 “방향성을 찾지 못하고 앱 간 시너지 효과 없이 수십 개의 앱을 만들었던 적도 있다”고 돌이켰다.

또 “카카오톡이라는 어마어마한 모바일 강자가 나왔을 땐 ‘이제 완전히 끝났나’ 생각하기도 했다. 고민의 시간이 있었지만 반전의 계기가 됐다고 본다”며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검색과 콘텐츠에 충실했었다. 이제 네이버 앱은 모바일에서 사실상 사람들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슈퍼앱이 됐다”고 자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