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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진열, 소비자가 고르기 편하게 배치하라” 소비자 기억쉽게 가게꾸미기…VMD협동조합 ㈜가보샵 김혜련 대표

기사입력2016-12-26 11:34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기술개발, 수출확대, 판로개척…. 중소기업 지원사업으로 가장 많이 거론하는 컨설팅 분야다. 그러나 시장에서 반찬을 팔고, 거리에서 와플을 파는 ‘넓은’ 의미의 중소기업인인 소상공인들에게는 사실 와닿지 않는다.

VMD협동조합의 ㈜가보샵 김혜련 대표는 “VMD는 상품기획 단계에서 구상된 가치를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더해주고 넣어주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중기이코노미

이들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가게 앞을 지나가는 소비자를 잡을 방법이다.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수단은 무엇일까? 지나가다가 눈길 한번 주는, 그리고 지금은 무심코 지나쳐도 기억에 남도록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VMD(Visual MerchanDising), 즉 시각적 전략계획이다. 이 VMD를 전통시장을 비롯한 소상공인들에게 전파하는 곳이 VMD협동조합이다.

지난 2014년 5월 5개의 업체가 모여 시작한 VMD협동조합은 현재 16개 업체가 함께하고 있다. 조명업체, 디자인업체, 전기업체 등 다양한 업종이 참여하고 있다.

VMD협동조합 참여업체로서 가게 및 상품디자인 전문업체인 ㈜가보샵 김혜련 대표는 “각각의 전문영역을 개척한 여러 업종이 VMD라는 개념 아래 모였다”며 “기획하고, 설계하는 것부터 상품가격을 알려주는 POP를 제작하거나, 공장에서 제작하는 것까지 원래는 따로따로 발주를 내야 하는 일들이 VMD협동조합내에 모여있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무엇을 파는지 알 수 없던 거리가게가 김혜련 대표의 컨설팅을 통해 노란색을 활용한 심플한 디자인의 와플가게로 재탄생 했다.<사진=VMD협동조합>

대기업은 VMD 정착…“가게를 시각적으로 인식시켜라”

김 대표는 전통시장과 소상공인뿐만 아니라 이마트, 아임쇼핑과 같은 대·중견기업에도 VMD컨설팅을 한다. 대기업과 소상공인의 경쟁력 차이를 규모나 자본의 탓으로만 돌린채 소상공인이 할 수 있고, 해야할 일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는 게 김 대표의 지적이다. 김 대표는 “대기업은 VMD를 이미 받아들여 정착단계인 반면 소상공인은 VMD 개념 자체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소상공인도 조금만 신경쓰고 관심을 가진다면 적은 비용으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설명이다.

예를들면 형광등은 제품을 비추기에 적합하지 않지만, 여전히 많은 소상공인들이 진열대에 형광등을 사용하고 있는 경우다. 동네빵집과 프랜차이즈 빵집의 맛의 차이가 크지 않은데 프랜차이즈의 경우 소비자가 시각적으로 ‘빵이 정말 맛있어 보인다’는 느낌과 생각을 갖도록 제품을 진열하지만, 컨설팅을 의뢰한 빵집을 가보면 조명부터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소상공인은 소상공인의 스타일로 어필해야 한다. 하지만 욕심이 많다보니 자기만의 색깔이 없이 무분별하게 어필하는 경우가 많다.

가령 김 대표가 컨설팅을 한 한 거리가게의 경우 이 가게가 무엇을 파는지, 주력제품은 무엇인지 나타나지 않는 디자인을 했다. 저 가게가 뭘 하는 가게인지도 모르는데 소비자들이 찾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이 거리가게의 주력상품인 와플의 달콤함을 뜻하는 노란색을 전면에 내세우고 불필요한 장식을 없앴다. 그러자 조용하던 거리가게가 이제는 소비자들이 줄을 서서 먹어야 할 정도로 붐비기 시작했다. 많은 것을 어필하려했던 것이 오히려 독이 된 경우다.

지저분해 보여 신뢰도가 떨어지고, 상품정보에 대한 전달이 부족하던 외관을 바꿔 동네를 대표하는 치킨집으로 탈바꿈했다.<사진=VMD협동조합>

김 대표는 “우리 가게가 어떤 가게인지를 생각하고, 이를 통해 매장의 주 컬러는 뭔지, 우리 상점을 한마디로 또 순간적으로 어떻게 표현할지를 시각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거창하게 많은 것을 어필할 필요가 없다”며 “소비자들은 보통 한 가게를 두가지로 기억하지 않는다. 와플가게의 경우 와플과 커피를 판매하고 있다는 것 보다는 ‘와플을 먹으러 갔더니 커피도 있네’라고 소비자들에게 각인시켜 준 것이 유효했다”고 말했다.

전문가 육성해 컨설팅 확대…“서비스 인식 전환을”

과거에 비해 VMD협동조합을 찾는 소상공인이 많아졌다. 하지만 소상공인들에게 이런 컨설팅은 금전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여전히 부담이 된다. VMD협동조합이 지자체나 정부기관의 사업을 통해 소상공인에게 다가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VMD협동조합은 얼마 전 서울시 동부여성발전센터와의 협업을 통해 VMD교육과정을 개설해 1기 교육생을 배출했다. 김 대표는 “경력단절 여성들을 통해 친밀하면서도 소상공인들에게 부담없는 VMD컨설팅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이라며 “아직 6명에 불과하지만, 지속적으로 확대해 전국 소상공인과 전통시장에 실무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상품진열을 보면 많은 경우 소비자가 고르기 쉽도록 상품을 배치한 것이 아니라, 제품을 운반하기 편하도록 맞춰져 있는 가게들이 많다. 고르기 쉽게 하는 것도 서비스다. 소상공인들도 인식을 바꿔야 한다”며 “전통시장과 소상공인들에 대한 컨설팅을 진행하면 사업이 눈에 띄게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이는 대기업에서는 느낄 수 없는 보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