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점포 규제를 위한 유통산업발전법(이하 유통법) 개정은 SSM(기업형슈퍼마켓)이 급격히 늘면서 대·중소 유통업체간 갈등이 심화됐던 2010년부터 본격화됐다. 현재 전통상업보존구역 제도와 의무휴업일 제도는 대형점의 출점과 영업을 규제하는 수단이다. 하지만 법망을 피해가는 유사 SSM과 외국계 슈퍼마켓이 증가하면서 대형점포에 대한 규제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연구원 상생경제연구실 신기동 연구위원은 “강화일로로 가는 유통법 개정안이 시장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당장 시끄러운 현안을 잠재우는 데만 급급해 누더기 법안으로 가고 있다”고 지적한다.   ©중기이코노미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경기연구원 상생경제연구실 신기동 연구위원은 “현행 SSM 규제의 사각지대를 이용해 외국계 SSM과 중소기업형 SSM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며 “이는 당초 목적이었던 영세 자영점 위주의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보호에 역행한다”고 밝혔다.

현행 법규상 SSM은 ‘준대규모점포’라는 명칭으로 쓰인다. 준대규모점포는 대규모점포 운영회사의 직영점 또는 프랜차이즈 점포, 대기업 직영점 또는 프랜차이즈 점포를 말한다. 프랜차이즈 점포의 경우 자영업자인 점주의 자기자본 비율이 51% 이상일 경우 규제를 받지 않는다.

“일례로 경기연구원 인근에 최근 한 대규모 슈퍼마켓이 들어섰습니다. 인근에 전통시장이 있지만 대기업이 운영하는 슈퍼마켓이 아니기 때문에 의무휴업일이나 영업시간 제한, 거리규제 대상도 아니죠. 이 슈퍼마켓이 들어설 당시 인근 전통시장의 반발도 많았지만, 현행법으로 규제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신 연구위원은 소매점 규제대상을 현행 업태기준에서 면적기준으로 단순화함으로써 현행 유통법상 규제 사각지대를 해결할 것을 제안했다.

법망을 피해가는 유사 SSM과 외국계 슈퍼마켓이 증가하면서 대형점포에 대한 규제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최근 경기도 지역에 문을 연 대형 슈퍼마켓. 기사의 특정내용과 무관.   ©중기이코노미

신 연구위원에 따르면 선진국에서 대형판매시설 허가제 등의 출점규제는 ‘Hypermarket’, ‘Supermarket’ 등의 유통업태 기준이 아니라 점포면적을 기준으로 한다. 프랑스는 300㎡, 독일은 800㎡, 일본은 500㎡ 이상의 매장면적을 가진 소매점 또는 판매시설에 대해 허가제나 허가제 성격의 신고제를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신 연구위원은 이러한 외국기준을 우리나라에 적용할 경우 많은 수의 SSM이 규제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했다. ‘롯데슈퍼’와 ‘GS슈퍼’의 경우 평균 매장면적이 500㎡를 초과하며, 후발주자인 ‘홈플러스익스프레스’는 평균 매장면적이 250㎡로 소규모가 많은 편이다.

이와함께 신 연구위원은 “대기업 계열 유통망의 모든 슈퍼마켓은 매장면적에 관계없이 ‘대기업계열 슈퍼마켓’으로 정의하고 진입규제와 영업규제를 동시에 적용해야 한다”는 방안도 제시했다. 현행법에서는 대기업 계열 슈퍼마켓이라도 직영점이 아닌 가맹점의 경우 자영업자 점주의 지분이 51% 이상이면 규제제외 대상이기 때문이다.

도시인·소상공인 위해 ‘도시단위 상업중심지 육성전략’ 필요

“주요 선진국은 도시계획 차원의 접근을 통해 대형소매점이 비도심 지역에 출점하는 것을 억제하고 도심으로 유도하는 정책을 실행하고 있습니다. 영국·독일의 경우 도심의 상업지역에는 전통적으로 백화점 등 대규모 소매점 입지를 허용하고, 도심 이외의 근린상업지역이나 주거지역, 교외(비도시)지역 등은 출점을 막고 있죠. 일본의 경우도 대형소매점의 교외출점을 억제하고 도심입지를 유도하기 위해 용도지역별로 판매시설 허용면적 기준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대형점 규제 관련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추이

<자료=경기연구원>

상업시설이 도시 생활자들과 소상공인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적절히 조절하기 위해 ‘도시단위의 상업중심지 육성전략 계획’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신 연구위원은 이를위해 대규모 점포 인허가권을 광역자치단체로 일부 이관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일정규모 이상의 대규모점포에 대해서는 광역자치단체에 개설등록을 하도록 법률로 정하자는 것이다.

“현행 등록제를 허가제로 바꾸는 것은 어렵지만, 등록업무를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이관하고 이와함께 시·도 단위의 광역상업시설기본계획 수립을 법제화하면 대형점 분포를 적절히 조절할 수 있습니다. 또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제3의 평가기관을 선정해 과학적인 표준모델에 따라 상권영향평가가 이뤄져야 합니다.”

20대 국회에 들어서며 지난 5개월간 13건의 대형점 규제를 위한 유통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개정안의 규제관련 주요내용들은 진입규제와 영업규제로 나눈다. 대형점이 진입할 때 인접 지자체간 협의·조정절차를 강화해야 한다는 진입규제와, 현행 영업시간 및 영업일수 제한을 확대하자는 영업규제 내용이 골자다.

신 연구위원은 이러한 유통법 개정안에 대해 “강화일로로 가는 유통법 개정안이 시장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당장 시끄러운 현안을 잠재우는 데만 급급해 누더기 법안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규제 기준을 면적단위로 재정립하고, 도시단위의 상업중심지를 정해 대규모점포가 골목상권 안에 들어오는 것을 제한하면, 상권갈등 등을 해소할 뿐만 아니라 지역내 소비자 편익과 소상공인 상권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