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광역시 전통시장인 서문시장 4지구에서 30일 오전 화재가 발생했다. 상가 830여곳이 대부분 소실됐으며, 소방차 등 장비 97대, 870여명의 인원이 화재진압을 위해 투입됐다는 소식이 들린다. 30일 새벽 2시경 1지구와 4지구 사이 점포에서 발생한 화재는 순식간에 번졌다. 서문시장 4지구는 한복, 침구류, 원단, 액세서리 점포 등 가연성제품을 취급하는 상점이 밀집해 있다. 또 소방통로가 좁아 소방대원의 시장진입이 어려웠고, 칸막이 없는 개방형 점포로 급격히 연소가 확대돼 피해규모가 더 커졌다. 서문시장 4지구 건물은 76억원의 화재보험에 가입돼 있지만 보상범위가 건물에 한정돼 있어 상인들은 건물 이외 모든 피해액을 떠안아야 한다.

전통시장이 화재로부터 취약하다는 지적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전통시장에서 연평균 69건의 화재사고가 발생했다. 재산피해액도 적게는 10억원에서 많게는 500억원에 이른다. 보험가입을 제대로 하지 않는 전통시장 상인들은 화재가 나면 화재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감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화재 진압을 위한 비용과 피해상인 구제를 위해 투입해야할 돈도 상당하다.

소규모 노후점포가 미로형 골목으로 밀집해 있는 전통시장은 한번 화재가 나면 시장 전체로 확대돼 대형화재로 번지기 일쑤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중소기업청의 전통시장 화재 예방대책은 미흡하다. 중기청 비상안전담당과 한 사무관은 지난 10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중기청에서 화재안전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며 “규모가 영세한 전통시장 상점에 소화기 설치도 강제할 수 없어 상인들 스스로 인식을 개선하길 기대할 수밖에 없다”는 답변을 하기도 했다.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 제20조의 제2항에 따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시장의 화재예방 및 안전을 위해 전기·가스·화재 등에 관한 안전시설물을 점검할 의무가 있다. 국민안전처도 전통시장이 화재에 무방비 상태라는 것을 안전점검을 통해 익히 알고 있었다. 따라서 이번 서문시장 화재는 주무기관이 제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한 데에 따른 것이란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중기청은 서문시장 화재 피해 복구지원을 위한 대책을 내놨지만, 이미 화재로 생업의 터전을 잃은 시장 상인들에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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