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방수공사에 고유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중소기업 A사는 대형건설업체인 B사를 통해 처음으로 해외공사에 도전했다. 첫 해외진출이었지만, 매출이 전년대비 15.2% 증가했다. 방수공정은 세부공정이 분리돼 있어 다른 하도급과 비교할 때 절차가 복잡하지 않고 이해관계 또한 적어 해외진출에 용이한 편이다. 그럼에도 언어문제를 포함해 해외 영업능력이 전무했던 A사가 B사와 계약하지 않았다면 해외진출이 어려웠을 것이란 평가다.

#2. 중소기업인 C사는 국내 대기업 D사와 공동으로 해외시장 진출을 추진했다. C사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초기에는 규모가 크지 않은 공사 위주로 시행하는 등 사전에 철저한 전략을 세워 사업을 진행했다. 3~4년간 쌓은 해외공사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단독진출 계획을 세울 수 있었고 필리핀까지 사업을 확장, 계약을 따내는 성과를 냈다.

이처럼 건설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함께 해외시장에 진출, 어려운 국내 건설경기를 돌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세계 건설시장이 성장하고 있고, 환경·안전을 중시하면서 신사업 수요 등 호재도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에 따르면 2014년 9조4000억달러였던 세계 건설시장 규모는 2023년 19조1000억달러까지 커진다. 그러나 정보수집 어려움, 금융지원 부족, 국내기업간 과당경쟁으로 인한 출혈수주, 해외건설 파견인력 구인난 등으로 중소기업의 단독 해외진출은 여의치 않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中企 해외수주액 절반 줄어 전체 수주액의 6%

지난해 상반기 해외건설 수주액만 254억7000만달러를 기록했다. 2014년 하반기부터 지속된 유가하락, 중동지역 정정불안, 세계 건설업계의 경쟁심화 등으로 상반기 수주실적이 전년동기 375억달러 대비 32.1% 감소하지만, 우리기업의 해외진출 업체 수(182개사)와 진출국가 수(86개국)는 전년동기대비 소폭 늘었다는 게 국토교통부의 분석이다.

그러나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중소기업의 해외수주액은 전체의 6％ 수준에 그쳤다. 2005년부터 2009년까지의 중소기업 수주 비중이 전체의 12％를 차지한 것과 비교하면 절반으로 줄어든 셈이다.

따라서 대기업과의 동반진출 필요성이 나온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함께 진출하는 경우 다양한 강점을 가지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의 경우 대기업과의 공동진출을 통해 발주처와 해당업체로부터 신뢰도와 지명도를 얻을 수 있다. 국내의 우수한 중소기업이라 하더라도 대외신인도는 낮은 편이고, 발주처의 신뢰를 얻기위해 ‘이행성보증서’ 발급 등에 비용이 많이 든다. 해외건설 사업성을 평가할 때 재무신용도 중심으로 보증심사가 진행되는 탓이다. 사업성은 충분하더라도 재무신용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상대적으로 보증서 발급이 불리하다. 자금력이 취약해 공사를 수주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이다. 실제 해외건설협회가 해외시장에 진출한 경험이 있는 기업들을 상대로 애로사항을 조사한 결과 ▲정부의 금융 및 세제 등의 지원책 부족 ▲각종 보증서 발급의 어려움을 꼽았다.

대기업과 동반진출을 하면 대기업의 시장인지도를 바탕으로 수주를 할 수 있다. 또 지속적인 해외건설공사 수주도 가능해진다. 단독진출 리스크도 물론 줄일 수 있다. 대기업의 해외 현장경험, 언어능력과 같은 다양한 인프라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국내 중소기업이 외국기업의 하도급을 받는 것보다, 국내기업 하도급을 받는 경우 보증 및 보험 부담도 덜하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대기업 입장에서도 현지업체의 수급이 원활하지 않거나 중소기업의 특정기술을 필요로 하는 경우 도움이 된다. 또 직접 생산을 진행·관리하는 것보다 단가를 낮춰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하청을 통하고 자사의 조직을 최소화해 운영의 탄력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도 있다. 더불어 의사소통이 가능해 공사관리도 수월하다.

대-중소기업 동반진출시 입찰초청서와 계약서 검토 필수

가장 일반적인 공동진출 유형은 대형건설사의 하도급공사를 중소기업이 맡는 형태다. 종합건설업자(General contractor)가 프로젝트의 세부공정을 개별기업에 분담시키고 총괄관리 하는 것으로 하도급업자는 원도급자의 지시에 따른다. 리스크와 책임은 일정부분 하도급업자가 부담하지만 최종적으로는 원도급자가 진다. 원도급자가 세부 공정을 모두 소화하기에 기술력이나 인력이 부족한 경우, 원도급자가 탄력적으로 조직을 운영할 경우에 채택한다.

중소기업이 대형건설사의 하도급공사를 수주해 동반진출하는 경우, 입찰초청서와 계약서 검토는 필수다. 불합리하거나 부당한 조건이 있다면 수정 등 협의절차를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격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일방적으로 하청기업에 계약단가 인하를 요구하거나, 공사중 발생한 손실을 일방적으로 하청기업에 전가하는 행위 등의 불공정행위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건설시장에서 비롯된 수직적 지위 때문에 해외에서도 이러한 폐단이 발생하고 있다는 게 업계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중소기업수주지원센터 김진휘 위원은 최근 열린 ‘중소기업 해외건설 진출지원 설명회’에서 “중소기업이 개별진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대·중소기업간 동반진출을 많이 택하고 있지만 또 다른 리스크도 있다”며 “대형 건설사가 만들어 주는 계약서를 그대로 받아 이행하는 경우 그 속에 있는 함정 때문에 중소기업이 부담해야 할 금액이 느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은 “하도급 계약금액에 시공원가와 계약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원가와 비용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며, 공사수행중에 발생할 수 있는 클레임에 적절하게 대비함으로써 계약가 조정이나 공기연장 등의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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