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카드뉴스 제작 등 온라인 홍보활동을 위해 이달초 한 광고대행사와 총 1600만원의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예산 가운데 250만원은 올해 말까지 금융위 페이스북의 ‘좋아요’를 기존보다 5000개 늘리는 목적으로 투입한다. 바꿔 해석하면 페이스북에서 ‘좋아요’가 5000번 눌려지면 250만원의 세금을 주겠다는 것이다. ‘엄지손가락’ 하나의 가격은 500원인 셈이다.

이에 대해 금융위 공보팀 한 관계자는 28일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좋아요’를 눌러주는 것에 대한 예산이 아니다. 광고대행사가 제작한 콘텐츠에 ‘좋아요’ 5000개가 달성되면 예산을 지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행사가 더 뛰어난 정책홍보물을 제작하면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 정도도 하지 말라는 건 정책홍보를 하지 말라는 것처럼 들린다. 이런 정책홍보는 금융위 뿐만 아니라 다른 정부기관에서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즉 ‘좋아요’를 누르는 것에 대한 예산투입이 아니라 콘텐츠가 마음에 들어 ‘좋아요’가 5000개 되면 예산을 집행한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콘텐츠가 ‘별로’여서 그동안 ‘좋아요’를 누르지 않았는지, 그리고 지금 예산을 그것에 투입할만큼 시급한 정책홍보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 예를들어 금융위 홈페이지에 게시된 ‘2016년 금융정책 방향’에는 성과주의 확산이 포함돼 있는데, 지난 9월 금융권은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대하며 파업을 벌이고 있다. 시중은행 성과연봉제 도입과 관련한 노사 양측의 협상은 중단돼 있고, 성과연봉제 도입이 올해 금융위원회 핵심 정책중 하나임에도 노사간 합의조차 이끌어 내지 못하고 있는데, 이를 뒤로 한 채 일반적인 정책홍보를 위해 용역을 체결한 것이 바람직한가 하는 점이다. 성과연봉제 도입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보신주의’ ‘무사안일’로 치부해 버릴게 아니라 원점에서 재검토하든, 노사간 합의안을 끌어내든 본연의 역할을 수행할 때인데, 해결해야 할 시급한 일이 ‘좋아요’를 눌러달라고 돈 쓸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국가적 난제인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유동성 공급에만 주력해 골든타임을 실기했다는 비판을 받은 곳이 금융위다.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던 청와대 서별관회의 당사자 중 한명이 임종룡 금융위원장이다. ‘좋아요’가 5000개 아니 5만개가 된들 금융위의 정책 ‘실패’가 ‘성공’으로 뒤바뀌지 않는다는 것은 자명하다.

정책홍보를 하지 말란 얘기는 아니다. 잘한 정책 또는 알려야 하는 정책은 당연히 홍보를 해야 한다. 그 전제는 금융위 본래의 기능과 역할을 제대로 이행했을 때다. 그래야만 정책홍보를 접하는 국민들도 그것을 ‘홍보’로 받아들인다. 반면 주어진 책무도 이행하지 못하고 껍데기만 포장하려한다면 그것이 거짓말이라는 것을 안다. 그럴싸하게 콘텐츠만 꾸며 페이스북에 치켜든 엄지손가락이 늘어난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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