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 관광객이 늘면서 시중에서 ‘할랄’ 인증을 찾아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드러그스토어 스낵코너에서 할랄인증을 받은 수입과자를 판매하고, 외국인 방문이 많은 명동에서 길거리 음식을 판매하는 노점상에도 할랄인증이 부착돼있다. 내년 상반기부터 국내에도 본격적으로 할랄제품 유통이 가능해진다하니 틈새시장을 통해 매출을 늘려보려는 기업들에게는 좋은 기회다. 중기이코노미 기획시리즈에서 여러 차례 밝혔듯, 전세계적으로 무슬림인구를 대상으로 한 할랄산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확정된 2017년 농림축산식품부 예산에서 할랄식품육성과 관련한 예산이 대폭 삭감됐다. 농식품부는 내년도 할랄식품산업 예산으로 소도축장 예산 75억원과 할랄식품지원센터 운영비 16억원 등 총 91억원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국회 심의과정에서 도축장 예산 20억원이 삭감됐다. 수익성 여부에 대한 정확한 예측이 없어 기업들의 참여가 적고, 우리 사회에 만연한 무슬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게 농식품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물론 할랄식품산업 육성은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순방 이후 갑작스럽게 추진, 졸속이란 비판이 적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부랴부랴 별도의 인력과 조직을 만들고 관계 법령을 개정했지만 기대만큼의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대통령이 밀어붙였던 정책이라는 점에서 지금, 더 이상의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대통령 말 한마디에 국가 행정력이 집중되는 모양새는 여러 사람들의 비판을 받기 충분하다. 

그렇다고 할랄산업의 잠재력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유명 글로벌 시장조사기관들은 할랄시장의 성장가능성에 대해 이견없이 동의했으며, 다국적 기업의 진출도 활발하다. 무슬림국가가 아닌 유럽이나 일본 등 여타 국가들도 시장잠재력을 알아보고 국가적으로 나서 할랄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뜬금(?)산업이 아니라는 말이다. 애초 시작은 잘못됐을지언정 할랄산업의 시장잠재력까지 폄하할 일은 아니다. 중국에 대한 수출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시장다변화는 필수이고, 장기화된 경기침체에 새로운 신산업을 발굴하는 것도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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