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노동시장은 비정규직이 양산되는 구조도 문제이지만, 그와 함께 낮은 임금수준과 정규직·비정규직간 임극격차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또 정부가 강행 추진중인 성과연봉제 도입 등 임금체계 개편은 이와함께 논의돼야 할 필요성이 있다.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안적 임금체계와 비정규직 해법‘ 토론회에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노광표 소장은 한국 노동시장의 임금체계 및 수준 등 임금과 관련한 문제점 5가지를 꼽았다.

◇한국 임금수준 낮다…OECD 30개국중 21위=우선 임금수준이 너무 낮다. OECD가 제공하는 자료중 국가별 근로자 임금수준을 비교할 수 있는 피용자보수, 즉 근로자의 연평균 보수수준은 3만2000달러(US달러)로 30개국중 21위다. 연평균 보수수준에는 임금뿐만 아니라 사회보장기금, 퇴직급여를 모두 포함한 금액이다.

<자료=고용노동부>

1위는 스위스로 9만5000달러, 이어 노르웨이 8만2000달러, 룩셈부르크 8만달러, 덴마크 7만4000달러, 호주 7만달러 순이다. 한국보다 보수수준이 낮은 국가는 슬로베니아(2만9000달러) 그리스(2만4000달러) 포르투갈(2만1000달러) 에스토니아(1만8000달러)이며, 멕시코는 9000달러로 조사대상 국가 중 가장 낮았다. 노광표 소장은 “OECD국가들 중 한국 근로자의 노동시간이 가장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노동생산성 따라가지 못하는 임금=임금수준은 낮지만, 그렇다고 노동생산성이 낮은 것은 아니다. 금융연구원의 박종규 선임연구위원은 2014년 ‘임금없는 성장의 국제비교’ 보고서를 통해 “실질노동생산성과 실질임금의 괴리가 2008년부터 심각하게 벌어졌다”고 밝혔다. 노 소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로 ‘임금없는 성장’이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현상은 아니지만, 극심한 경제위기를 겪은 PIGS(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국가들을 제외하면 1인당 GDP 세계 40위권내 국가중 우리나라가 가장 심각한 수준”이라고 했다.

고용노동부의 ‘통계로 보는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모습’ 자료를 보면, 한국 근로자의 실질임금은 2007년을 100으로 봤을 때 7년이 지난 2014년 현재 100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실질노동생산성은 2007년(100) 이후 꾸준히 올라 2014년 현재 11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노 소장은 “1인당 GDP 40위권내 국가중 같은 기간 실질임금이 한국보다 더 하락한 국가는 영국, 일본, 이스라엘뿐”이라며 “반면 한국의 실질노동생산성은 비교대상국중 가장 빠르게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자료=한국금융연구원>

◇단순히 낮은 임금? 벌어지는 격차도 문제=고용노동부의 같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5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체 근로자 1인당 월 평균임금은 293만8000원이다. 300인 이상은 484만9000원으로 300인 미만 사업체의 165% 수준이다. 하지만 근로시간은 300인 미만 사업체가 173.2시간으로 300인 이상 사업체 169.7시간 보다 길다. 300인 미만 사업체 근로자는 300인 이상 사업체 근로자보다 3.5시간 더 일하면서도 임금은 191만1000원을 덜 받는다. 300인 이상과 미만의 사업체 근로자의 근속연수를 고려해도 사업장 규모에 따른 임금격차가 크다.

고용형태별로 보면 2015년 6월 정규직의 시간당 임금은 1만7480원이며 1일 8시간, 25일 기준으로 계산하면 349만6000원이다. 반면 비정규직의 시간당 임금은 1만1452원, 1일 8시간 25일 기준으로 229만499원이다.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의 시간당 임금수준은 높아지는 추세이지만 2015년 6월 현재 65.5%로 여전히 차이가 크다.

임금격차뿐만 아니라 4대보험 가입률에서도 차이가 있다. 정규직의 4대보험 가입률은 평균 95% 이상이다. 반면 비정규직의 4대보험 가입률은 산재보험만 95%이상이며, 고용보험은 66.7%, 건강보험과 국민연금은 각각 55.5%와 52.7%로 절반을 약간 웃돈다.

<자료=고용노동부>

◇공공기관의 긴 근속연수가 비정상인가?=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 방향은 노동시장의 유연성 증대다. 노동시장의 유연성 여부는 근로자의 근속기간을 통해 알 수 있다. 한국의 근로자 평균 근속기간은 2014년 기준 5.6년으로 OECD 30개 국가중 최하위다. 법정정년제(60세 이상), ‘엄격한’ 해고제한 규정 등을 근거로 노동시장이 경직됐다는 경영계의 주장과 달리 현실은 과도하게 유연하다.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의 근로자 근속연수는 근로자 나이 35세를 기준으로 벌어지기 시작해, 퇴직직전인 58세에 이르면 공공기관 근로자 근속연수는 27.4년인데 비해 민간기업은 16.3년이다.

노 소장은 “공공기관이 특혜를 받는다고 이를 볼 것이 아니라, 민간기업이 그만큼 고용이 불안하다고 받아들일 필요도 있다”며 “공공기관처럼 근속연수를 보장받는 것이 당연하고 민간기업의 짧은 근속연수가 이상한 것인데, 비정상이 많아지니 정상이 오히려 이상해 보이는 것이 현재 한국의 노동시장”이라고 밝혔다.

국회 의원회관에서 13일 열린 ‘대안적 임금체계와 비정규직 해법‘ 토론회에서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임금문제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중기이코노미

하지만 최저임금 위반적발 건수는 오히려 줄고 있다. 2013년 적발건수는 6081건이었지만 2014년 1645건으로 급감했고, 2015년엔 1502건이다.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것이다. 노 소장은 “최저임금법의 광범위한 예외조항과, 근로감독에서 경영주의 경영애로 등을 고려한 솜방망이 처벌때문에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근로자가 늘어난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이남신 소장은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단 한가지 방안을 선택하라면 최저임금 인상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비정규직은 단체를 구성하기도 힘들어 사측과 임금협상을 할 권리마저 박탈당했다”며 “비정규직 임금을 올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최저임금위원회를 통해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것이다.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비정규직의 삶에도 여유가 생기고, 이후 간접·특수·파견고용과 같은 문제를 해결할 힘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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