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국내 중소기업 A사는 해외 특허관리전문회사(NPE)인 B사로부터 올해 초 경고장을 받았다. A사가 생산하는 부품에 B사의 특허가 사용됐으며, 이에 대한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을 경우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A사는 NPE와 소송을 하게 되면, 판결이 나기까지 길게는 3년이 걸리고 300만∼500만달러(약 33억6000만∼56억1000만원)의 소송비용이 든다는 얘기를 듣고 울며 겨자 먹기로 NPE가 요구한 합의금을 줬다.

#2. 국내 중소기업 C사는 보안용 장비를 제조·판매하는 업체다. 미국을 비롯해 해외시장 수출액이 80%를 차지할 만큼 유망하다. C사를 주목하고 있던 미국 NPE인 D사는 C사가 자신의 특허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특허분쟁 경험이 전혀 없었던 C사로서는 막대한 소송비용과 대응방안을 마련하는데 애를 먹었고, 이로 인해 고객사와의 거래관계도 끊어질 수 있는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

특허관리전문회사(NPE, Non Practicing Entities)들이 공격대상을 넓히면서 대기업 뿐 만아니라 이처럼 중견·중소기업까지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한국지식재산보호협회가 지난해 7월 기준으로 발표한 자료를 보면, 국내 중소기업과 NPE간 분쟁은 2010년 11건에서 2013년 44건으로 4배 증가했고, 2014년에는 19건으로 주춤했다.

NPE와 국내기업간 분쟁 현황

단위:건<자료=한국지식재산보호협회>   ©중기이코노미

NPE는 제품은 생산하지 않고 보유한 대량의 특허권을 행사해 로열티, 배상금, 합의금 등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회사를 말한다. 특허권을 엄격하게 보호하고 상대적으로 비용이 비싸 ‘피소’업체가 대응하는데 부담을 느끼는 미국에서 주로 활동한다.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기술분야, 즉 시장이 크게 성장하는 분야에서 관련 특허를 찾아내 저가로 매입한 후, 해당 기술분야의 모든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특허침해소송부터 제기하는 방식을 취한다. 끝까지 소송을 진행할 경우 NPE 역시 소송비용이 만만치 않고, 또 패소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조기에 합의하는 것을 선호한다. 처음에는 거액의 합의금을 요구하다가, 다음에는 합의금을 크게 낮춰 피소업체를 유인하고 합의를 끌어내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보통이다.

특허침해 근거 약한데도 ‘합의금 목적’ 무차별 소송

NPE는 침해주장의 근거가 약한데도 무차별적으로 소송을 남발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 대상 특허를 침해했을 가능성은 낮을 수 있다. 따라서 NPE로부터 특허를 침해했다는 경고장을 받았을 경우, 우선 해당 제품이 분쟁대상 특허를 실제로 침해했는지 여부부터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또 NPE가 보유한 특허는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활용하는 중요한 수단이기 때문에 자신들의 특허가 무효가 될 경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따라서 NPE와 분쟁이 발생하면 대상 특허를 무효화하고 해당 특허의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도 효과적인 대응이 될 수 있다.

대응방안으로 우선 고려해볼 수 있는 것이 미국의 ‘특허 재심사 제도’다. NPE가 침해를 주장하는 특허와 관련한 무효자료를 확보했다면 이에 대해 재심사를 청구할 수 있다. 미국의 특허 재심사 제도는 크게 결정계(Ex parte)와 당사자계(Inter parte)로 나뉜다. 당사자계의 경우 2012년 개정된 미국 특허법이 시행되면서 PGR(Post-Grant Review, 등록 후 재심사 절차)과 IPR(Inter Partes Review, 당사자계 재심사)로 변경됐다. PGR은 특허등록 후 9개월 이내로 신청기간을 제한해 신청대상이 될 수 있는 특허가 대부분 개정법 이후 심사하는 특허로 한정해 활용이 어렵지만, IPR은 특허등록 9개월이 지난 이후 언제든지 제3자가 특허의 무효신청을 할 수 있다.

