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사회공헌 트렌드가 달라지고 있다. 과거 일반적인 기부와 협찬에서 벗어나 기업이 주도해 사회공헌을 기업 자체사업의 하나로 인식하는 추세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2000년대 들어 기업의 사회공헌 지출규모는 연평균 17%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다. 2012년 3조2534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2013년에는 대내외 경제침체와 경영실적 악화로 감소세를 보이다 지난해 2조9000억원으로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채민선

사회공헌 사업의 운영방식을 보면 기업이 뚜렷한 기획의지를 가지고 참여한 자율프로그램 비율이 61.8%로 외부협찬 등 간접프로그램 비율 38.2%에 비해 월등히 높다. 분야별로는 취약계층 지원이 33.5%로 가장 높다. 주거불안, 재난안전, 감정노동 등 새로운 사회문제가 대두되고 참전용사, 사회적의인, 범죄피해자 등 복지대상의 범위가 확대됨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새로운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응답한 기업은 응답대상 204개 기업 중 138개로 67.6%에 달했고, 신규 프로그램 수는 220개로 조사됐다. 기업들이 저성장 장기화 기조 속에서도 수시로 변하는 사회이슈에 대응하고 새로운 접근방식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해왔음을 시사한다.

새롭게 대두되고 있는 사회공헌 트렌드는 ▲꿈 ▲터 ▲마음 이라는 세가지 키워드로 요약된다. ‘꿈’은 미래세대의 꿈을 키우는 내용의 프로그램이다. 새로운 사업의 40.4%가 아동·청소년 관련사업이었다. 삼성물산의 ‘주니어건설아카데미’, 현대오토에버의 ‘화이트해커 양성사업’, 한국수력원자력의 ‘아톰공학캠프’, SK의 ‘에너지투모로우’, LG의 ‘화학놀이터’, 카카오의 ‘Show Me the IT’ 등이 대표적이다.

새로운 키워드의 사회공헌 사업들. 위부터 꿈, 터, 마음. <자료=전국경제인연합회>

‘터’는 지역사회 삶의 질을 높이는 프로젝트다. 노후화된 공터에 공익문화공간을 조성하거나 IT낙후지역에 초고속 통신인프라를 구축하고, 기업의 전문성과 노하우를 살려 지역상권에 활력을 불어넣는 사업 등이 추진되고 있다. 롯데면세점의 ‘언더스탠드애비뉴’, KT의 ‘백령도 기가아일랜드’, 두산의 ‘동대문 미래창조재단’, 신세계의 ‘남대문 글로벌 명품시장 육성계획’, CJ의 ‘종자법인설립’ 등이 주요 사업들이다.

‘마음’은 현대인의 내면을 보듬는 일이다. 취약층 경제지원 및 소외계층 구호차원을 넘어 현대인의 심리안정을 지원하고 스트레스 연속인 일상을 보듬는 ‘정서복지’ 사업이 강화되는 추세다. 대상 역시 감정노동자, 다문화 여성, 워킹맘, 환자보호자, 직장인 등 전통적인 취약계층의 범위에서 벗어나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한화갤러리아의 ‘백화만발 백화만물상’은 감정노동자, 다문화여성 등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공예교육을 진행하고 이들의 작품을 전시를 통해 소개한다. ING생명의 ‘오렌지플레이’는 직장인, 콜센터, 상담원 간호사수험생 등에게 음악을 통해 치유하는 콘서트를 진행한다. 이밖에도 유한킴벌리의 ‘워킹맘 응원 캠페인’, 현대해상의 환자와 보호자 문화공간 ‘마음심(心)터’, 현대자동차가 서울대공원에 시각장애 아동을 위해 개장한 ‘차카차카 놀이터’ 등이 마음 사회공헌사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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