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여력이 없는 것인가 싶다. 법인세를 올리자고 할 때 마다 나오는 말을 들어보면 오늘, 내일하는 기업인 것 같다.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한국사회경제구조 변화와 사회복지정책 방향’ 세미나에서는 청년기초연금 도입 제안과 함께, 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방법으로 법인세 인상이 나왔다. 법인세 인상은 비단 청년기초연금 도입을 위한 수단만은 아니다. 정부 재정적자가 나날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사안이다. 하지만 늘 기업의 부담, 특히 대기업에 부담된다는 이유로 더 이상 진전되고 있지 않다.

그런데 지난 5월 경제개혁연구소가 ‘2008~2015년 국세통계연보’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2014년 법인세 신고의무가 있는 기업 55만472개중 실제 법인세를 낸 기업은 29만290개로 전체의 52.7%다. 세전손실로 인해 법인세를 면제받은 19만904개의 기업을 제외해도 6만9278개 기업은 법인세를 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개혁연구소가 ‘2008~2015년 국세통계연보’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10대 그룹 가운데 지난해 법인세를 가장 많이 공제받은 곳은 삼성그룹이었다.   ©중기이코노미

물론 법인세는 R&D투자나 인력채용 등을 통해 정당하게 공제받을 수 있다. 그런데 지난 10월 국민의당 김삼화 의원실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국내 상위 매출 100대 기업의 고용계수는 0.35다. 고용계수란 자산 10억원이 증가할 때 추가 고용자 수를 말하며, 고용계수 0.35란 의미는 자산이 10억원 증가했을 때 0.35명을 채용했다는 말이다. 이 수치는 상위로 올라갈수록 낮아져, 상위 20대 기업의 고용계수는 0.17이다. 2016년 신입사원 평균연봉은 약 3893만원이다. 10억원이면 25명,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100대기업의 늘어난 자산규모인 162조원으로 계산하면 405만명의 청년을 고용할 수 있는 돈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세에서 29세 사이 청년층은 700만명이 되지 않는다.

지난 3월 국회 예산정책처가 발표한 ‘2016 경제·재정수첩’에 따르면, 2014년 법인세 실효세율은 14.2%다. 이를 실효세율이라 부를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오히려 깎아줄 것 다 깎아주고, 어쩔 수 없이 내는 기업만 낸 명목세율이 아닌가 싶다. 최소한 내야 할 법인세를 내면서 소위 ‘힘들다, 부담된다’는 말을 하면 고개가 끄덕여 질 수 있다. 세금은 늘 힘없는 사람들이 가장 정직하게 내고 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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