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규제개혁 속도전 와중에 공정위의 창끝이 어디로 향할지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공정위가 사회적경제 및 사회적 약자 지원을 골자로 하는 지자체의 조례들을 폐지 또는 개선하도록 앞장섰다는 언론보도에, 공정위는 “사실무근”이라며 반박자료를 냈다.
한겨례 보도, “중기지원 확대 등 조례, 폐지 대상 분류”
한겨레는 8일자 기사에서 “공정위가 지자체들을 상대로 경쟁제한성 규제의 완화를 추진하면서 협동조합·사회적기업 등 사회적경제 분야와 중소기업·소상공인·여성·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 지원 내용을 폐지·개선 대상에 대거 포함시켰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공정위, 새정치민주연합, 참여연대, 사회적경제 관련 단체의 말을 종합했다며, 공정위가 지난달 중순 전국 16개 광역시도에 공문을 보내 경쟁제한적 자치법규 개선을 위한 업무설명회 개최에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고 적고 있다. 문제는 여기에 첨부된 ‘신규 발굴 경쟁제한적 조례·규칙 현황표’다. 이 표가 사회적기업 지원 및 대규모 유통업 판매품목 제한(서울시), 협동조합 재화-서비스 우선구매(전남), 대규모 점포 신규입점 제한 및 영업시간 등 제한(대구) 등은 폐지대상으로, 여성 고용 모범기업 지원(경기), 사회적약자 용역 우대(서울), 지역농민, 중기 등 지원(대구 및 전남) 등은 폐지 또는 개선 대상으로 꼽았다는 것.
한겨레는 박근혜 정부의 규제완화가 경제적 약자 보호를 무력화시키는 방향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우려한다는 시민단체 등의 목소리와 함께 “정부의 규제완화는 강자들을 위한 것임을 보여준다”는 새정치민주연합 김현미 의원의 지적까지 담았다.
공정위, “문건은 사실…폐지 대상 결정한 적 없다”
공정위는 즉각 해명자료를 내고, “협동조합 등 사회적경제 분야와 중소기업 등 사회적약자 지원 내용을 폐지·개선 대상에 포함하기로 결정하거나, 지자체에 폐지를 압박한 바가 없다”고 밝혔다. 이들 관련 규제는 대부분 상위 법령에 근거가 있어, 상위 법령이나 해당 조례의 폐지·개선 여부에 대해서는 지자체(이해당사자, 주민 포함), 안행부·총리실 등 관계부처와 충분한 토론과 합의를 거처 신중하게 결정할 사항이라는 것이다.
공정위 경쟁제한규제개혁작업단 이시완 사무관은 중기이코노미와의 전화통화에서 “한겨레에서 보도한대로 경쟁제한적 조례 등 2134건을 표로 만들어 지자체 등에 보낸 것은 맞다”면서도, 이 표는 지난해 10월 용역연구 결과를 정리한 자료 이상의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지자체 등에 용역연구 결과를 보내 상황을 공유하고 사전협의 등에 활용하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지자체 압박 카드’로 사용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무엇을” 보냈느냐가 아니라 “왜” 보냈느냐를 잘못 파악했다는 것이 이 사무관의 설명이다.
이 사무관에 의하면 개별 조례의 폐지, 개선, 존치 등에 대한 공정위의 입장은 선거 이후인 6월에야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한겨레가 구체적으로 적시한 각 지자체의 사회적 약자·경제 지원 조례들에 대한 폐지 및 개선과 관련된 입장을 지자체에 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편 ‘상위법에 근거하지 않은’ 사회적 약자 등에 대한 지원 등의 조례에 대해서도 이 사무관은 “개별 사안마다 선별적으로 접근해 6월까지 (존치, 개선, 폐지 등의) 가닥을 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황표 문건은 존재, 향배에 촉각
양측의 의견을 종합하면 확인된 사실은 ▲용역연구로 생산된 2134건의 ‘경쟁촉진 제한’ 조례 리스트가 존재하며 ▲공정위는 이를 지방자치단체에 어떠한 이유에서건 보냈고 ▲공정위(필요시 타부처-지자체 합동)는 이들 조례 등의 존폐에 대한 입장을 정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래저래 ‘공정한 경쟁 촉진’이라는 공정위의 모토를 ‘자유경쟁 보장’으로 볼 것인지, ‘대-중소기업간 따뜻한 균형추’로 해석할 것인지, 공정위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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