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소비 역시 살아날 조짐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 가운데 1인 소비를 뜻하는 ‘1코노미’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시장조사업체 칸타월드패널 심영훈 부장은 최근 대한상공회의소 주최로 열린 ‘2017년 소비트렌드 전망 세미나’에서 “저성장, 저물가, 저금리의 뉴노멀시대가 지속되면서 소극적인 소비경향도 계속 나타날 것이다. 그러나 고령화, 개인주의 확산, 비혼, 이혼 등 사회적 요인으로 1인 가구의 비중이 늘고 있는 만큼 이들의 소비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1인 가구의 증가는 세계적인 현상이다. 코트라에 따르면 2013년 전 세계 1인 가구수는 2억6000만가구에 육박한다. 미국의 1인 가구비율은 전체의 26.7%이고, 노르웨이는 무려 39.7%에 이른다. 우리나라도 뒤지지 않는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8월기준 1인 가구 비중은 27.6%이며 2020년 29.6%, 2035년에는 34.3%까지 이를 전망이다. 20년 후엔 3가구 가운데 1가구 이상이 1인 가구인 것이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최근 인터넷에는 이같은 1인 가구 트렌드를 반영한 ‘혼밥(혼자먹는밥)’, ‘싱글슈머(single+consumer, 1인소비자)’, ‘솔로이코노미’ 등의 신조어도 생겨나고 있다.

1인 가구의 소비 특징은 ▲합리적 구매 그러나 작은 사치 ▲슈퍼·편의점·온라인구매 증가 ▲소규격 제품 구입 등이다.

◇합리적 구매 그러나 작은 사치=타 가구에 비해 소득이 비교적 적은 1인 가구는 가격대비 성능, 즉 ‘가성비’가 중요하다. 값 싸지만 최고의 가치를 줄 수 있는 상품을 선택한다. 유통기한이 임박한 식품, 흠집이 난 B급 과일 등 자신이 어느 정도 타협이 가능한 상품을 저렴하게 구입하는 것이다. 이마트의 ‘노브랜드’, 편의점의 ‘PB상품’이 대표적이다. 브랜드를 없애고 포장을 간소화해 가격을 낮춘 상품이 인기다. 또 저비용 항공사는 수하물, 기내식 등의 서비스를 없앤 대신 타 항공사 대비 70%정도의 가격으로 운행해 가성비를 충족시키고 있다.

그러나 자신이 사고 싶은 물건에 대해서는 투자를 아끼지 않는 소비성향도 동시에 나타난다. 생필품이나 소비재에 대한 투자를 아끼는 대신 유행하는 상품이나 자신에게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에는 과감히 돈을 쓴다. 대표적인 것이 고가의 가전제품, IT기기, 디저트다. 업계에 따르면 8만원대를 호가하는 롯데의 디저트카페는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또 CJ제일제당은 디저트 전문 브랜드를 런칭, 2020년까지 300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슈퍼·편의점 구매 증가=소비가 침체되면서 대형할인점의 성장률은 계속 떨어지는 반면 1인 가구가 선호하는 온라인쇼핑이나 편의점은 유통업계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10월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5조6373억원으로 전년동월대비 17.3% 증가했다. 또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2013년 12조8000억원이던 매출규모는 지난해 17조2000억원으로 2년 만에 34.4% 급증했다.

이에 따라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CU와 GS리테일의 GS25는 올해 1만호점을 넘어섰고, 세븐일레븐도 9000개 점포에 육박해 양사를 쫓고 있다. 1인 가구 증가와 근거리 소비문화 확산으로 인해 편의점이 생활밀착형 소비채널로 자리잡은 것이다. 도시락을 중심으로 한 상품과 차별화된 PB 제품이 인기다.

◇소규격 제품 구입=양 많고 큰 것 대신에 합리적 소비를 추구하는 1인 가구의 소비패턴이 자리잡으면서 작고 알찬 구성의 제품이 인기를 얻고 있다. 혼자서 남기지 않고 부담없이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 전문기업 트렌드모니터가 최근 1~2개월 동안 식품을 직접 구입해 본 경험이 있는 만 19~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5월과 올해 7월 두차례에 걸쳐 소용량·소포장 식품과 관련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10명 중 9명(90.4%)은 소용량식품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플라스틱 컵에 담긴 방울토마토, 애플수박, 미니채소 등 1인용 사이즈의 농식품이 대표적이다. 이와 관련 ‘알봉족’이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과일을 세는 단위인 ‘알’과 가공식품을 담는 단위인 ‘봉’에서 유래한 말로, 낱개로 포장된 식료품을 애용하는 소비층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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