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문지 포브스(Forbes)가 집계한 ‘1996~2015년 억만장자 명단’을 지난 3월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가 분석한 결과를 보면, 2015년 대한민국 억만장자 10명 중 7~8명은 상속 및 증여를 통해 부자가 됐다. 대한민국의 상속형 억만장자 비율은 74.1%이며, 이는 세계평균인 30.4%를 훌쩍 뛰어 넘는 수치다. 이러한 부의 불평등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기 위한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이 나왔다. 미성년자인 자녀에 대한 재산 증여 시 할증과세하는 내용이 골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최운열 의원은 28일 ‘상속세 및 증여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현행법보다 재산가액 기준을 확연히 낮췄다. 현행법은 세대를 건너뛴 미성년 자녀(손자녀)에게 증여하는 재산가액이 20억원을 넘는 경우에만 산출세액 40%를 할증과세한다. 개정안은 동법 제57조제2항에 ‘증여자의 자녀인 직계비속이면서 미성년자인 경우’를 추가하고, 재산가액이 5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증여세 산출세액에 20%를 가산하는 내용을 담았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내년 1월1일부터 시행한다.

지난 10월6일 국회정무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이 한국예탁결제원, KEB하나은행, KB국민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미성년자 보유 상장회사 주식현황 및 배당액’ 자료를 보면, 미성년자 주주들이 상장회사의 주식 1억1432만주를 보유하고 있다.<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발의안에 따르면, 2014년 기준 20세미만 미성년자에 대한 증여재산가액은 8678억원이다. 미성년자 총 5554명에게 1인 평균 1억5600만원이 증여된 셈인데, 이 가운데 2500억원이 10세미만 미성년자에게 증여됐다. 3세 유아가 20억대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거나, 11세의 어린이가 수백억대 주식을 보유하는 등 개인의 노력보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부에 따라 계급이 나눠지는 부의 불평등이 심화된 것이다.

최운열 의원은 “미성년자인 자녀에 대한 증여가 일반 국민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하고 소득불평등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다”며 “미성년자에 대한 할증과세율을 적용해 세대별 계층간 형평성을 맞출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조세의 소득재분배 기능을 강화해 부의 대물림을 억제하고, 다음 세대가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8월2일 발표한 ‘2017년 세법개정안’ 중 자산가에 대한 상속·증여세 강화, 연령별 증여 차등과세제 도입 방침에 따른 후속 법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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