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영업제한 폐지?…엉뚱한 규제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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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영업제한 폐지?…엉뚱한 규제개혁 공정위 등 검토…“소상공인 보호도 암덩어리 규제인가” 반발

기사입력2014-04-09 00:00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전통시장·골목상권지키기 대책협의회는 8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형마트 휴일 영업제한은 착한규제이므로 폐지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사진=중소기업중앙회>

정부가 규제개혁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하고 각종 규제에 대한 검토에 들어간 가운데, 대형마트 영업제한 역시 폐지대상에 포함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소상공인들이 강력반발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일부 언론보도에 대해 반박하고 나섰다.

8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전통시장·골목상권지키기 대책협의회’ 기자회견 자리에서 공동대표를 맡은 진병호 전국상인연합회장은 “대형마트 영업제한은 암덩어리 규제라는 왜곡보도가 있었다”며 이날 기자회견을 연 취지를 설명했다.

강갑봉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장 역시 이날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최근 일부 언론 등 일각에서는 전통시장 및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대형마트 휴일 영업제한 조치를 현 정부의 규제개혁 시류에 편승, 이를 ‘암덩어리 규제’로 왜곡하고 있으며 전통시장 보호실익보다 손실이 더 큰 것으로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는 “생계형 소상공인을 위한 최소한의 보호조치마저 무력화시키기 위한 지극히 의도적인 행위”라고 주장했다.

강 회장은 이에 “전통시장 및 골목상권에서 묵묵히 생업에 종사하고 있는 우리 시장상인과 소상공인 일동은 더 이상 이러한 불필요한 논쟁이 사회적 비용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며, 만일 우리의 소박한 바람이 계속 좌절될 경우에는 서명운동 돌입 등 투쟁수위를 한층 더 높여갈 것임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강조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통합추진위 공동회장도 대형마트 휴업제도에 대한 일부 언론의 보도내용을 반박했다.

최 회장은 영업규제가 대형마트 매출액은 감소시킨 반면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에 대한 효과는 미미해 정책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언론보도를 소개한 뒤 “여러 기관의 조사결과에서 전통시장 등 소상인 분야 매출액 증가 등 효과성이 있는 것으로 결론났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에 따르면 지난 2월 소상공인진흥공단 조사결과,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당일에는 직전 정상영업일에 비해 골목상권의 매출액이 평균 14.8% 증가했다. 지난해 경기개발연구원의 조사결과 휴업제 실시로 인한 대형마트 소비감소액 중 92.3%는 다른 유통업체의 대체구입으로 이어졌다. 이 가운데 전통시장이 33.3%, 동네 슈퍼마켓이 27.1%였으며 SSM은 11.3%의 비중을 보였다.

그러나 “유통대기업의 오프라인 채널(SSM, 편의점, 상품취급점) 확대 및 온라인 채널(마트, SSM용 쇼핑몰, 홈쇼핑 등) 강화 등으로 골목상권으로 가야할 효과의 상당부분이 유통대기업으로 흡수돼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대형마트 매출액 감소로 납품 중소업체와 농어민의 피해가 발생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오프라인 대형마트 매출감소분은 온라인 쇼핑몰의 신장으로 상당부분 보전이 가능하고 매출액이 증가하는 분야(전통시장 등)에 판매하는 농어민들은 이득”이라고 반박했다. 또 “중장기적으로 유통시장이 독과점화될 경우, 납품가 인하 등에 따른 납품 농어민의 소득 감소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대형마트에 대한 의무휴업일 지정 등의 규제를 시행하지 않는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OECD 주요 선진국들은 자국의 상황에 따라 대형마트에 대해 다양한 사회·경제적 규제를 마련해 시행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노동자의 근로시간 제한, 신앙의 자유 등 이유로 일요일 영업을 제한하거나 자율적으로 시행중”이라며 “도시계획법을 통해 도시 기능, 환경보전, 생활환경 개선 차원에서 대형점포의 도심 입점을 규제”하는 사례도 소개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통합추진위 공동회장(오른쪽에서 세 번째)은 최근 일부언론의 대형마트 영업제한 관련 보도에 대해 반박했다. <사진=중소기업중앙회>

대형마트 영업규제에 대한 소송 역시 이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9월 6개 대형마트가 서울 동대문구 등 5개 구청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조례가 상위법을 위배하지 않았고, 중소상인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시했다. 지난 1월과 2월 광주지법과 대구지법 역시 대형 유통기업들이 기초지자체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잇따라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대책협의회는 이를 근거로 “영업규제는 입법부가 전통시장 및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입안한 제도이며, 사법부는 지속적으로 영업제한의 필요성을 인정했다”며 “현재 제도도입 초기임을 감안, 일정 기간이 경과 후 객관적 분석을 바탕으로 한 사회적 재논의가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공정위, ‘경쟁제한성 조례 완화’에 대형마트 영업제한 포함…논란 확대

이런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자체들을 상대로 경쟁제한성 규제 완화를 추진하면서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을 포함시켰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논란이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한겨레는 8일자 기사에서 공정위가 지난달 중순 전국 16개 광역시도에 경쟁제한적 자치법규 개선을 위한 업무설명회 개최에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낸 사실을 보도했다. 이 공문에 첨부된 ‘신규 발굴 경쟁제한적 조례·규칙 현황표’에는 사회적기업 지원 및 대규모 유통업 판매품목 제한(서울시), 대규모 점포 신규입점 제한 및 영업시간 등 제한(대구) 등이 폐지대상으로 기재됐다는 것이다.

공정위 경쟁제한규제개혁작업단 이시완 사무관은 중기이코노미와의 전화통화에서 “한겨레에서 보도한대로 경쟁제한적 조례 등 2134건을 표로 만들어 지자체 등에 보낸 것은 맞다”면서도, 이 표는 지난해 10월 용역연구 결과를 정리한 자료 이상의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김기식 민주당 의원은 8일 보도자료를 내고 “공정거래위원회가 경쟁제한적 규제를 개선한다며 지역기업 중소기업 등에 대한 상생과 지원 관련 조례를 폐지 혹은 개선하라고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또 “공정위가 폐지나 개정을 요구하는 조례의 근거 법률 상당수는 국회에서 대화와 합의를 통해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도출해낸 사회적 합의”라며 “그런 입법취지와 정책 목표를 무시하고 폐지를 운운하는 것은 월권임과 함께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하는 편향된 시각을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 역시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공정위의 지자체 조례·규칙에 대한 일방적인 개입을 규탄하며, 이같은 정책 추진을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지자체 조례에 의한 대형마트 영업제한은 2012년 2월 전주시에서 처음 시행됐으며, 유통대기업들의 소송과 헌법소원 제기 등으로 2013년 이후 점차 시행이 확대된 신생제도다. 시행 2년여 만에 풍전등화 신세가 된 대형마트 영업제한 제도의 운명이 6월 이후 공정위의 입장 발표로 결정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