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외감법인에 대한 재무제표 제출 의무를 강화한다. 

금융감독원 이상훈 선임조사역은 7일 열린 국제회계기준 개정 설명회에서 “내년부터 비상장법인이 감사 전 재무제표 제출 의무를 위반할 경우, 증권선물위원회가 감사인을 지정하고 검찰에 고발하는 등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상장법인을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는 재무제표 제출 의무 위반 시 조치를 비상장법인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감사 전 증권선물위원회에 재무제표를 제출해야 하는 기업은 상장법인과 직전 사업연도 말 자산총액이 1000억원 이상인 비상장법인이다. 여기 해당하는 기업은 외부감사인에게 재무제표를 제출할 때 증권선물위원회에도 동시에 내야 한다. 상장법인은 거래소 상장공시제출시스템에, 비상장법인은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제출하면 된다.

증선위에 재무제표를 제출하지 않는 것은 물론, 늦게 내거나 서류 일부를 누락한 경우도 제재한다. 이상훈 조사역은 “재무제표 작성에 대한 회사의 책임의식을 강화하고 재무제표 제출기한을 지키도록 만들기 위함”이라면서 “재무제표 작성 책임은 기업에 있다. 외부감사인의 재무제표 작성 지원은 외감법 위반”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2일 금감원 발표에 따르면 감사 전 재무제표 제출 의무가 있는 비상장법인 2339개사 중 190개사는 제출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출 의무를 모르고 있다 뒤늦게 제출한 경우가 가장 많았다.

◇기준 몰라 선임 안 하는 中企도…매년 외감 대상 점검해야=회계법인을 외부감사인으로 지정해야하는 ‘외감법인’은 약 2만5000곳이다. 그러나 중소기업은 자사가 외감법인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제재를 당하는 경우도 있다. 

외부감사 대상은 직전 사업연도 말의 ▲자산총액이 120억원 이상인 주식회사 ▲자산총액이 70억원 이상이고 부채총액이 70억원 이상인 주식회사 ▲자산총액이 70억원 이상이고 종업원수가 300명 이상인 주식회사 ▲주권상장법인 및 해당 또는 다음 사업연도에 주권상장법인이 되려는 주식회사다. 네 조건 중 한 가지라도 충족하면 외감법인에 해당한다.

일부 중소기업에서는 첫 번째 요건인 ‘자산총액 120억원’을 외감 기준으로 오해하기도 한다. 한 중소기업 대표도 최근 중기이코노미에 전화를 걸어 “외감법인 기준이 자산총액 120억원인지 70억원인지”를 묻기도 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한 중소기업은 자산과 부채가 각각 70억원이어서 외감 대상이었으나, 감사인을 선임하지 않아 증선위로부터 감사인 지정을 받았다. 이 회사는 증선위의 감사인 지정에도 따르지 않아 금감원이 고발한 상태다.

금감원에 따르면 외부감사대상 법인은 지난해 말 기준 2만4951개사다. 비상장법인이 2만2942개사로 전체의 92%를 차지한다. 코스닥상장법인은 1249개(5%), 유가증권상장법인은 760개(3%)다. 자산규모별로 보면 100~500억원 미만이 1만627개사(65.2%)로 가장 많다. 100억원 미만인 곳도 1926개사 있었다.

금감원은 “외감 대상임을 자진신고하지 않는 경우 국세청으로부터 자산과 부채 현황을 제공 받아 외감 여부를 점검해 감사인을 지정하는 등 불이익을 준다”면서 “중소기업은 매년 외감대상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