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본사 대표가 처음 장사를 할 때 손님에게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자는 생각을 갖고 매장을 키워 나갑니다. 이후 프랜차이즈로 확장을 하죠. 그런데 가맹본사를 차리면서 마인드가 바뀌는 것 같아요. 가맹점주는 가맹본사의 제1차 고객인데, 그들에 대한 ‘고객만족’은 없고, 수익 대상으로만 생각하니 갈등이 끊이지 않는 것이죠”

박세정 가맹거래사는 현재 경기도불공정거래상담센터에서 가맹점주들의 피해구제를 위한 상담과 분쟁조정신청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박세정 가맹거래사는 경기도불공정거래상담센터에서 각종 불공정거래로 피해를 입은 사업주들의 이야기를 매일 듣는 일을 한다. 가맹본사와 가맹점주간 애증의 관계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고 있는 장본인이 바로 ‘가맹거래사’다. 가맹거래사는 가맹점주와 가맹본사 모두에게 공정거래의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가맹사업이 최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가맹거래사의 역할도 주목받고 있다.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 따로 제정될 만큼 가맹사업 분야에서 불공정행위는 다양하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점포 리뉴얼 강요, 광고·판촉행사 비용부담 강요, 원부자재구입강요, 영업시간 구속, 계약 갱신과정에서 영업지역 축소 등 복잡하고 다양한 불공정행위들은 사전에 적법성을 따져보는 것만으로도 그 피해를 줄일 수 있다.

국가전문자격증인 가맹거래사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주관하는 자격시험에 합격하고 실무수습을 받는다. 2003년 첫 시험이 시행됐으며 초반에는 정보공개서 등록대행, 계약서 작성업무 등으로 업무영역이 국한돼 있었다. 최근에는 가맹본부에서 경영 및 법률자문, 가맹점주 또는 점주협의회의 피해구제를 위한 상담·조정·법률검토 등 업무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현재까지는 가맹사업이 외식분야에 치중돼 있지만 학원, 미용업, 꽃집, 인테리어, 유통, 물류, IT, 정보통신까지 분야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어 가맹거래사의 역할도 커질 전망이다.

과거 지적재산권 분야에 종사하면서 주로 상표·저작권 관련 업무를 맡아했던 박 가맹거래사는 브랜드 이미지를 중시하는 프랜차이즈의 상표관련 의뢰가 많아 다양한 프랜차이즈 본사를 접할 수 있었다. 해당 업무를 처리하면서 가맹사업을 이해하기 위해 가맹거래사 자격증을 획득했고, 이를 계기로 현재 가맹점주들의 피해구제를 위한 상담과 분쟁조정신청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가맹점 본사가 가맹점을 모집하려고 영업할 때는 좋은 말만 하죠. 매출액을 보장한다고 장담하지만, 현실은 그와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가맹본사가 월매출액 5000만원을 보장한다고 ‘말’로 하면 매출액과 산출내용을 ‘서면’으로 요구해야 합니다”

가맹사업법에는 가맹본사가 예상매출액을 제공할 때 반드시 서면으로 하도록 의무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본적인 부분도 잘 지켜지지 않아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흔하다는 것이다.

박 가맹거래사는 가맹사업에서 발생하는 불공정거래를 법과 제도를 뜯어고쳐 해결하는 것은 가장 나중에 해야 할 일이라고 말한다. 어떤 강력한 법을 만들어도 이를 악용하거나 법망을 피해가는 이들은 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본사와 점주가 협의하고 상생하는 문화가 우선 만들어져야 한다. 결국 가맹본사 대표가 성공하려면, 과거 자신과 같은 입장인 가맹점주의 성공을 이끌어야 한다는 얘기다.

“상담 오시는 분들 중에는 직접 도와드릴 수 없는 부분이 더 많아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 분명히 억울하고 불공정하지만 법의 보호안에 들지 않는 사례들인 경우죠. 국내에서도 소비자의 권익이 많이 향상돼 소비자 권익에 대한 지식을 많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업자간의 거래는 소비자와는 다른 위치이기 때문에 관련 제도와 법도 충분히 알고 있어야 피해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업자 입장에서 관련법을 다 알기에는 매일매일 바쁘고, 또 법은 복잡하다. 그렇다면 계약서와 정보공개서를 들고 가맹거래사를 만나보면, 불공정거래 상당부분을 예방할 수 있다고 박 가맹거래사는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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