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일가의 사익편취를 위해 일감을 몰아주고 부당한 이익을 누릴 수 있게 한 한진그룹 계열사들이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27일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내부거래로 총수일가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한 대한항공에 7억1500만원의 과징금을 처분한다고 밝혔다. 이를 알면서도 거래한 계열사 싸이버스카이와 유니컨버스에는 각각 1억300만원, 6억12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대한항공과 유니컨버스 조원태 대표이사는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이들 회사가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을 금지한 공정거래법 23조의2를 위반했다고 설명했다. 

싸이버스카이는 기내면세품 판매 업무를 보조하는 등 대한항공 기내에서의 상품 판매와 연관된 사업을 하는 계열사다. 한진 조양호 회장의 자녀 3인인 조현아, 조원태, 조현민이 각각 33.3%씩 주식을 보유하던 회사로, 지난해 공정위가 조사에 착수하자 대한항공이 지분 전량을 매입해 완전자회사로 편입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싸이버스카이에게 기내면세품 웹사이트 운영을 위탁하던 중, 대한항공의 노력으로 창출한 인터넷광고 수익을 전부 싸이버스카이에 넘겼다. 또 대한항공은 싸이버스카이가 통신판매 하는 일부 품목에 대해 판매수수료 15%를 받기로 약속해놓고 이유 없이 면제해주기도 했다. 판매수수료를 받지 못했음에도 항공기 내에서 승무원을 통해 해당 상품에 대한 홍보까지 해줬다.

유니컨버스는 한진 계열사가 위탁한 콜센터를 운영하고 네트워크 설비를 구축하는 계열사다. 조 회장과 자녀 3인이 회사 주식의 90%를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 역시 공정위가 조사에 착수하자 지난 4월 한진정보통신에 콜센터 사업 부문을 양도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2009년 콜센터 경험이 전혀 없었던 유니컨버스에 한진그룹 콜센터를 순차적으로 위탁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2010년에는 대한항공 국내선 콜센터, 2011년에는 국제선과 문자·채팅 콜센터 업무를 위탁했다. 또 유니컨버스는 콜센터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통신사업자로부터 시스템 장비를 무상으로 제공 받았다. 그럼에도 대한항공은 해당 시스템 장비에 대한 사용료와 유지보수비를 유니컨버스에 계속해서 지급했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상 사익편취 금지 규정은 부당한 이익을 제공한 회사뿐 아니라 제공 받은 회사도 제재할 수 있다. 싸이버스카이와 유니컨버스는 대한항공과의 거래 조건이 정상적인 경우보다 상당히 유리하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충분히 알 수 있었음에도 그러한 거래를 했다”면서 “그간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던 총수일가 사익편취 행위를 적발해 조치한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