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 업종의 소공인들이 모여있는 ‘소공인 집적지’를 지원하기 위한 ‘소공인특화지원센터’는 전국에 36곳이 있다. ‘소공인특화지원센터’는 지난 2014년 5월 제정된 ‘도시형소공인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하 소공인법)에 따라 집적지에 설립해 소공인을 대상으로 경영 및 기술교육, 컨설팅, 마케팅 지원 및 자율사업을 진행한다. 2013년 서울 중구 충무로 인쇄골목, 종로구 창신동 봉제골목, 부산 동구 범일동 봉제골목, 인천 동구 송림동 기계골목 등 4곳이 그 시작이다. 

그러나 소상공인진흥공단의 업무인 소공인지원사업을 위탁받아 수행하는 소공인특화지원센터의 수는 늘고 있지만 예산은 오히려 줄고 있다. 특히 전체 예산 중 대출사업 예산을 제외한 센터 운영예산과 사업예산이 대폭 삭감돼 센터의 고유목적 사업이 부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소상공인진흥공단에 따르면 소공인특화지원사업 예산액은 2015년 3847억원, 2016년 4447억원이다. 2017년 국회에 제출된 예산안에는 4414억원으로 올해와 비교해 33억원 줄었다.

연도별 소공인특화지원 예산

대출사업 예산을 제외한 고유목적 사업 예산. 2017년 예산은 12월2일 기준 국회에 제출된 정부예산안<자료=동의대 소공인특화지원센터 김철민 센터장>   ©중기이코노미

특화지원사업 예산은 전체 예산의 10%도 안돼

예산은 대부분 대출사업에 사용한다. 2015년 예산 중 3500억원(90.9%)이 대출사업 예산이다. 2016년과 2017년 대출사업 예산 비중은 더 늘어 4100억원으로 각각 92.1%, 92.8%다. 예산항목은 소공인특화지원사업이지만, 대출사업의 대상은 2014년 기준 31만개인 전국소공인업체다. 경영 및 기술교육, 컨설팅, 마케팅 지원사업 등 특화지원사업 예산은 센터 운영비를 제외하면 10%도 안된다.

집적지내 소공인들이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공동창고, 공동판매·전시장, 공동생산·연구장비를 지원하는 사업인 ‘공동인프라’ 구축사업 예산은 72억원으로 동결된 상태다. 성장잠재력을 보유한 소공인의 성장전략 수립, 브랜드 개발, 해외전시회 참가지원 등 판로개척 지원사업인 ‘성장희망사다리’ 예산은 2015년 100억원에서 2016년 70억원으로 대폭 삭감됐고, 2017년 93억원으로 늘었지만 2015년보다는 적다. 소공인 전용 R&D사업에 대한 과제개발비, 기획·생산·마케팅을 단계별로 지원하는 ‘제품·기술 가치향상’ 지원사업 예산은 2015년 63억원에서 2017년 51억원으로 줄었다.

예산이 줄면서 인력감소와 함께 지원사업 부실 우려

부산 범천동 가죽·가방·신발 소공인특화지원센터에서 지난해 진행한 공동팝업스토어 지원사업.<사진=동의대 소공인특화지원센터 김철민 센터장>

또 특화지원센터가 2015년 24개에서 2017년 36개로 늘어난 반면 센터당 예산은 2015년 4억7000만원에서 2017년 2억7000만원으로 약 42.5%가 감축됐다. 특화지원센터 전체 운영예산이 2015년 112억원에서 2017년 98억원으로 줄어든 탓이다.

예산이 줄면서 인력감소와 함께 진행중인 프로그램의 부실도 불가피하다. 현재 특화지원센터의 상근직 직원은 평균 3명 내외다. 여기서 인원을 더 줄인다면 센터 고유사업을 위한 최소인력에도 미치지 못해 센터운영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특화지원센터는 센터장을 비롯해 모든 직원이 기간제 계약직이다. 고용형태가 기간제라는 속성에 따라 지원사업의 연속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인건비를 줄이는 것은 기존 문제점을 더 키울 수 있다.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동의대학교 소공인특화지원센터 김철민 센터장은 “상근계약직 매니저 인건비에 컨설팅전문가 활용비, 기술·경영 교육사업 강사비 등 인건비가 1/3가량을 차지한다. 부산 범천동 가죽·가방·신발 소공인집적지에 276개의 소공인 사업체가 있는데, 현재 상황에서 인건비를 줄이면 업무 과부하가 발생하고 곧 관리와 교육의 질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인건비를 줄일 수 없다면 다른 사업예산을 줄여야 한다. 부산 범천동 가죽·가방·신발 소공인특화지원센터의 경우, 사업예산 중 소공인들의 공동팝업스토어 지원과 전시회 참가 지원이 1/3을 차지한다. 실질적인 판로개척을 위한 사업이다. 현재 추진중인 중국시장 온라인 판로개척 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이에 대한 지원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 김 센터장의 설명이다.

국회도서관에서 지난 5일 열린 ‘전국소공인특화지원센터 현황과 개선방향’ 토론회에서는 소공인특화지원센터의 예산이 줄면서 지원사업이 부실해 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중기이코노미

“감액규모가 커 예산절약 계획도 세우기 어렵다”

김 센터장은 “현재 감액된 예산안이 국회에서 통과만 됐고, 중기청에서 세부지침이 내려오지 않아 무엇을 줄일지도 결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워낙 감액규모가 커 어느 분야를 따로 제외하고 예산을 절약할 계획을 세우는 것도 힘들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9월 중기청이 발표한 보도자료를 보면, 소공인 집적지는 전국에 696개가 있다. 2013년 이후 특화지원센터가 늘었다고 하지만, 집적지 수에 비하면 아직 5%에 불과하다.

김 센터장은 “현재 36개의 특화지원센터가 있지만 경남, 경북, 강원, 제주도 등 4개도에는 특화지원센터가 없다. 또 특별·광역시 중 울산과 세종시에도 없다. 이들 시·도 집적지의 소공인들은 지원을 못 받고 있다”며 “그럼에도 특화지원센터 예산을 줄이는 것은 현재 지원 받지 못하는 지역소공인들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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