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브리즈번에서 한국교민들이 ‘박근혜 퇴진’을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독자 데보라 핑클 제공. 호주 브리즈번>

호주의 지인이 얼마 전 한국을 다녀갔다. 2차 범국민 촛불집회가 있던 날, 그즈음이었다. 함께 식사를 하며 한국 상황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갔다. 영어가 짧아 현 상황을 충분히 전달하진 못했지만, 그는 이미 언론을 통해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있던 터였다. 한국에서 지진이 났을 때, 북한이 핵실험을 했을 때 등 언론에서 한국소식을 접할 때면 모바일 메신저로 안부를 물어올 만큼 그와 그 가족의 한국사랑은 남다르다.

고국으로 돌아간 그가 이번엔 모바일 메신저로 사진 한 장을 보내왔다. 자신이 살고 있는 호주 브리즈번에서도 한국인들이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끄러웠다. 외국인의 시각에서 대한민국과 나는 한 몸이므로 대통령의 허물은 곧 나의 허물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엔 ‘푸른 집 속에 푸른 알약?’ 이라는 제목으로 미국 워싱턴포스트지가 청와대의 비아그라 구입사실을 보도했다. 유럽, 일본, 중국 언론도 이 문제를 가십성 기사로 다루고 있다. 그야말로 전세계에 ‘K-president’의 위용(?)을 떨치고 있다.

국민들이 점잖게 촛불을 들어서인지 대통령은 국민이 준 권력을 반납할 생각이 없는 듯하다. 차라리 ‘탄핵’하라며 적반하장이다. 일개 국민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답답하다. 법륜스님은 최근 즉문즉답에서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나의 뜻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의사표현을 정확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며 “주장은 ‘얼마나 센가’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의사를 표현하는가’가 중요하다”고 했다.

정치적 결정권이 없는 국민들은 촛불로 의사를 표현하고 상처받은 마음에 대해 대통령에게 위자료를 청구해야겠다. 법무법인 ‘인강’이 ‘대통령을 상대로 대통령 박근혜의 불법행위로 상처받은 국민들을 위한 위자료 청구소송’을 진행한다. “현직 대통령이 국민마음에 크나큰 상처를 주고 계속된 거짓말로 국민의 자긍심을 짓밟았으며, 모든 국민을 치욕스럽게 하고 있다”는 것이 소송의 이유다.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관련기사 ㅣ 경악 분노 그리고 상실감 이젠 잊힐까 불행하다
• 관련기사 ㅣ 정권 입맛에 맞게 기업도 바꾸려 했나
• 관련기사 ㅣ 정경유착 ‘검은고리’ 횡행활보…피해자는 국민
• 관련기사 ㅣ 대기업, 강요·대가없이 ‘미르·K’에 수백억원 줬을까
• 관련기사 ㅣ ‘국정농단’ 주어는 최순실 아닌 박근혜 대통령이다
• 관련기사 ㅣ “이것이 정말 국가인가”…최씨의 ‘빨간펜 정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