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중국에서는 삼성을 ‘산싱(三星)’이라고 부른다. ‘삼성’이라는 발음이 중국어에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 ‘산싱(三星)’ 브랜드의 주인은 현지의 한 엘리베이터 회사다. 1986년에 설립된 이 회사는 1998년에 먼저 상표권 등록을 마쳤다. 

이 회사의 로고는 한국의 삼성과 거의 유사하다. 타원형의 파란색 배경에 흰색으로 ‘THREE STARS’라고 적혀있다. 삼성은 상표권을 되찾기 위해 중국에서 상표권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삼성은 ‘SAMSUNG’이라는 영문표기 상표권만 가지고 있는 상태다.

 

#2. 프랑스 명품브랜드 에르메스는 1997년 중국 진출 당시 영문표기인 ‘HERMES’ 상표권만 확보했다. 현지에서 사업을 하려면 중국식 상표인 ‘아이마스(愛瑪仕)’도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상표 출원에 나섰으나, 1995년에 이미 현지 기업이 상표권을 선점한 후였다. 에르메스 역시 현지 회사에 상표 무효 및 사용금지를 청구소송을 냈으나 졌다. 

이처럼 중국은 외국어 브랜드를 현지 발음으로 읽고 표기하는 것이 특징이다. 중국인들은 브랜드 애플(Apple)을 ‘핑궈(苹果)’라고 부른다. 중국어로 사과라는 뜻이다. 마찬가지로 맥도날드는 ‘마이땅라오(麦当劳)’, 스타벅스는 ‘싱바커(星巴克)’라 부른다. 

외국 브랜드를 현지어로 부르는 관행은 상표권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지심특허법률사무소 유성원 변리사는 23일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중국인들에게 제품을 어필하려면 중국어 상표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중국어 상표를 현지 기업에 뺏기면 우리 기업의 이미지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상표권 알박기 피해는 중소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층간소음을 줄일 수 있는 유아용 매트로 국내에서 대박을 터뜨린 A사는 현지 유통망을 통해 중국에서도 제품을 팔기 시작했다. 상표권은 한국에서 쓰던 영문명칭 그대로 중국에도 출원했다. 그런데 현지 유통을 맡은 회사 중 한 곳인 B사는 이 브랜드의 중국어 상표를 자체적으로 출원한 뒤 제품에 붙여 팔기 시작했다. A사가 중국어 상표를 달라고 요구하자 B사는 “5년간 중국 내에서 독점판매권을 달라”고 제안했다.

중국 시장에 팔지 않고 생산만 하더라도 상표권은 확보해두는 것이 좋다. 현지 기업이 상표권을 선점하면 중국 세관에서 문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C사가 중국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했는데, 중국의 D사가 C사 상표권을 먼저 출원했다고 가정해보자. 이런 경우 D사가 중국 세관에 C사를 상표권 침해로 신고하면, 세관은 C사 제품의 통관을 저지할 수 있다. 유 변리사는 “세관은 법원 명령 없이도 모든 제품을 몰수할 수 있다”며 ”제품을 팔지 않고 생산만 하더라도 상표권은 등록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