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국내에서 인력을 구하기도 어렵고 임금도 높아, 2006년 베트남 시장에 진출한 니트원단 생산업체 삼일비나(VINA)는 현지에서 경쟁도 치열하고 시장환경도 바뀌면서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매출을 두배까지 올리겠다는 사업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중소기업 입장에서 경쟁업체처럼 질 높은 물류서비스를 제공하고 복잡한 공급망을 자체적으로 관리하는데 한계를 느꼈다.

그러나 대한상공회의소 ‘화주(貨主)·물류기업 해외동반진출 컨설팅 지원사업’을 통해 CJ대한통운㈜과 협업, 현재 수준을 진단받고 물류시스템을 개선할 수 있었다. 물류기업인 CJ가 원자재 조달에서부터 염색·편직, 재고관리, 완제품 판매에 이르는 전 영역의 물류운영 현황을 분석해 제공하면, 화주(생산·제조)기업인 삼일비나가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고쳐 나갔다. 그 결과 올해 11월 기준 물류비가 기존 대비 4% 줄었으며, 모든 컨설팅이 끝나는 2017년에는 물류비가 7%까지 절감할 수 있다는 게 CJ의 분석이다.

#2. 국내 대표 시계·쥬얼리 브랜드 ㈜제이에스티나는 지난해 ㈜일양익스프레스와의 해외동반진출 사업을 통해 중국시장에 안착했다. 지난해 2월 상해법인을 설립하면서 중국매장에 대한 국제운송, 통관, 보관, 배송 등의 물류서비스가 필요하게 됐고 이를 일양에 위임한 것이다. 일양은 ▲제품별 운송방안 및 통관 ▲물류비용, 매장위치 분석에 따른 창고위치 선정 ▲쥬얼리, 핸드백 현지 보관 및 재고관리 ▲반품 및 반송물류 등의 서비스를 제공했다.

물류서비스를 전문기업에 맡기니, 까다롭다는 중국통관도 별다른 문제없이 빠르게 통과할 수 있었고, 제품 판매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는 게 담당자의 전언이다. 제이에스티나는 기존에 2개였던 매장을 5개까지 늘렸으며, 중국의 유명 쇼핑몰인 T-mall에도 온라인몰을 개설하는 등 판매에 집중했다. 일양은 “올해 제이에스티나의 중국내 온라인·오프라인 매장의 총 매출액을 약 100억원으로 추정하고, 2019년에는 500억원이 넘을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제조기업이 전문물류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해외로 진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물류업무를 전문물류기업에 위탁하는 경우, 제조기업은 물류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제품개발과 판매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용절감과 물류효율화는 제조기업의 가격경쟁력으로 이어진다.

화주는 물류비 절감, 물류기업은 물량 확보 ‘상호 윈-윈’

‘화주(貨主)·물류기업 동반진출’이란 제조기업과 물류기업이 함께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말한다. 화주기업은 제품을 만들거나 판매하는 등 자사의 핵심역량에 집중하고, 물류업무는 전문물류기업에 맡기는 것이다. 물류기업의 노하우를 통해 물류자원을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고 물류비를 절감할 수 있다. 물류기업의 네트워크를 사용하기 때문에 시장진입도 쉽다. 또 시장이 확장돼도 제조기업에 물류 관련업무가 새롭게 추가되지 않아 업무효율도 향상된다는 장점이 있다. 제조기업은 물량제공을 통해 물류기업의 현지진출을 돕고, 물류기업은 제조기업의 물류효율화에 기여함으로써 가격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서로 돕는 것이다.

진출유형으로 ▲화주기업은 해외에 신규 생산시설과 판로를 확보하고 법인설립 등을 추진하며, 물류기업은 새로 진출하는 시장에 현지 물류거점을 확보하고 법인설립 등을 추진하는 동시진출형 ▲해외시장에 진출하려는 물류기업이 현지에 먼저 진출한 화주기업과 협력해 현지 물류거점 확보, 법인설립 등을 추진하는 화주주도형 ▲해외시장에 진출하려는 화주기업이 현지에 먼저 진출한 물류기업과 협력해 생산시설·판로 확보, 법인설립 등을 추진하는 물류주도형 ▲현지에 진출한 화주·물류기업이 협력해 신규 생산시설·판로·물류거점 확대, 신규법인설립 등 각자의 사업영역을 확장하는 현지협력형이 있다.

동반진출 필요성 느끼지만…정보와 신뢰부족이 장애요인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국내기업의 동반진출 실적은 낮다. 대한상공회의소 민관합동 물류지원센터에 따르면, 2014년부터 올해까지 총 20개 컨소시엄을 지원했음에도 현지진출은 9개에 그쳤다.

국토교통부가 2013년 발표한 ‘화주·물류기업 해외시장 동반진출 등 공생관계 발전방안 연구’ 보고서를 보면, 화주기업은 ▲동반진출 파트너에 대한 정보부족 ▲물류기업에 지불해야 하는 비용 ▲정부지원 부족 ▲물류기업에 대한 신뢰부족 등을 동반진출의 장애요인으로 꼽았다. 물류기업 역시 ▲동반진출 파트너 정보부족 ▲화주에 대한 신뢰부족 ▲화주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 등을 꼽았다. 기업 상호간 신뢰부족과 정보부족이 동반진출을 막는 공통적인 요인이다.

이에 따라 화주·물류기업 해외시장 동반진출을 위해서는 기업간 신뢰를 구축하는 게 급선무다. 보고서는 시설 위치선정 등 진출 초기단계부터 물류기업 참여가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화주기업이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의류 등 유통구조가 복잡하고 신속대응이 중요한 산업의 경우 물류기업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에 정부가 화주기업과 물류기업간 매칭을 적극 주선하고, 매칭 대상 물류기업에 대한 DB를 구축하는 등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와함께 동반진출 활성화를 위해 해외시장 신규진출 매칭, 해외거점을 이미 확보한 물류기업과 화주기업의 파트너십 구축, 동반진출 컨설팅, 정부의 각종 지원사업과 동반진출과의 연계 등이 필요하다. 물류기업의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국제물류 전문인력 양성, 해외물류네트워크 공동 이용 등도 고려해볼 수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민관합동 물류지원센터는 2014년부터 화주·물류기업의 동반해외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2017년부터는 기업별 맞춤형 컨설팅을 통해 다양한 업종과 여러 기업이 수혜를 받도록 하겠다는 게 상공회의소의 계획이다.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