대상 특허가 무효라는 판단은 법원이 아닌 특허청 내부에 있는 PTAB라는 기관에서 한다. IPR을 신청하기 위해서는 신청인이 ‘최소 하나의 청구항을 무효로 할 수 있는 합리적 가능성’을 근거로 제시하면 된다. 특허 무효성을 입증할 수 있는 ‘합리적 가능성’만 있다면, 소송보다 조기(12~18개월)에 분쟁을 종료할 수 있다. IPR을 신청하는데 적지 않은 비용이 든다는 점이 아쉽지만, 대상 특허의 무효가능성이 높을 경우 이를 활용한다면 분쟁 해결에 도움이 된다. 또 배심원 제도가 아니라 특허전문가가 판단하기 때문에 객관적인 무효성 판단도 가능하다. 기존 결정계 재심사의 경우에는 신규 제도인 IPR·PGR에 비해 비용이 저렴하고 익명으로 신청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무효가능성이 높지 않다면 IPR을 활용하기 보다는 결정계 재심사 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기업별 지식재산 전담인력 보유 현황

<자료=한국지식재산보호협회>   ©중기이코노미

NPE 특허 무효화하고 가치 떨어뜨리는 방안 찾아라

NPE가 특허를 매입한 후 폭넓은 권리행사를 위해 미국 특허청에 재등록을 신청하고 권리범위를 보강하는 경우, 대상 제품과 관련한 ‘선사용의 중용권(Intervening rights)’을 검토하는 것도 효과적인 대응이 될 수 있다. 중용권이란 생산·제조·판매한 자에게 그 제조 또는 구입한 물건을 계속 사용하고 판매할 수 있도록 해주는 권리다. 미국 특허 재심사에서 특허권자는 일정한 범위안에서 청구범위를 보정하고 신규 청구항을 추가할 수 있다. 이러한 재심사 과정을 통해 청구범위가 변경된 특허가 유효 결정을 받은 경우, 중용권을 주장할 수 있다. 특허의 경우에도 원 특허의 청구항과 동일하다고 인정되지 않는 청구항에 대해서는 선사용으로 인한 중용권의 항변이 가능하다.

특허등록 이후 기술 트렌드가 변화해 청구범위를 벗어나는 경우, 특허권자들은 특허의 청구항을 변경 또는 추가해 재등록을 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이에 따라 재등록을 통해 변경된 청구범위에 해당되는 제품을 재등록하기 전에 제조 또는 판매했다면 중용권이 발생한다.

이와 함께 NPE는 침해주장의 근거가 약한 특허를 가지고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아 대상 특허에 대한 무효 가능성과 비침해 가능성 등 다각적인 분석과 검토를 하면 소송에서 이길 공산이 크다. 예컨대 대상 특허의 명세서에 불명확한 표현 등 ‘기재불비’ 사항이 있는지를 따져보면 침해주장의 근거가 약한 NPE의 특허를 무효화할 수 있는 적절한 방안이 될 수 있다. 법에서 정한 명세서 기재요건에 맞는지, 대상 발명이 실시 가능한지 등을 살펴보면 된다.

NPE는 미국에서 여러 기업을 대상으로 동시에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하고, 이를 압박수단으로 해 협상을 이끌어내고 조기에 특허로열티를 받아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히 침해 근거가 약한 부실한 특허로 침해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상기해야 한다. 특히 NPE와의 특허소송에서 피소를 당한 업체들이 공동으로 대응한다면 개별적으로 대응할 때 보다 비용을 줄일 수 있는데다, 소송 특허에 대한 무효화 전략을 수립할 때도 효율적이다.

미국에서 특허침해소송 경험이 전혀 없는 기업이라면, 효과적인 대응을 위해 유능한 대리인을 선임하는 것도 중요하다. 특허분쟁 경험이 많지 않고 지재권 전담인력도 부족한 중소기업의 경우, 관련 정보가 부족해 대리인을 선정하는데도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한국지식재산보호협회의 IP-NAVI 포털사이트(www.ip-navi.or.kr)에서 해외 대리인 정보 서비스를 얻을 수 있다. 미국, 유럽, 중국 등 해외에서 지재권 분쟁 경험이 많은 분쟁대응전문가 풀(Pool)을 구축해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국제 지재권분쟁 예방컨설팅’을 해주고 있다. 또 공통의 분쟁이슈가 있는 기업 간에는 협의체를 구성해 컨설팅, 법률자문 등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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