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경제의 바로미터는 국제유가다. 유가가 떨어지면 루블화 가치가 추풍낙엽처럼 떨어지고, 정부 곳간이 비면서 국민생활 역시 빈곤해진다. 2014년 중반까지 배럴당 100달러 선을 유지하던 국제유가가 대외경제여건이 악화되면서 올해 초에는 30달러 선으로 추락했다. 게다가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서방의 경제제재로 러시아 기업들의 자금조달도 녹록하지 않게 되면서, 최근 2~3년간 러시아 경제는 마이너스 성장 속에서 장기적인 경기불황에 직면해 있다.

유가 변동에 따른 러시아 GDP 변화 추이

<자료=Bloomberg, U.S Global Investors>

올해 후반기로 들어오면서 국제유가가 40~50달러대로 올라 루블화도 차츰 안정세를 유지, 금리·통화 운용면에서 정부 재정정책에 약간의 여유가 생기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전문가들은 향후 2~3년간 혹은 그 이상으로 러시아의 경기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본다.

연도별 러시아 가처분소득·실질임금·소매판매 추이

전년 동기대비, 단위:%<자료=코트라, 시티리서치>

올 6월 ‘PWC Russia’가 경기침체기 러시아 소비자들의 소비심리와 태도(2015~2016년 기준)를 조사했는데 이를 코트라가 정리한 내용을 보면,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지출을 억제하고 가능한 저가 브랜드나 특가 할인상품을 구매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국제유가가 고공 행진할 경기호황기 때 명품 브랜드를 선호하고 즉흥적인 쇼핑에 열을 올렸던 소비행태는 최근 가격(Price)을 우선하거나 혹은 가격 대비 품질을 꼼꼼히 따져보는 신중한 패턴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 소비자들의 불황기 비용절감 행동의식

<자료=PWC 설문조사, 코트라>

특히 생필품 구매 이외에 엔터테인먼트, 레저, 휴가에 필요한 지출에는 상류층이면 모를까 일반 소비자의 경우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 러시아 구매력(Purchasing power)은 유가가 높을 때와 유가하락에 따른 경기후퇴기 때 변동폭이 매우 크다. 그만큼 원유·가스 가격에 의존적인 취약한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향후 전망은 밝다. ‘Deloitte CIS’가 지난해말 발표한 러시아 소비시장 조사보고서를 보면, 러시아 소매시장(Retail market) 규모는 최근 경기후퇴기의 내수부진 압력에도 불구하고 유럽지역에서 가장 큰 소비시장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루블화 기준 소매시장의 성장률은 2008년 이후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2014년에는 7% 성장한데 이어 2017~2018년에는 9% 정도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러시아 소매시장 발전 추이(루블/달러화 비교)

<자료=Economist Intelligence Unit, Deloitte>

러시아 소매시장을 촉진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는 월평균 임금수준이 1000달러 이상인 중산층이 점차 두터워지면서 중요한 소비주체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러시아의 개인소득세율(Income tax rate/flat)이 13%로 유럽국가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고, 개인의 은행 부채 비율 역시 낮아 실질 소비에 필요한 가처분소득(Disposable income)이 충분하다는 점이다.

다른 한편에서 러시아 소비시장의 긍정적인 발전동력을 찾는다면, 바로 러시아 소비문화의 급속한 디지털화(Digitalization)와 그 발전속도를 꼽을 수 있다. 2015년 기준 러시아의 온라인 사용자는 약 8000만명으로 유럽지역에서 가장 높다. 총 인구의 90%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이용하고, 월간 방문횟수와 사용시간(월 평균 10시간)이 세계 1위이며, 인터넷 사용자 중 50%가 이미 온라인 구매 경험이 있는 소위 ‘스마트’한 나라다.

러시아 용기라면 시장의 60%를 장악하며 판매 1위를 기록중인 팔도 도시락. 러시아 1위 SNS 서비스업체인 ‘브 콘탁쩨’를 통해 적극적인 제품 홍보에 나서고 있다.<사진=브 콘탁쩨>

물론 러시아 전자상거래시장(e-commerce market)을 아직 신흥시장으로 분류하고 있지만, 향후 2020년에는 전자상거래시장 규모가 무려 40~60억달러 정도로 급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따라서 러시아 온라인 소비시장은 미래 성장속도나 시장규모 면에서 한국기업이 가장 주목해야만 하는 전략적 진출대상 중 하나다.[한러비즈니스협의회 박종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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