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육연구소 안호덕 객원연구원

야당이 지난 총선에서 국민들에게 약속한, 그리고 정권과 여당에서 극구 반대하고 있는 법인세 인상은 사실 ‘인상’이 아니라 법인세 ‘정상화’ 라는 표현이 맞다. IMF 이전 28% 수준이던 법인세율은 2005년 25%에서 2009년 22%로 내렸다. 2012년에는 과세표준 2억원 초과에서 200억원 이하 구간의 세율을 22%에서 또 다시 20%로 낮췄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2015년 조세감면 총액은 9조6219억원이며, 이 가운데 76%(7조3149억원)가 대기업 차지다. 상위 10대 기업의 감면총액이 3조7272억원(39%)인 반면 48만개의 중소기업이 받은 감면액은 2조3070억원(24%)에 그쳤다. 10대 기업이 받은 감면액이 48만개 중소기업 모두를 합친 감면액보다 1조4202억원 많다.

이명박 정부에 이은 박근혜 정부는 증세없는 복지를 공약했다. 이 공약은 두 정부에서 모두 반쪽짜리 공약이었다. 기업이나 부자들을 대상으로 한 증세요구는 한사코 거부하면서 담뱃세나 자동차세 등 서민들에게 부담이 큰 간접세 인상은 꾸준히 추진해왔다. 부자감세, 서민증세란 세간의 비난은 국민과 야당은 물론 집권여당 일부에서도 꾸준히 제기됐지만 모르쇠로 일관해 온 박근혜 정부다. 법인세율을 낮추고 그마저도 대기업에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세금을 면제해준 박근혜 정부. 나라살림은 날로 궁핍해갔고 복지는 축소돼 간 것이다. 재정적자를 이유로 국민들의 호주머니를 넘보는 악순환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법인세 인상이 경제의 악영향을 불러온다고 말한다. 법인세를 낮추는 것이 기업활동을 활성화해서 일자리 창출과 국민소득 향상에 기여한다는 논리, 이른바 낙수효과를 주창해왔다. 그러나 대기업이 수조원의 특혜를 받아 기업이 부유해져도 대기업 집단에 의한 독점만 강화될 뿐 일자리 창출이나 국민생활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오래 전부터 누누이 확인해온 사실이고,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으로 더욱 명확해진 일이다.

국민들로부터 이미 탄핵받은 정부와 정경유착의 부역자로 비판받는 여당은 여전히 기업을 감싸고 있고, 야당마저도 총선 때 국민들에게 했던 약속을 슬그머니 내려놓았다. 법인세율 인상을 통해 공정한 세부담 원칙을 세우는 것과 함께 재정확대를 통한 국민복지 향상이란 국민적 요구를 민주당과 국민의당도 막았다.

기업에 수조원의 특혜를 안겨주면서 국민들에게 호주머니를 털어 나라살림을 메우는 악순환을 언제까지 계속할 수는 없는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농단을 규탄하면서 재벌기업과 권력 사이에 오간 추악한 거래에 분노한 국민들의 정권퇴진 요구가 한달넘게 계속되고 있다. 광화문 광장 그리고 전국 곳곳 민주주의 광장에서 촛불을 횃불로 바꾸기 위해 서로가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이들이 모여 만들어낸 국민적 염원을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정확히 알아야 한다. 빠른 시일 내 법인세 인상에 대한 재논의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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