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전 납품과정에서 시험성적서를 위조해 공분을 샀던 기업들이 짬짜미를 동원해 납품입찰을 따내고 입찰가까지 올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는 9일 한수원 발주 원자력기자재 구매입찰에서 사전에 공동으로 입찰참가, 낙찰예정자, 투찰가격 등을 담합한 강진중공업, 대동피아이, 유성산업, 한국미크로 등 4개 납품업체에 시정명령과 함께 총 2억86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이 담합을 주도한 강진중공업을 검찰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이들 중 강진중공업과 유성산업은 시험성적서 41건을 위조해 고리원전에 부품을 납품한 것이 드러나 물의를 일으킨 기업들이다. 해당 사건 후 감사원의 처분요구서에 따라 공정위가 조사를 벌여 납품 담합까지 확인하게 됐다는 것이 공정위 부산지방공정거래사무소의 설명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강진중공업과 대동피아이는 2010년 6월부터 다음해 6월까지 한수원 발주 4건의 냉각·순환계통 원자력기자재 구매입찰에서 입찰참가, 낙찰예정자, 투찰가격 등을 사전에 담합했다. 더욱이 강진중공업은 대동피아이가 해당 입찰에 참가할 수 있도록 자신이 용역의뢰한 연구결과보고서를 대동피아이 연구결과보고서인 것처럼 조작해 제출하도록 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강진중공업(2010년 매출 71여억원)이 주도해 대동피아이(2010년 매출 15여억원)가 들러리를 섰고, 4건 모두 강진중공업이 투찰율 99% 내외로 낙찰받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동피아이가 강진중공업의 소재 등을 구입하는 거래관계는 확인됐으나, 담합을 전제로 금품이나 대가가 오갔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강진중공업과 유성산업, 한국미크로 등 3개사는 2011년 6월의 냉각·순환계통 설비에 사용되는 ‘슬리브형 베어링 4개 등 24종 구매입찰’에서도 강진중공업의 주도로 입찰참가, 낙찰예정자, 투찰가격 등을 사전에 결정하고 실행하기도 했다. 

특히 이들 담합업체들은 예정가격(6.6억)을 초과하는 금액을 계속 써내 입찰을 2회 유찰시키기도 했다. 이후, 수의시담(입찰담당자와 계약 당사자간의 가격협상) 결과 구매불능으로 처리되도록 한 후, 한수원이 예산을 50% 넘게 늘려 10.8억원(예정가 10.4억원)으로 변경한 후에야 강진중공업이 10.1억원을 써내 낙찰받도록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유성산업과 한국미크로 역시 강진중공업과 소재 등을 거래하는 관계로 밝혀졌으나, 담합의 대가 등은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이들 업체들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강진중공업 2억1900만원, 대동피아이 5200만원, 유성산업 900만원, 한국미크로 6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강진중공업은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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