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의 新통상정책은 ‘위기와 기회’가 동시에 존재하기 때문에 기회요인을 적극 활용, 비즈니스를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현재는 미국의 통상정책을 큰 틀에서 예측할 수 밖에 없는 단계여서 중소기업이 마땅한 전략을 세우기 어렵기 때문에 산업통상자원부,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중앙회 등 관련 경제부처 및 단체 차원에서 여러 시나리오를 비롯한 대응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0일 개최한 ‘트럼프 통상정책과 주요 업종별 영향 전망 세미나’에서는 미국의 新통상정책에 대한 우려가 높은 가운데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 기회도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중기이코노미

대한상공회의소가 20일 개최한 ‘트럼프 통상정책과 주요 업종별 영향 전망 세미나’에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윤여준 연구원도 “철강산업을 비롯해 우리 기업이 미국의 반덤핑 및 상계관세를 부과받고 있는 상황에서 내년에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가 더 심화된다면, 우리 경제에 상당한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특히 철강산업, 자동차산업, 에너지산업 등은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앞으로 미국과의 통상에서 위기와 기회요소를 분석해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철강…수입규제 강화 ‘악재’ vs 인프라 투자확대 ‘호재’=미국은 한국 철강의 주요 수입국이다. 한국은 지난해 기준 395만톤의 철강제품을 미국에 수출했으며, 전체 철강 수출량 중 13%를 차지한다. 한국의 철강산업은 2008년 대비 조강 생산능력이 1.4배 증가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철강 소비는 소폭 감소한 반면 수출은 1.5배 늘었다. 이를 근거로 미국, 일본 등은 한국이 중국과 함께 철강 공급과잉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미국은 한국을 겨냥한 철강보호주의를 확대하고 있는 추세다. 실제로 2015년 이후 국제시장에서 조사가 시작된 한국산 철강 관련 수입규제는 32건이며, 이 가운데 5건은 미국이 제소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미국은 반덤핑 판정시 한국정부가 실질적으로 제공한 보조금을 기준으로 하지 않고, 미국 상무부가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간 대화채널을 정례화하고 통상리스크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미 규제중인 제품 피해를 줄이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또 현재 조사중인 제품에 대해서도 부당판정을 막기 위한 대응책을 준비해야 한다. 이밖에도 미국의 보호무역이 국내산업에 ‘도미노’ 피해를 줄 것에 대비해 미 정부 내각구성과 철강업계 제소 움직임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정부는 5500억달러 규모의 뉴딜형 인프라에 투자할 계획이어서 철강재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어나 국내 철강산업에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현지생산’과 ‘부품 현지화’로 수출 대체=미국은 몇년 전부터 ‘made in America’ 기조를 유지해 제조업 생산증가율이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에 진출한 외국 자동차업체는 미국에 720억달러를 투자해 425개의 생산공장을 운영하며 530만대 이상을 생산하고 있다. 미국 전체 생산량의 46%다.

미국에서 한국산 자동차의 가격·품질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완성차 수출보다는 현지생산이 더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미국은 인근 국가중 인건비가 낮은 멕시코로부터의 자동차부품 수입을 늘리고 있다. 따라서 국내 자동차 산업계는 수입규제에 대응하는 한편 미국 현지에 생산시설을 투자하고 부품을 현지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에너지…자원생산 확대 정책, ‘신기후체제’ 변화 예고=트럼프 정부는 석유·가스개발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수출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송유관 및 수출터미널 등 석유·가스와 관련한 인프라도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은 미국과의 석유제품 수출입을 확대해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다. 중동 의존도가 높았던 원유 공급선을 미국까지 확대함으로써 공급안정과 가격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 아울러 석유제품 수출을 확대해 수출대상국 또한 다변화할 수 있다.

트럼프 정부가 기후변화대응에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냄에 따라 신기후체제 구속력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있다. 에너지정책 변화에 대비할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에너지경제연구원 이항구 연구원은 “신기후체제의 변화가 있더라도 에너지 신산업 육성이나 청정에너지 관련 기술개발은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한상공회의소 국제본부 국제통상팀 조성환 과장은 중기이코노미의 취재과정에서 “트럼프 정부가 본격적으로 들어선 상황도 아니고, 현재로서는 미국의 통상정책이라는 큰 틀을 예측하는 단계여서 중소기업이 전략을 세우는 데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산업통상자원부와 코트라 등 정부부처나 공공기관에서 미국과의 통상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해 협의체를 구성하고 운영하고 있다”며 “중소기업중앙회를 포함한 경제단체 그리고 각종 산업협회 차원에서도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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