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먹은 밥값 내가 내는 일. 지극히 당연한 상식인데 그동안 우리 문화에서는 뭔가 어색한 모습이었다. 상급자 혹은 연장자가 식사비를 부담하는 경우가 많았다. 친구 사이에서도 연인사이에서도 각자내기보다는 형편이 더 나은 혹은 먼저 나서는 사람이 식사비를 부담하곤 한다. 하지만 김영란법 시행과 맞물려 우리사회에서도 더치페이 문화가 자리잡아가고 있다. 취재를 가 찻값을 치를 때도 ‘서로 내겠다’ 실랑이 없이 자연스레 각자 계산한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직장인과 대학생 1307명을 대상으로 한 ‘각자내기’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23일 발표했다. 조사결과 직장인과 대학생 86.3%는 식사, 모임 후 각자내기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각자내기를 하는 이유는 ‘서로 부담 없이 식사, 모임 등을 지속하기 위해서(76.2%)’, ‘각자내기가 당연하다고 생각해서(39.4%)’, ‘식사나 모임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17.6%)’라는 답변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각자내는 것이 자연스럽고 합리적이며 꼭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각자내기는 식당주인들에겐 곤혹스러운 일이다. 손님이 몰려 바쁜 식사시간에 한명한명 계산을 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기 때문이다. 계산하는 입장에서도 소액현금을 지니고 다녀야 하거나 계산을 위해 길게 줄을 서야하는 불편함이 뒤따른다. 은행권과 각종 핀테크 업체들은 이에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KB국민은행의 생활금융플랫폼 ‘리브’, 우리은행의 ‘위비뱅크’, NH농협은행의 ‘올원뱅크’, 신한은행의 ‘써니뱅크’ 등은 모바일 기반으로 한 간편결제 더치페이 서비스다. 소액송금 서비스 어플리케이션도 인기다. ‘토스’,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옐로페이’ 등 소액송금 앱들은 문자메시지 보내듯 간편하게 소액을 송금할 수 있다. 각자 계산하는 불편함을 해소해 더치페이 문화를 정착시키는데 일조하고 있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얻어먹는 ‘밥 한끼’는 분명 유무형의 대가를 지불해야하는 부채다. 접대문화에서 벗어나 가격 신경안쓰고 내가 먹고싶은 메뉴를 마음 편히 선택해 먹는 당연하고 합리적인 문화가 빠르게 정착되길 바란다. 여기에 핀테크 산업도 발전한다니 일거양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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