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알아주는 바리스타지만, 정작 만나보니 소박했다. ‘커피아저씨’라는 이름처럼 동네아저씨와 같은 분위기다. ‘커피아저씨’를 운영하고 있는 김재근 대표는 국내 유수의 바리스타 대회 심사위원과 심사위원장을 맡을 정도로 유명하다. 하지만 체인은 행주산성점과 김포점 두 군데 뿐이다. 커피를 ‘사업’으로서가 아니라 내 ‘직업’이라는 소명의식을 갖고 대하기 때문이다.

‘커피아저씨’ 김재근 대표   ©중기이코노미

커피 한잔에서 맛본 위안 찾아 ‘커피’의 길로 들어서다

서울시청에서 17년동안 근무했던 김 대표는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공무원 생활에 회의감을 느끼고 변화를 시도했다. 그리고 2000년 신문광고 구인란에 뜬 전문대학 관광학과에 무작정 지원해 교수로 생활하면서 커피와의 인연으로 이어질 줄 몰랐다. 당시 호주를 방문했던 김 대표는 여행을 다니다 하루종일 카페에 머물며 커피를 마시면서 사람 구경을 하기도 했다. 지금처럼 카페가 많지 않았던 때였고, 그저 자판기 커피를 마시던 김 대표에게 호주에서 맛 본 커피는 사뭇 달랐다. 여행을 홀로 다니며 커피 한잔에서 위안을 찾은 그는 ‘커피’의 길로 들어선다.

재직중이던 학교와의 마찰로 교수직을 그만 둔 김 대표는 ‘이제 무엇을 할까’ 고민하던 차 호주에서 마시던 커피를 떠올렸고, 커피를 공부해보겠다며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커피와 관련한 학과는 모두 식품영양, 제빵제과, 호텔조리학과의 과목 중 하나였다. 그러던 중 마침 커피에 관심이 있던 교수들이 모여 ‘한국커피교육협회’를 만들어 바리스타 교육을 시작했다.

김재근 대표는 월드그랑프리 바리스타 대회, 한국 바리스타 국가대표 선발전 등 많은 대회에 심사위원으로 초대받은 실력가다.   ©중기이코노미

한국바리스타대회 심사위원과 심사위원장을 맡았던 그는 월드그랑프리 바리스타 대회 심사위원과 자문을 맡기도 했다. 또 바리스타 국가대표 선발전의 심사위원도 맡았다. 김 대표는 커피아저씨 1호점 문을 열고도 로스팅 자격증, 큐그레이더 자격증 등 커피와 관련된 자격증을 계속해서 수집했다.

“커피전문점을 차리는데 사실 자격증은 없어도 됩니다. 그러나 자격증이 있다는 것은 적어도 공부하는 만큼의 경험이 있는 것입니다. 커피전문점이 유행을 타고 여기저기 생겨나지만, 커피맛이 다른 곳은 결국 전문성을 가지고 내 직업으로 여기는 사람이 운영하는 곳입니다”

김 대표는 호주의 예를 들었다. 김 대표가 호주 애들레이드를 방문했을 때 그 곳에는 스타벅스가 없었다.

“애들레이드에 있는 카페들은 토종 카페들입니다. 카페마다 각자의 맛을 가지고 있으며, 현지인들도 그런 카페를 선호하다 보니 대중성을 가진 스타벅스도 경쟁하기 힘든 것이죠. 대중성이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달리 보면 그만큼 개성이 없다는 의미 아닐까요? 밋밋하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개인 브랜드 카페의 장점이자 강점은 고유의 맛입니다”

그 고유의 맛을 내기 위해서 커피를 알아야 한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돈만 내주면 본사에서 다 셋팅하고 오픈해주고, 직원들이 정해진 대로 커피맛을 내는 곳에서는 이런 개성을 찾을 수 없다는 얘기다.

“커피 창업붐…내 ‘직업’이란 소명의식 있어야 한다”

카페는 커피를 마시며 음악을 듣고 시간을 보내기 위해 남녀노소가 찾기 좋은 장소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런 편안한 분위기에 ‘나도 나중에 카페를 한번 해보고 싶다’는 로망을 가진다. 다른 업종에 비해 자금도 덜 들어가 진입장벽도 낮다.

“동네에서 10평짜리 작은 가게로도 카페를 할 수 있다는 희망과 기대감을 가지고 다들 시작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카페로의 쏠림현상이 나타나고 그러면서 균형감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더 싸게 파는 가격경쟁은 답이 아닙니다. 카페를 창업하는데 자격증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문성을 갖춰야 사업이 되는 것입니다”

경기도 김포시 장기동에 위치한 ‘커피아저씨’ 김포점(사진 위)과 내부 모습.   ©중기이코노미

커피에 대한 전문성은 결국 커피에 대한 자부심으로 이어진다. 매일 아침 커피를 볶으면서 ‘맛있는 커피를 만들겠다’, ‘맛있는 커피를 만들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그다.

최근 안면이 없던 사람이 김 대표를 찾아와 눈 앞에서 돈을 꺼내 보이며 체인점을 내자고 제안한 적이 있었다. 김 대표는 그 제안을 거절했다.

“사업하는 ‘꾼’이라면 얼씨구나 좋다고 했을 것입니다. 커피는 뒤로한 채 사업적인 면만 봐서는 안됩니다. 또 많은 카페가 있지만 서로를 인정해 주는 태도가 지금 커피업계에서는 필요합니다. 소비자들도 마을·동네 커피집을 아껴주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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