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피해가 산란계에 집중되면서 국내 계란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주말 경기도의 한 대형마트에서는 평소 흔하게 구입했던 30구 묶음 계란을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AI 확산으로 계란 공급이 원할하지 못하다’는 안내문이 붙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2일 현재 닭·오리 등 살처분 규모가 2200만수를 넘어섰다. 이중 알을 낳는 산란계가 1532만수(전체중 21.9%), 번식을 하는 산란종계는 32만수(전체중 38.6%)다. 지난 20일 특란 30개 기준 계란 소비자가격은 5558원에서 6605원으로 한달만에 18.8% 높아졌다. AI로 계란을 생산하는 산란계 20% 이상이 갑자기 사라진데다, AI 확산을 막기 위해 계란운반 차량이 적체돼 있어, 계란수급이 원활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다.

이번 AI로 인한 피해는 생산농가뿐 아니라 계란유통 소상공인은 물론, 계란을 주원료로 하는 제과제빵업계, 김밥집 등 음식점, 재래시장까지 확산되고 있다. 국내의 한 대형제과업체는 계란 품귀현상 조짐이 보이자 직원들에게 ‘계란 사재기’를 지시한 것으로 드러나 비난을 받고 있다.

정부는 계란 수입카드를 꺼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현재 계란수입이 가능한 나라는 미국, 캐나다, 스페인, 호주, 뉴질랜드 등 비교적 거리가 먼 나라다. 계란이 신선도가 중요한 품목임을 감안할 때 선박운송보다는 항공운송을 해야하는 상황이다. 계란수입의 경우 정부가 직접 나서는 것이 아니라 민간에서 수입을 하면 정부는 관세를 낮춰주거나, 항공운송비 일부를 지원해주는 등 간접적인 역할을 한다. 하지만 외국산 계란 가격이 국내산보다 높은데다 항공운송비용을 고려하면 수입산 계란을 국내산보다 높은 가격에 사야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현재 일부 수입하고 있는 껍질없는 노른자·흰자 형태로 분리된 ‘액란’이나, 분말형태의 계란 가공품의 수입량을 늘리거나, 아예 산란계나 산란종계를 수입하자는 대안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한번 수입시장을 확대하면 돌이키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향후 국내 양계산업에 미칠 파장을 고려,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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